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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억이 넘는 인구가 살고 있는 거대한 대륙 중국. 그중에서도 혜주는 광둥성의 대표적인 도시 심천에서 한시간 정도 더 들어가야 하는 인구 300만명 정도의 중소 도시다. 1980, 90년대 우리의 모습을 떠올릴 정도로 어딘지 촌스럽지만 정겹고 한산한 느낌이다.
지난 10월13일. 조용하기만 한 이곳에서 조금은 시끌벅적한 행사가 벌어졌다. 5성급 호텔, 백화점 등이 자리 잡은 도심가에 냉각테이블로 유명한 생맥주전문점 가르텐비어가 1호점을 오픈한 것이다. 846.2㎡의 면적에 테이블 수만 200여석에 이르는 대형매장이다.
거대한 시장 중국을 잡기 위한 프랜차이즈업체들의 중국 진출이 활발하다. 해외 창업에 관심을 갖고 있는 투자자들의 시선 역시 중국으로 쏠리고 있다. 업계가 추정하는 중국 프랜차이즈시장 규모는 54조원대. 그러나 중국에서 살아남기 또한 만만치 않은 것이 사실. 중국에 진출한 프랜차이즈업체들을 향한 창업 투자자들의 시선 역시 날카로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
디즈에서 운영하는 생맥주전문점 가르텐비어의 중국 혜주 1호점 오픈 현장을 찾아 현지 반응을 직접 살펴봤다.
◆2년의 준비, 철저한 현지화 전략으로 승부
“안녕하십니까. 가르텐비어입니다.”
오픈 행사가 있기 하루 전, 가게 안에 들어서자마자 직원들의 우렁찬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린다. 한국 직원이 중국인 점원들을 상대로 직원 교육이 한창이다.
이곳에서 일하는 점원들 중 한국인은 단 한사람도 없다. 물론 이들의 인사말 역시 모두 중국어. 약 한달 전쯤부터 한국에서 파견 나온 직원이 인사말에서부터 인사하는 자세, 표정까지 서비스와 관련된 부분을 세세하게 교육하고 있는 중이라고 한다. 혜주는 삼성전자, LG전자를 비롯해 국내 대기업들의 진출로 3000여명의 한국 교포가 거주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 교포들이 아닌 중국 현지인들을 주요 대상으로 하겠다는 목표다.
이 때문에 가르텐비어가 혜주에 1호점을 열기까지는 2년의 시간이 걸렸다. 한윤교 대표는 “중국시장에서 중국인들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이들의 문화와 관습을 최대한 철저하게 파악하는 시간이 필요했다”며 “오래 공을 들인 덕에 더욱 탄탄하게 준비하고 첫발을 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대도시가 아닌 중소도시 규모의 혜주를 거점 도시로 택한 것도 장고 끝에 내린 결정이었다. 한 대표는 “가르텐비어 생산업체가 혜주 근처에 있어 자연스럽게 인맥을 구성하고 혜주 상권을 파악하게 된 점이 컸다”며 “원활한 물류 공급은 물론 위치상으로도 홍콩과 근접해 있기 때문에 중국은 물론 홍콩이나 베트남 등의 진출에도 거점 역할을 하기에 충분할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가르텐비어는 국내에서도 대전 1호점을 시작으로 전국 프랜차이즈로 커 나갔다”며 “백화점 등 경쟁력 있는 상권에서 첫시작을 하는 만큼 대도시보다 높은 수익률을 거두며 탄탄하게 입지를 다져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실제로 매장 내에는 중국의 문화를 최대한 반영하려고 노력한 흔적이 곳곳에서 엿보인다. 맥주가 가장 맛있는 온도를 찾아주는 가르텐비어의 냉각테이블에 게임 기능을 접목한 것이 대표적인 예. 버튼을 누르면 무작위로 테이블 좌석에 불이 들어오게 되는 데 이때 불이 들어온 좌석에 앉은 사람이 벌칙으로 술을 마시게 되는 식이다. 이 밖에도 주사위 등을 따로 구비해 놓아 다양한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이는 중국인들이 술자리에서 항상 주사위 등의 게임을 즐기며 왁자지껄한 분위기를 선호한다는 것을 감안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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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까지 중국 10호점, 베트남 10호점 오픈
일단 오픈 첫날 반응은 꽤 성공적인 분위기. 오픈 행사를 마치고 얼마 동안은 행사에 초대 받은 중국 당국의 관계자들이 손님의 전부였다. 하지만 남부 지역에 위치해 밤문화가 발달된 곳이어서 해가 떨어지고 주변이 어둑어둑해지자 손님들이 하나둘 가르텐비어 매장을 찾아 들기 시작했다.
20대 젊은층이 주 타깃인 국내 매장과 달리 이곳에서는 갓난아이를 데리고 나들이 온 가족단위의 손님은 물론, 풋풋한 청년들부터 나이 지긋한 아저씨 아줌마들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어우러진 모습. 왁자지껄한 음악 소리와 함께 이내 주사위를 굴리는 등 술자리를 즐기기 시작했다. 푸짐한 안주 역시 새롭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 대표는 “이번 가르텐비어 매장이 혜주지역에서 식사와 술을 함께 즐기는 문화를 처음 소개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때문에 성공여부를 가늠하기가 쉽지는 않을 것 같다”고 조심스러워했다.
하지만 “현재 중국 내에서 신세대들의 바잉 파워가 확산되면서 맥주를 즐기는 문화가 조금씩 대중화되고 있는 과도기”라며 “가르텐비어의 차별화된 기술력이라면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가르텐비어는 앞으로 케이블 지역방송이나 무료 시식회 등을 통해 대대적인 홍보 행사를 벌여 나간다는 계획이다.
가르텐비어는 혜주 1호점을 시작으로 2010년까지 중국 내 10호점, 베트남 내 10호점을 오픈한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12월부터는 해외투자창업설명회를 매달 개최하는 등 해외 진출에 더욱 박차를 가하기로 했다.
한 대표는 “마스터 프랜차이즈 방식의 해외지사를 설립, 중국 내에서 오랫동안 생활해 온 교포들을 중심으로 지사장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는 “2년 뒤 본격적인 가맹사업이 시작되면 이러한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중국에 새롭게 투자하는 창업자들에게도 인맥이나 현지 정착 등의 문제를 긴밀하게 도울 수 있을 것”이라며 “창업설명회 역시 단순히 해외 투자에 대해 막연하게 설명하는 방식이 아니라 현지를 직접 둘러보고 체험해 볼 수 있는 ‘해외 창업 체험 투어’를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중국은 인건비가 국내 수준의 절반 정도로 고정 지출 비용을 아낄 수 있기 때문에 수익성을 고려할 때도 유리한 점이 많다”며 “아직까지는 미약하지만 해외이민을 고려하는 창업투자자들을 위해 현지 생활 정착을 위한 시스템도 마련토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중국은 프랜차이즈법에 따라 외국 프랜차이즈기업은 2년 동안 2개 이상의 직영점을 성공적으로 운영해야만 가맹사업이 가능하다”며 “무엇보다 투자자들이 가장 고려하는 것은 사업의 수익성과 안정성인만큼 앞으로 2년 동안은 직영점 성공을 통해 투자자들의 믿음을 사는 것이 가장 중요한 임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