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는 바퀴의 구름성에 사람의 체중을 맡김으로써 마찰 에너지손실을 줄이고, 걷거나 뛸 때 에너지손실의 주요 원인이 되는 신체 각부의 움직임과 무게중심의 위치 변화를 최소화하는 원리로 사람의 이동 능력을 증폭시키는 기계이다. 단지 바퀴 두 개에 조향만 할 수 있었던 드라이지네가 최초의 자전거로 인정받듯, 자전거의 필수 구성품을 꼽으라면 '바퀴'가 가장 먼저다.



<b>바퀴에 체중을 매다는 발명, '와이어 스포크'</b>



1870년대에 등장하여 서양에서 폭발적인 인기로 '단체 라이딩 시대'를 열었던 고풍스런 디자인의 하이휠 자전거(High-wheel bicycle)는 라이더의 다리 길이에 따라 앞바퀴 지름이 결정되었다. 장애물에 걸려 앞으로 고꾸라질 위험이 컸음에도 젊은 남성들은 자신의 신체조건이 허락하는 한 큰 바퀴의 하이휠로 달리고자 했으니, 바퀴가 클수록 속도가 빠르다는 경험지식 때문이었다. 그리고 지금도 그렇듯 당시 라이더들은 최대한 가벼운 '머신'을 원했다.



▲ 하이휠에 오른 신사들(1886년). 서구 국가에서 1970-1980년대는 하이휠의 시대였다. 지역마다 단체 라이딩을 목적으로 동호회가 결성되었고, 회원들은 유니폼을 맞춰 입었다. / 출처 : ‘Two gentlemen ride penny-farthings in Los Angeles’, LA공공도서관, 1886.
▲ 하이휠에 오른 신사들(1886년). 서구 국가에서 1970-1980년대는 하이휠의 시대였다. 지역마다 단체 라이딩을 목적으로 동호회가 결성되었고, 회원들은 유니폼을 맞춰 입었다. / 출처 : ‘Two gentlemen ride penny-farthings in Los Angeles’, LA공공도서관, 1886.
하이휠 디자인에서 모든 체중은 앞바퀴 허브에 집중되고, 뒷바퀴는 균형을 잡는데 보조 역할과 핸들을 틀 때 기준선을 제공할 뿐, 사실상 하중을 지지하는 데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앞바퀴를 따라 흘러내리듯 뒷바퀴에 연결된 프레임은 자전거의 진화에 있어 가장 단순하고 기능적 비중이 낮은 것이었다. 이렇게 독특하고 우스꽝스런 모양이었던 하이휠은 어쨌든 그 당시 소비자들의 욕구 두 가지(큰 바퀴와 가벼운 무게)를 완벽하게 충족시켰다.



▲ 하이휠 자전거(1885년) / 출처: ‘Windsor Ordinary Bicycle’, 런던 과학박물관 ObjectWiki
▲ 하이휠 자전거(1885년) / 출처: ‘Windsor Ordinary Bicycle’, 런던 과학박물관 ObjectWiki
하이휠은 그 이전의 자전거 모델들과 비교할 때 바퀴 자체에 확연한 차이를 드러낸다. 바퀴의 스포크(바퀴살) 재질이 나무에서 쇠로 바뀌었던 것이다. 그리고 하중을 지지하는 방식에 혁신적인 패러다임의 전환이 있었으니, 종전에 나무 스포크가 아래에서 허브를 떠받치고 있었는데 반해 하이휠의 철제 스포크는 위에서 허브를 들어올린다. 이것은 1869년 프랑스인 유진 마이어(Eugene Meyer)의 발명, '와이어 스포크 휠(wire-spoke tension wheel)'이다.



<b>자전거 바퀴의 종결자, '탄젠트 스포크'</b>



다수의 얇은 스포크가 바퀴의 허브와 림 사이의 공간에 방사형으로 설치되어 인장력으로 하중을 지지하는 와이어 스포크 방식은, 페달링 시 허브에 가해진 회전력(토크)을 림(rim, 굴렁쇠)으로 전달하거나 거꾸로 브레이크를 잡을 때 림에 가해진 회전력을 허브로 전달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스포크가 방사형으로 설치된 경우 회전력은 굽힘의 형태로 스포크에 작용하는데 가느다란 스포크는 굽힘을 버티는 강도가 약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스포크의 수를 늘리면 전달할 수 있는 회전력은 커지겠지만, 무게도 함께 증가한다는 문제가 뒤따른다.



이 '회전력 전달'의 문제를 해결한 이는 영국의 제임스 스탈리(James Starley)인데, 그의 첫 하이휠 제품인 아리엘(Ariel)에서부터 문제해결 노력이 돋보인다. 그는 허브의 회전력을 림으로 전달하기 위해 바퀴마다 별도의 'ㄱ' 자형 막대를 두 개씩 설치했다.



▲ 제임스 스탈리의 아리엘 하이휠(1870년) 스포크는 허브를 당겨 올려 하중을 지지하고, 페달링 시 허브의 회전력은 'ㄱ' 자형 막대에 의해 림에 전달된다.※ 사진 속 자전거의 두 바퀴는 전시 과정에서 좌우가 뒤집혀 (잘못) 장착된 것으로 판단된다.
▲ 제임스 스탈리의 아리엘 하이휠(1870년) 스포크는 허브를 당겨 올려 하중을 지지하고, 페달링 시 허브의 회전력은 'ㄱ' 자형 막대에 의해 림에 전달된다.※ 사진 속 자전거의 두 바퀴는 전시 과정에서 좌우가 뒤집혀 (잘못) 장착된 것으로 판단된다.
그로부터 머잖은 1874년, 허브와 림 사이의 회전력 전달 문제에 대한 스탈리의 두 번째 해결책 '탄젠트 스포크 휠(tangentially spoked wheel)'은 역사적인 세이프티 자전거(Safety bicycle)의 디자인에 포함된 가장 돋보이는 발명이다.



탄젠트 스포크 구조에서 각 스포크는 허브의 접선(tangent) 위치에 결합됨으로써 허브의 회전력은 하중과 마찬가지로 스포크에 인장력의 형태로 작용하여 림으로 전달된다. 이로써 아리엘 바퀴의 'ㄱ' 자형 막대는 더 이상 필요 없게 되었다.



▲ 와이어 스포크(좌)와 탄젠트 스포크(우)의 차이
▲ 와이어 스포크(좌)와 탄젠트 스포크(우)의 차이
현대의 자전거에서 탄젠트 스포크는 가장 흔하게 발견되는 바퀴 형상이다. 허브의 접선에 위치해야 한다는 규칙 아래 스포크의 배열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제조업체에 따라 다양한 선택을 하고 있다. 그 이외의 바퀴로는 주로 카본으로 제작되는 '디스크 휠(disk wheel)' 따위가 있다.





※ 본 연재물은 생산기술연구원 자전거종합연구센터(윤덕재 센터장)가 진행 중인 '자전거 특허기술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작성되고 있습니다.



신병철 객원기자: 기술 분석 전문가, (주)다이나필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