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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아해운 컨테이너선 '흥아 호치민호'. /사진=뉴스1 |
국내 해운업계 5위 중견 해운사 흥아해운이 존폐기로에 섰다. 흥아해운 인수 의지를 드러낸 투자자가 나타난 가운데 KDB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자들이 21일까지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기간 연장과 투자자 선정을 결의하지 않으면 청산 절차를 밟게 될 가능성이 커진다.
흥아해운 관계자는 이날 "KSS해운뿐 아니라 여러 기업과 접촉을 시도했고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곳이 나왔다"며 "이날 중으로 워크아웃 연장 여부와 투자자 선정 등에 대한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흥아해운 "필리핀 부지 장기대여금 문제 없다" 자신감
흥아해운은 당초 지난달 21일까지였던 채권단 관리 기간을 이날까지 1개월 연장했다. 지난해 7월 우선협상자로 선정됐던 STX컨소시엄이 매각 마무리를 위한 유상증자 대금 납입일을 앞두고 돌연 인수 본계약 해제를 통보했기 때문이다.
STX컨소시엄은 자회사의 필리핀 부지 장기대여금이 사실상 회수 불가능한 부실채권이라고 주장하며 계약을 해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흥아해운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프로젝트파이낸싱 투자금 조달이 어려워지자 부지 개발에서 매각으로 선회했다. 하지만 본계약 체결까지는 도달하지 못했다.
흥아해운의 지난해 3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자회사 흥아프로퍼티에 대한 대여금 규모는 364억5951만원으로 이 중 단기대여금은 54억5951만원, 장기대여금은 310억원이다. 흥아해운은 필리핀 부지 평가금액이 800억원에 이르는 점을 고려하면 장기대여금을 돌려 받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흥아해운 관계자는 "이 문제와 관련해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투자자와 협의한 상태여서 문제될 게 없다"고 설명했다.
채권단 "워크아웃 연장 여부 검토"
해운업계는 흥아해운의 투자자 후보로 차순위 협상대상자 KSS해운을 꼽아왔다. KSS해운은 입찰 당시 STX컨소시엄보다 200억원 적은 1000억원을 인수금액으로 제시했었다. KSS해운은 액호석유가스(LPG) 및 케미칼 운송 전문선사로 최근 5만톤급 MR탱커 시장 영역을 넓히고 있다. 흥아해운의 주력인 탱커사업과 겹쳐 인수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일부에서는 동종업계가 아닌 다른 기업이 투자 의지를 드러냈다는 분석도 내놨다.
채권단인 산업은행은 흥아해운의 워크아웃 2주 연장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워크아웃 기간 마지막 날인 만큼 채권단들이 연장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며 "결정된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
만약 이날을 기점으로 워크아웃이 종료되면 흥아해운은 청산절차 갈림길에 놓이게 된다. 흥아해운은 2018년 376억원의 영업 손실을 냈고 2019년 469억원으로 적자 폭이 늘었다. 컨테이너사업을 해운업계 4위 장금선사에 넘기고 영업 외 자산 매각·주식 감자·대주주 유상증자 등 재무구조 개선 노력을 해 왔지만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미국과 중국 간 무역분쟁으로 물동량이 타격을 입은 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벌크선 운임마저 약세를 보이며 결국 지난해 3월 워크아웃으로 이어졌다.
매각 시도도 번번이 실패했다. 종합 물류사 카리스국보는 2019년 흥아해운을 인수하려다 최종적으로 잔금 105억원을 납입하지 않아 협상이 무산됐다. 지난해 STX컨소시엄도 인수 본계약 해제를 통보하며 두 번째 새로운 주인 찾기도 불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