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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도 안 가고 24시간 지키는데 알바보다 싸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지나간 자리에 새롭게 등장한 것이 있다. 바로 직원 없는 '무인가게'다. 동네 슈퍼마켓부터 시작해 카페, 안경원, 테니스장, 술집까지 무인가게는 업종을 넓히면서 순항 중이다.
적은 인건비, 24시간 운영과 소자본 창업이 가능한 장점이 무인가게란 꽃을 만개시켰다. 과거 직원이나 아르바이트생이 해야 할 업무를 하루종일 두말 하지 않고 처리하는 '키오스크' 보급도 열풍에 큰 영향을 끼쳤다.
무인가게 초창기에는 결제하지 않고 물건만 가져갈 위험성 등이 존재했다. 물론 도난과 분실 사고는 여전히 단점으로 꼽히지만 언택트시대를 체험하며 터득한 무인가게의 편리함과 경제성은 업종을 넓히면서 우리 삶 속으로 파고들었다. 머니S가 무인가게 열풍으로 진화한 매장을 찾았다.
안경원·테니스장… 직원 눈치 없고 시간도 자유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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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서구 A 안경원은 무인으로 운영된다. 다만 안경원 특성상 오전 9시부터 밤 11시까지 시력 측정을 위한 안경사가 매장 구석 안쪽에 상주한다. 이곳은 진열된 상품 옆에 있는 바코드 쿠폰을 키오스크에 찍어 상품을 구매할 수 있다. 심야에는 매장 앞 무인 출입기에 카드를 넣어 신원을 확인한 후 들어갈 수 있다.
무인 안경원의 최대 장점은 모든 안경을 눈치 보지 않고 무한대로 착용해볼 수 있다는 것이다. 기존 안경원은 직원과 대면하면서 안경테를 착용했으나 무인 안경원은 직원이 없어 모든 안경테와 선글라스를 마음껏 써볼 수 있다. 특히 안경테 옆에 가격표가 붙어 있어 직원에게 일일이 가격 문의를 하지 않아도 되는 점 역시 매력적이다.
해당 안경원 관계자는 "한눈에 다양한 안경테가 보이는 방법을 고민했다"며 "부담 없이 다양한 안경을 착용할 수 있게 상품을 일부러 수직으로 진열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매장 운영 고충과 관련 "안경 도난은 생각보다 없고 진열된 상품을 마구 흐트러뜨리고 가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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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서구 B 테니스장은 무인으로 운영돼 직원 없이 이용자들만 가득했다. 스크린에 카드를 터치해 연습을 시작할 수 있고 이용자 레벨에 따라 프로그램이 달라 맞춤 운동을 할 수 있다.
해당 테니스장을 6개월 동안 이용한 직장인 이모씨(여·30대)는 퇴근 후 운동을 즐긴다. 이씨는 무인 테니스장 장점에 대해 "24시간 운영되는 곳이라 직장 일정에 맞춰 운동하기 편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씨는 "가끔 볼기계가 고장날 때가 있는데 전화로 문의하면 바로 고쳐준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반려견 용품도 24시간 이내에 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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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서구 C 강아지 용품점은 무인으로 운영되는 점포다. '투잡족'이라고 소개한 해당 점주는 창업 동기에 대해 "친구들이 이 업계에 종사해 정보를 알게 됐고 본업과 병행할 수 있어서 뛰어들었다"고 설명했다. 수많은 종류의 반려견 용품으로 가득한 이곳은 키오스크 한 대가 모든 고객을 상대한다.
이곳은 다양한 종류의 상품을 한데 모아 인기를 끌고 있다. 인터넷에 강아지 껌을 검색하면 수백 가지가 나와 어떤 것을 사야 할지, 뭐가 좋은지, 가격은 괜찮은지 비교하기 힘들다. 여기에 택배비까지 붙어 강아지 간식값으로 순식간에 거액이 지출된다.
점주는 '정보 과열'이라면서 "너무 정보가 많아 오히려 선택이 힘들고 단종이 엄청나게 빨리 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해당 무인점포는 단종되지 않은 사료를 손쉽게 살 수 있고 여러 브랜드 간식이 진열돼 쇼핑 편리성을 높여 단골을 끌어당겼다.
투잡으로 무인가게를 운영하는 고충은 무엇일까. 점주는 "무인가게지만 (점주가) 매일 오는 게 좋다"고 말했다. 이어 "무인가게는 직원이 없기 때문에 가게 이미지가 모든 것을 좌우한다"며 "깔끔하게 바닥을 닦고 청소하는 게 좀 힘들다"고 말했다.
결제하지 않고 도망갈까 걱정되지 않냐는 질문에 점주는 "여기는 가족 단위 고객이 많아 그런 걱정은 별로 안 한다"며 "몇 개 도난당해도 인건비가 안 들어가는 게 더 이득"이라고 답했다. 점주는 "하루 이틀 가게를 비워도 걱정되지 않아 (무인가게는) 단점보다 장점이 훨씬 많다"고 전했다.
술도 스스로 계산하고 먹는다… 점원 없는 술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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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대문구 D 무인 술집을 운영하는 손모씨(남·50대)는 혼자 3층짜리 가게를 관리한다. 손씨는 말 그대로 관리만 할 뿐 손님 응대와 계산은 키오스크 2대가 처리한다.
무인 술집의 장점에 대해 손씨는 "인적 리스크가 없는 게 최고"라며 "아르바이트생이 갑자기 결근하는 경우나 인건비를 생각하면 키오스크 2대가 효율성이 높다"고 말했다. 1대당 300만원인 키오스크는 24시간 노동이 가능하나 직원 고용은 더 많은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손씨는 초기 투자 비용만 준비하면 이후 인건비를 획기적으로 절약할 수 있어 곧 '무인 술집 붐'이 올 것이라고 예측했다.
코로나 이전과 달라진 점에 대해 손씨는 "(코로나 이전에는) 손님들이 키오스크가 있으면 짜증을 냈는데 요즘은 사용방법을 모르면 (손님들이) 미안해하고 오히려 배우려고 한다"고 밝혔다.
해당 술집 3층에서 만난 윤모씨(남·20대)는 "루프탑이 유명해서 와봤다"며 무인 술집 장점에 대해 편리성을 꼽았다. 동행한 최모씨(남·20대)는 "기존 술집과 비교해 무인술집이 크게 불편한지 모르겠다"고 이용 후기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