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임대’만 나붙는 종로 ‘젊음의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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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글로벌 명소로 이름을 떨치던 서울 종로 ‘젊음의 거리’. 며칠간 내리던 비가 그쳐 하늘에 미세먼지 하나 없던 지난 5월20일 낮 젊음의 거리는 옛 명성을 잃은 듯한 모습이었다.

젊음의 거리 초입에 위치한 1~2층 유명브랜드 의류매장에는 큼지막한 글자로 ‘임대’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대로변을 따라 지하철 1호선 종각역 방향으로 걷는 동안 10m 간격으로 빈 상가가 눈에 띄었다. 종각역 보신각 앞 빌딩은 약속장소로 많이 이용돼 늘 붐비던 장소인데도 장기간 공실이었던 것으로 추측되는 빈 상가 앞에 노숙인들만 자리 잡았다.
/사진=김노향 기자
/사진=김노향 기자

◆공실 상당수 '프랜차이즈브랜드'

하늘 높은 줄 모르는 종로일대 상가임대료가 상인들을 내쫓는다. 임대료 상승률이 다른 도심지역에 비해 높은 데다 불황으로 소비경기마저 위축되면서 종로의 시름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예전에는 회사원이 많고 주말이면 외국인도 북적였죠. 그런데 요즘은 손님이 없는데 임대료까지 오르니 큰 상가도 못 버티고 나가는 분위기예요.”

젊음의 거리 한복판에서 장난감 노점상을 운영하는 상인 A씨는 우울한 얼굴로 말했다. 매출이 떨어졌냐는 질문에 그는 “손님이 없는데 매출을 말해 무엇하느냐”고 답했다.

종로상권 공실사태는 대형 프랜차이즈브랜드도 예외가 아니라는 점에서 더 충격적이다. 의류, 화장품, 커피, 음식점, 술집 등의 흥행 보증수표와 다름없던 프랜차이즈마저 불황의 여파를 견디지 못했다는 것이다. 종로의 한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2층 이상 높이에 있는 상가는 공실이 훨씬 심한데 대로변 앞 빌딩들 상황이 이러니 당연한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종로상권 6층 이상 빌딩의 공실률은 지난해 1분기 11.1%에서 올 1분기 20.1%로 두배 가까이 급등했다. 같은 기간 서울 전체 공실률은 9.8%에서 11.9%로 올랐다.

◆주변상권으로 이동한 유동인구

젊음의 거리를 조금만 벗어나도 적지 않은 사람이 오간다. 날씨가 화창했던 터라 아이들 손을 잡고 산책 나온 부모가 대다수였고 무엇보다 한복 입은 외국인이 많았다. 한 중국인관광객은 “경복궁과 인사동, 북촌을 구경했는데 한복입기 체험과 사물놀이 공연 등 재미있는 볼거리가 정말 많았다”며 “하지만 종로는 특색이 없고 활기도 없다”고 말했다.

젊음의 거리가 이렇게 쇠퇴한 이유는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부동산전문가들은 상권이 주변으로 확대되는 가운데 임대료가 지속적으로 오른 것을 원인으로 분석한다. 종로 주변 서촌, 북촌 등 이색 골목상권이 인기를 끌고 광화문과 명동 일대에 신규 상가빌딩 공급이 넘쳐나자 상인들이 더 낮은 임대료나 더 좋은 영업환경을 찾아 떠난 것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종로상권은 지난해 서울에서 임대료가 가장 많이 올랐다. 지난해 말 종로상권 임대료는 전년동기 대비 38.4% 급등했다. 서울 27개 상권 가운데 임대료 상승률 1위를 보인다. 같은 기간 종로상권의 3.3㎡당 평균 보증금은 255만원, 월세는 19만5000원으로 조사됐다. 인근 광화문상권과 비교해 약 1.5배 비싼 가격이다.

글로벌 부동산컨설팅기업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도 최근 종로 내 건물주가 요구하는 임대료 수준이 3개월 사이 약 4.2% 상승해 강남과 여의도 대비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고 분석했다. 종로 한솔공인중개사사무소에 따르면 현재 공실 중인 전용면적 33㎡의 임대료는 보증금 2300만원, 월세 230만원이다.
/사진=김노향 기자
/사진=김노향 기자

◆머지않아 임대료 조정기 예고

또한 종로상권 매출액은 경기침체의 여파를 피하지 못하고 줄어드는 추세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상권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종로상권의 지난해 하반기 월평균 매출액은 3776만원으로 상반기보다 약 700만원(15.6%) 떨어졌다. 특히 젊음의 거리에서 가장 흔한 업종인 외식업은 같은 기간 매출액이 3864만원으로 400만원(9.4%) 줄어들었다.

문제는 이런 상황에도 대다수 건물주가 임대료를 유지한다는 점이다. 그 이유는 여러가지로 추측된다. 한번 임대료를 내리면 주변시세에 영향을 미치고 다시 인상이 어려운 이유도 있지만 종로에서 오랜 시간 빌딩을 운영해온 건물주일 경우 사실은 서둘러 임대할 필요성이 낮기 때문이다.

종로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대로변 상가의 임대료는 20여년 전 급등해 형성된 가격인데 오랜 건물주들은 당장 대출이자를 갚아야 하는 등의 리스크가 적어 공실이 나도 월세를 내리지 않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불황을 이기지 못하고 상가를 매각하는 경우도 생겨났다.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50~60년 동안 상가를 소유하던 주인들이 많은 세금을 내더라도 매각을 결심하는 경우가 많아졌다”며 “부동산경기가 전반적으로 안좋다 보니 적정가격을 받고 매각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권강수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이사는 “요즘처럼 상가공급이 늘어 세입자에게 선택지가 많은 상황에서는 건물주의 상가수익률과 건물가치가 떨어지기 쉽다”며 “앞으로 건물주들은 임대료를 낮추는 것을 두려워해선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고객을 끌어들일 콘텐츠를 지닌 세입자를 발굴하는 것이 상가수익률과 건물가치를 올리는 일”이라며 “이를테면 스타벅스는 상가시장에서 세입자임에도 건물주보다 갑인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42호(2018년 5월30일~6월5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김노향
김노향 [email protected]

안녕하세요. 머니S 재테크부 김노향 기자입니다. 투자와 기업에 관련한 많은 제보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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