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에 한시적 시행' 비대면진료의 제도화 험로

[머니S리포트-코로나 엔데믹 공식화, 제약업계 영향은①] 모두 만족 못하는 '누더기' 시범사업, 비대면진료는 어디로 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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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종식을 선언했다. 코로나19에 대한 감염병 위기경보 단계를 '심각'에서 '경계'로 하향 조정했다. 2020년 1월 20일 국내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나온 지 3년 3개월 만이다. 엔데믹(감염병 주기적 유행) 전환으로 팬데믹(세계적 감염병 대유행) 기간 수혜를 입은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새로운 활로를 모색해야 한다. 비대면진료 플랫폼, 백신·치료제 개발기업, 진단기업들의 움직임을 살펴봤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엔데믹(감염병 주기적 유행) 전환으로 인해 한시적으로 시행됐던 비대면진료 서비스의 제도권 편입이 갈림길에 선 모양새다. 의료업계는 반대 기조 속 비대면진료 범위 축소를, 플랫폼사업자는 비대면진료의 확대를 주장하고 있어서다. /그래픽=이강준
▶기사 게재 순서
①'팬데믹에 한시적 시행' 비대면진료의 제도화 험로
②"급하다 급해"… 진단기업 살길 찾기 분주
③코로나가 깨운 제약주권의 교훈… 토종 백신·치료제는 어디까지


비대면진료 서비스가 존폐의 기로에 섰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5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엔데믹(감염병 주기적 유행)을 공식 선언함에 따라 코로나19에 대한 감염병 위기경보 단계가 '심각'에서 '경계'로 하향 조정됐고 그동안 한시적으로 이뤄져온 비대면진료 서비스가 '불법'으로 전환되기 때문이다.

정부는 6월1일부터 시범사업을 통해 비대면진료 서비스를 지속할 계획이지만 서비스 제공의 중요 당사자인 의약업계와 플랫폼업계 모두 정부의 시범사업 방안에 '반대'를 외치고 있다. 비대면진료 서비스가 합법적 테두리 안에 정착하기까지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당정은 오는 6월1일부터 비대면진료 서비스의 시범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가운데)이 지난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당정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스1


반대 기조 의약업계는 '동상이몽'


의약업계는 비대면진료 확대에 부정적 입장을 확고히 하고 있다. 비대면진료는 어디까지나 대면진료의 보조적 수단으로 활용돼야 하고 재진(두 번째 이상 진료) 이상 환자에 대해서만 원칙적으로 비대면진료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이다. 여기에 약 배송 서비스는 약물 오남용, 배달사고 등의 문제점이 있다며 반드시 본인이나 보호자가 약국에서 직접 수령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보건복지부(복지부)는 지난 17일 당정협의를 통해 재진 환자를 중심으로 비대면진료를 운영하되 구체적으로 기준을 정해 예외적으로 초진 환자에 대해서 허용한다는 내용을 담은 시범사업 추진방안을 밝혔다. 약 배송과 관련해선 본인이나 보호자가 직접 수령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감염병 환자나 거동이 불편한 환자를 위해 재택 수령 방안도 검토 중이다.

대한약사회 관계자는 "당정협의에서 나온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추진 방안은 단지 플랫폼사업자의 생존을 위해 비대면진료 서비스를 연명하는 수단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지난 3년 동안 비대면진료 사업을 했는데 이에 대한 분석이나 평가도 없고 시범사업 방안에서도 향후 제도화를 염두에 둔 방향성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치과의사협회, 대한약사회, 대한한의사협회는 지난 19일 공동입장문을 내놨다. 이들은 ▲소아청소년과 야간(휴일) 비대면진료 초진 불허 ▲비대면진료 초진 허용 대상자의 구체적 기준 설정 필요 ▲병원급 비대면진료 불허 ▲비대면진료에 대한 법적 책임 소재 명확화 ▲비대면진료 중개플랫폼의 불법행위 관리·감독 강화 ▲비급여 의약품 처방 관련 비대면진료 오남용 금지 등 6가지 안건을 제안하는 동시에 의료현안협의체를 구성해 충분한 논의와 협의를 거쳐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공동입장문이 나온 이후 의약단체별 미묘한 입장차가 나타나고 있다. 당초 발표된 입장문에는 대한병원협회가 참여단체로 이름을 올렸지만 입장문이 발표된 지 1시간만에 공동입장문에서 빠졌다. 대한한의사협회도 공동입장문 발표 후 5시간만에 사전동의 없이 대한한의사협회의 명의를 도용해 성명서를 냈다며 사죄와 관계자 문책을 촉구했다.

대한약사회는 공동입장문 발표와 별도로 협회 차원에서 비대면진료를 받은 환자의 처방전을 취급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 대한약사회 관계자는 "플랫폼 구축이 마무리단계에 있다"며 "비대면진료 플랫폼업체에 약국이 예속화될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특정 플랫폼에 가입하지 않아도 어떤 약국에서도 약을 처방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다"고 설명했다.

플랫폼사업자들은 비대면진료 취지에 맞게 재택배송 서비스를 적용해 약도 비대면으로 처방받을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사진은 가톨릭대학교 은평성모병원 인근 약국에서 약을 구매하고 있는 모습. /사진=장동규 기자


'날벼락' 플랫폼사업자, 우려 해소 분주


비대면진료 플랫폼 사업자들은 정부의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추진에 날벼락을 맞았다. 팬데믹 기간 한시적으로 이뤄진 비대면진료가 제도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플랫폼사업에 뛰어들었는데 정식 서비스 전환 여부가 불투명해져서다.

비대면진료 플랫폼 사업자들로 구성된 원격의료산업협의회(원산협)는 지난 24일 대통령실에 당정이 정한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방안의 철회와 전면 재검토를 요청하는 호소문을 전달했다. 원산협은 일부 국민에게만 제한적으로 적용되는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안이 적용되면 플랫폼기업들에게 사형선고가 내려진 것과 다름없다고 호소했다.

이들은 지난 12일 기자회견에서 "G7 국가 대부분은 코로나19를 거치며 비대면진료를 폭넓게 활용하는 추세"라며 "비대면진료 서비스 플랫폼을 활용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의약품 오남용, 불법 복제약 배달 가능성 등에 대한 사회적 우려를 해소하는 데에도 힘쓰겠다"고 강조했다.

원산협 소속 닥터나우의 전신영 홍보이사는 "복지부 자료를 통해 3600만건이 넘는 비대면진료 사안에서 심각한 의료사고가 확인되지 않았다는 점이 증명됐는데도 비대면진료로 인해 의약품 오남용, 불법 복제약 배달 가능성 등에 우려를 제기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생각한다"고 의약계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복지부는 지난 3월13일 비대면진료 실시현황 자료를 발표했다. 2020년 2월부터 지난해까지 1379만명이 3661만건의 비대면진료를 받았고 심각한 의료사고는 없었다.

전 이사는 대한약사회의 '자가당착' 행보를 비판했다. 그는 "대한약사회는 한시적 비대면진료 사업 기간 '합법'임에도 불법으로 규정하고 약국에 비대면진료를 받은 환자의 처방전에 따른 약 조제를 거부하라고 지시한 사례가 수천건이 넘는다"며 "다른 업종의 플랫폼 사례를 들어 약사의 플랫폼 예속화를 우려한다고 하지만 대한약사회는 오히려 약사에 플랫폼 가입을 거부하도록 지시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비대면진료 사업의 주요 당사자가 한자리에 모이지 않았다는 점을 아쉬워했다. 그는 "한 번도 의약단체, 플랫폼업체, 정부가 한자리에 모여 비대면사업 사업방향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논의한 적이 없었다"며 "누구도 원하지 않고 수행할 수 없는 시범사업 추진방안이 나온 이유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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