은행권이 대출이자를 12억원 더 거둔 사실이 드러났다. 은행 직원이 2015년 5월 주택담보대출금리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금리를 잘못 계산해 빚어진 어이없는 실수다.
코픽스의 공시오류 사건은 2015년 4월 KEB하나은행에서 불거졌다. 하나은행 직원이 예금금리를 잘못 입력해 은행연합회에 전달했고 아무 검증절차 없이 금리가 반영돼 코픽스는 정상보다 0.01%포인트 올랐다. 시중은행이 제대로 예금금리를 매기지 않은 것도 문제지만 은행연합회의 검증시스템 역시 허술하긴 마찬가지였다.
내막을 들여다보면 문제는 더 심각하다. 은행연합회는 감사원이 금융감독원에 감사를 벌인 후에야 코픽스 공시를 수정했다. 잘못 공시한 지 2년6개월 만이다. 총 30개월 동안 새 코픽스를 내놓으면서 과거 공시오류를 몰랐다니 기막힐 노릇이다.
사후대처는 더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사건 발생 후 은행연합회는 ‘개별 은행이 전수조사를 통해 대출이자를 환급한다’고 해명했다. 고객의 지갑을 터는 사고가 발생했음에도 사과문은 단 한줄도 찾을 수 없다.
설상가상 은행연합회의 코픽스 공시는 2012년과 2015년에 이어 세차례나 수정되는 기록을 남겼다. 고객이 신뢰해야 할 대출금리가 허술한 지표로 전락한 셈이다.
급기야 정치권까지 발벗고 나섰다. 정치권은 이 사태에 대해 은행연합회가 책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이 코픽스 산정작업에 개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코픽스 금리오류는 금융권의 신뢰를 크게 훼손한 사회적 문제”라며 “은행권의 대출금리 산정에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금융당국이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코픽스 공시오류에 대한 모든 책임은 KEB하나은행에 돌아가는 형국이다. 금융감독원은 KEB하나은행의 예금금리 오류 발생원인과 대응과정, 내부통제시스템을 철저히 규명할 계획이다. 반면 은행연합회에는 코픽스 산출 관련 내부통제절차를 준수하라는 경고만 내려 솜방망이 처벌에 그쳤다.
사후약방문. 사람이 죽은 뒤엔 아무리 좋은 약을 써도 소용이 없다는 뜻이다. 더 이상 같은 실수가 반복되지 않으려면 은행연합회 코픽스 금리 산정체계부터 손질해야 한다.
부실한 대출시스템으로 계속해서 고객을 불안하게 한다면 은행 신뢰도는 언제 나락으로 떨어질지 모른다. 나아가 이를 방치한 금융당국도 비난의 화살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16호(2017년 11월29일~12월5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