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록] 강남 재건축 대어 '신반포2차' 신통기획도 표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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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정비록]은 '도시정비사업 기록'의 줄임말입니다. 재건축·재개발 사업은 해당 조합과 지역 주민들은 물론, 건설업계에도 중요한 이슈입니다. 도시정비계획은 신규 분양을 위한 사업 투자뿐 아니라 부동산 시장의 방향성을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현장을 직접 찾아 낡은 집을 새집으로 바꿔가는 모습을 생생하게 전달하겠습니다.
서울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2차아파트 정문 모습. 해당 단지는 1978년 준공한 1572가구 대단지로 현재 재건축을 두고 조합과 비대위인 '신반포2차 조합원을 위한 신통기획 추진위원회' 간 갈등이 일어난 상태다./사진=정영희 기자
서울 지하철 3·7·9호선 환승역인 고속터미널역 인근에 위치한 신반포2차 아파트. 1978년 지어져 준공 44년차를 맞은 이 아파트는 12층 높이에 13개동 1572가구로 이뤄진 대단지다.

지난 15일 찾은 서초구 잠원동의 신반포2차는 오래된 아파트의 특징을 모두 가지고 있었다. 외벽은 오랜 기간 페인트칠도 안한 듯 거뭇거뭇했고 베란다 난간은 대부분 녹이 슬어 있었다. 비좁은 주차공간에 차들이 다닥다닥 붙어있고 통행로 가운데도 주차공간이 있었다.

한 주민은 "아파트가 낡아서 하수도 냄새가 나고 무엇보다 주차가 너무 불편하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주민은 "그나마 녹물이 안 나오는 건 다행이지만 겨울엔 난방비가 많이 나온다"며 "삶의 질을 위해 빨리 재건축이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2차아파트 외벽 모습. 군데군데 칠이 벗겨지고 때가 꼈다./사진=정영희 기자


재건축 추진 20년째… '비대위' 반대 왜?


서울 강남의 주요 재건축 단지들이 그렇듯 신반포2차도 사업 추진의 닻을 올린 지 20년이 흘렀다. 2003년 안전진단 통과 뒤 추진위원회 설립 인가를 받았지만 한강 조망권 확보와 주택형을 두고 갈등을 겪었다. 이후 신탁 방식 등 다양한 대안만이 나오며 지지부진했던 재건축은 2020년 단지가 일몰제 대상으로 설정되면서 다시 물꼬를 텄다.

그해 11월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단지는 2024년 이주 계획이었으나 이 또한 어렵게 됐다. 조합이 서울시의 신속통합기획을 신청함에 따라 비상대책위원회인 '신반포2차 조합원을 위한 신통기획 추진위원회'(이하 비대위)가 계획 수정을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지난 3월 시는 신반포2차를 대지면적 7만9638㎡, 건축면적 1만7470.64㎡에 용적률 299.5%, 건폐율 21.9%를 적용해 지하 3층~최고 49층, 총 2050가구로 재건축하는 내용의 신통기획안을 확정했다. 한강변 아파트에 적용된 층수 제한인 '35층 룰'이 폐지되고 용적률도 최대치로 적용하면서 총 가구수가 기존보다 478가구 늘어난다. 정비업계에선 압구정2·3·4·5구역의 신통기획보다 조건이 좋다는 평가다.
신반포2차 재건축 비대위는 조합의 신통기획안대로 재건축 추진 시 분담금이 막대하게 늘어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사진=온라인 커뮤니티
비대위는 막대한 분담금을 이유로 이 같은 조합의 계획안을 반대한다. 가구 수 증가는 임대주택과 84㎡(이하 전용면적) 이하 중소형이 늘어난 결과다. 종전엔 임대주택과 84㎡ 이하 가구가 전체의 7%(127가구)와 26.2%를 각각 차지했으나 신통기획안에선 12%(254가구)와 50.3%로 정해지며 거의 2배가 됐다.

임대주택과 소형 주택형이 늘면 사업성이 떨어지고 이는 결국 분담금 부담으로 돌아온다는 게 비대위 주장이다. 정비업계에 따르면 재건축 시 소형이 많아질수록 대형보다 분양수입금이 크게 줄어 시공사 선정에도 어려움이 따르고 조합원의 개발이익이 떨어질 수 있다. 현행 신통기획안대로라면 가장 면적이 작은 가구(74㎡→89.26㎡)의 경우 분담금(5억3000만원)에 이주비 이자와 재건축 초과이익환수를 합하면 실제 예상 분담금은 2억4000만원가량 많은 7억8000만원에 달할 것이란 게 비대위 주장이다.

신통기획 신청 과정 또한 비민주적이었다고 지적했다. 조합이 재건축 신속통합 기획안에 대해 주민 동의서를 받으면서 정확한 설명을 안했고 주민동의 절차도 건성으로 진행했다는 것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신통기획으로 재건축을 추진하려는 사업지는 총 소유주 30% 이상 동의를 얻어야 하며 반대는 10% 미만이어야 한다.
서울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2차아파트 주택재건축 정비사업조합 사무실. 아파트 내 상가 2층에 위치한다./사진=정영희 기자


조합 "11월 임원 선거에 '스타 조합장' 앉히려는 것"


조합 측은 비대위의 이 같은 주장을 모두 일축했다. 조합 내 한 임원은 "신반포2차 임대주택 비율은 다른 정비사업지들에 비해 오히려 낮은 편"이라며 "현재 기부채납으로 분류된 임대주택 부분을 공원 등 다른 시설물로 대신하면 임대비율은 더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조합은 '더샵 반포 리버파크'(17%) '디에이치 반포 라클라스'(15%) '반포 래미안 아이파크'(14%) '반포 르엘 2차'(13%) 등을, 비대위는 '아크로 리버파크'(5.2%) '래미안 원베일리'(4.9%) 등과 임대 비율을 비교하고 있다.

소형 주택형이 늘어난다는 비대위 주장에 대해선 대형 비율이 늘어나 사업성에 지장을 주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현재 신반포2차의 84㎡ 이상 가구 비율이 39%에서 재건축 후 49%로 늘어난다는 것이다.

신통기획 동의 수렴 과정의 하자도 비대위의 일방적 주장이라고 조합은 밝혔다. 조합 관계자는 "당초 신통기획 신청 시 서면 동의서를 받아 56%의 주민이 찬성했다"며 "이후에도 조합 카카오톡 공식 대화방이나 임시총회에서의 서면 동의 등 총 네 차례 신통기획에 대한 주민들의 의견을 들었다"고 해명했다.

조합은 비대위의 반대엔 '스타 조합장'을 앉히려는 목적이 있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아크로 리버파크(신반포1차) 재건축을 성공시킨 후 래미안 원베일리와 반포3주구 등 인근 대형 재건축 사업에 자문을 진행한 스타 조합장 A씨가 조합 임원 선거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다. 그는 2021년까지 신반포2차 고문 역할을 하다가 서초구가 위법을 이유로 제재를 가한 데 이어 현 조합장을 폭행하고 일부 납품업체와 공모해 부당이득을 챙겼다는 폭로가 이어진 바 있다.

조합 관계자는 "A씨가 오는 11월로 예정된 조합 임원 선거를 목표로 비대위를 앞세워 조합에 혼란을 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조합 내부 문제를 조합원들끼리 풀지 않고 외부인을 끌어들여 사업 속도를 지연시키는 비대위의 행동에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상가 조합원 권리가액 둔 소송전까지


서울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2차아파트 상가 전경./사진=정영희 기자
상가 조합원의 아파트 입주권을 둘러싼 논쟁도 사업 발목을 잡고 있다. 상가 소유주는 일정 면적의 상가를 가지고 있는 경우 산정비율에 따라 아파트 입주권을 받을 수 있다. 예컨대 산정비율이 0.3이라면 새 상가 분양가에서 종전 상가 재산가액을 뺀 값이 재건축으로 공급되는 가장 저렴한 가구 분양가의 30%가 될 때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는 셈이다.

산정비율이 낮을수록 상가 소유주가 집을 분양받을 가능성이 커진다. 조합원들 입장에선 산정비율을 낮춰주면 상가 소유주의 재건축 동의 얻기가 용이해지는 장점이 있다. 실제로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재건축추진위원회가 상가 조합원 간 분양비율을 두고 마찰을 빚으면서 조합 설립이 늦어진 바 있다. 물론 상가 조합원이 주택을 분양받으면 일반분양분이 줄어 분담금이 늘어날 수도 있다.

조합은 지난해 2월 총회에서 권리가액 산정비율을 0.1로 변경하는 안건을 제출했다. 추진위는 당시 총회 투표 결과 찬성률이 3분의 2를 넘지 않았음에도 조합이 정관 변경을 강행했다고 주장했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에 따르면 조합 정관 변경 방법은 조합원 3분의 2 이상과 과반수 이상의 찬성을 받아야 하는 부분, 법 또는 정관으로 정하는 방법에 따라 동의를 얻어야 하는 부분 등 3가지로 나뉜다.

비대위는 해당 안건에 대해 조합원 3분의 2 이상 동의가 원칙이라며 지난달 24일 업무방해죄와 도정법 위반 혐의로 조합장을 고소했다. 사흘 뒤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총회결의무효확인' 소장도 접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합은 2020년 창립총회 당시 이미 관련 내용에 대해 조합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표를 받았으며 이번 총회에선 해당 내용이 담긴 합의서를 정관에 반영한 것뿐 절차를 어긴 적은 없다고 맞섰다.
서울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2차아파트 주차장 모습. 통로 가운데에도 주차 구역을 구획해 길이 비좁아졌다. 차량은 일방통행만 가능하다./사진=정영희 기자
김예림 법무법인 심목 대표변호사는 "조합원의 권리·의무가 바뀌는 내용의 정관 변경은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사항"이라며 "만일 조합원 동의를 받는 과정에서 조합 과실이 드러나더라도 조합 정관 변경 방법이 명시된 도정법 규정에 구체적인 개별 사안이 담겨있진 않아 조합장이 고의로 동의 비율을 지키지 않았다는 점이 증명되지 않는 이상 형사처벌로 이어질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설명했다.

조합원들은 조합과 비대위 간 갈등이 길어지면 사업이 미뤄지고 종국엔 신통기획 추진의 이점이 흐려질 것이라며 우려한다. 조합 커뮤니티엔 "재건축이 이렇게 어려운지 몰랐다", "빨리 재건축이 돼서 새집에 들어가고 싶다" 등의 하소연 글들이 이어지고 있다.


대지지분 적지만 입지 최고


신반포2차는 고속버스터미널과 3개의 지하철 환승역세권이란 점에서 최고의 입지라는 평가를 받는다. 반포대교와 올림픽대로 등 주요 도로와의 접근성이 좋으며 백화점, 아웃렛, 지하상가 등도 가깝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신반포2차는 대지지분이 낮아 사업성 자체가 좋다고만 할 수 없는 단지기에 신통기획을 통해 용적률과 층수 인센티브를 받은 것"이라며 "입지가 워낙 좋아 일반 분양가는 높게 설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74㎡ 호가는 25억~32억원 선이며 115㎡의 경우 34억5000만~41억원 선을 호가한다. 이곳은 개발사업으로 인한 부동산 투기 수요를 차단하기 위한 토지거래허가제 지정 지역으로 실거주 목적 외에 거래가 불가능해 거래량이 많지 않다. 올 들어선 지난 3월 68.91㎡가 22억원(7층)에, 4월 79.42㎡가 24억6000만원(9층)에 각각 거래됐다.

진태인 집토스 아파트 중개팀장은 "토지거래허가제 적용으로 급매물 정도 거래된다"며 "다른 재건축 단지나 시장 흐름을 보느라 매수 의사가 적극적이진 않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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