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음식의 정수 중 하나로 꼽히는프랑스요리. 그만큼 프랑스 음식문화는 서양요리의 근간이자 기초가 됐다. 기초나 기본이라고 하면 쉬울 법도 한데 아직도 프랑스요리는 우리에게 낯설다. '프랑스요리는 비싸' 혹은 '메뉴명도 어렵고 양도 적어'라는 고정관념이 남아 있기 때문인 듯하다.
깐깐함과 고집으로 담아낸 맛의 예술

하지만 요즘 인기 있는 식당 열곳을 추려보면 다수의 프랑스 식당들이 포진하고 있다. 이는 '프렌치란 이런거야'라는 식의 탄탄한 요리로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은 실력파 레스토랑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서울 속 숨은 프랑스라고 일컬어지는 서래마을에 위치한 라 싸브어(La Saveur)는 그런 곳이다.

라 싸브어는 올해로 7살이다. 프랑스 마을에 있어 이 정도 나이가 된 레스토랑들이 제법 있을 법도 한데, 이 곳이 유일하다. 프랑스 동네의 최고참 프랑스 레스토랑인 셈이다. 변화무쌍한 손님들을 상대로 오랜기간 한자리를 지켜낸 것만으로도 칭찬할만하다. '최고의 프렌치 레스토랑'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니는 라 싸브어를 찾았다.

오픈 초와 같은 클래식한 인테리어로 손님을 맞는다. 주황색 어두운 조명에 가녀리고 얇은 촛불이 테이블마다 켜져 있어 고풍스럽고 부드러운 분위기다. 조용이 흘러나오는 음악은 이런 분위기를 돋운다. 엔틱함이 절로 묻어나오는 의자에 앉아 메뉴판을 폈다.

이 곳의 음식을 가장 잘 보여준다는 디너코스를 보니 A코스(7만8000원)와 B코스(5만8000원)의 내용이 똑같다. 가격만 다를 뿐 '스프, 샐러드, 3가지 전채요리, 메인 요리, 디저트'까지 구성이 똑같은 것. 거의 매일 바뀌는 3가지 전채요리에 따라 A와 B로 나뉜다는 설명이다. 그래서 단골들은 아예 메뉴판을 보지 않고 주는 데로 먹는다고 한다. 와인 선택도 같은 식이다.

주는 데로 먹고 가는 단골이라니, 웬만한 신뢰가 아니고서는 힘든 일이다. 이곳을 이끌고 있는 진경수 오너셰프의 공력이 느껴진다. 프랑스의 대표적 요리학교인 르 꼬르동 블루의 한국인 최초 수석졸업자인 진 셰프는 동종업계에서 깐깐하기로 유명하다. 그에게 합격점을 받지 못한 음식은 바로 쓰레기통으로 직행한다. "이 정도면 괜찮아, 훌륭해, 맛있는데"라고 할 정도의 맛이라도 그의 기준선을 넘지 못하면 손님과는 결코 만날 수 없다. 단지 최상의 맛이 나오지 않아 당일 새벽에 구입하고도 버리는 식자재가 태반일 경우도 있다고. 스스로가 만족하지 못하면 손님도 마찬가지라는 그의 깐깐한 음식철학이 열혈 단골군단을 이끄는 원동력인 듯하다.    
깐깐함과 고집으로 담아낸 맛의 예술

단골군단처럼 이곳의 메뉴판엔 이제 확고히 자리잡은 메뉴들이 있다. 양갈비(3만5000원), 안심스테이크(3만5000원), 꽃게크림파스타(2만5000원), 초콜릿케이크(9000원)가 주인공. 처음 방문했다면 이런 단품으로 맛보는 것도 좋다. 접대나 기념일등 소중한 자리로 추천할 만하다.

위치 : 방배중학교에서 이수교차로 가는 길 편의점 끼고 오른쪽 골목으로 직진, 아베다 끼고 다시 오른쪽 골목으로 들어오면 왼편 건물 지하.

영업시간 : 점심12:00~15:00, 저녁 오후 5:30~11:00(평일) / 5:30~10:00(주말)

연락처 : 02-591-67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