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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해양 |
조선업종이 침체에 빠진 것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물론 전반적으로 증시상황 자체가 좋지 않은 것은 어느 업종이나 매한가지지만, 특히 국내 조선업황을 살펴보면 대내외적인 요인들이 겹치며 침체가 길어지고 있다.
조선경기 자체는 업황의 호불호에 따라 지속적으로 등락을 반복한다. 글로벌경제에 따른 무역환경이나 해상물동량의 변화, 해운업황 등이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요소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몰아닥친 불황의 물결을 조선업종도 피해갈 수는 없었다. 예상보다 낮아진 세계 경제성장률이 영향을 끼쳤다. 그나마 잘 나가던 이머징시장도 성장기조가 이어지긴 하지만 전반적으로는 폭이 둔화되는 모습이다.
하지만 본질적으로 투자의 세계에서 오래된, 그리고 변하지 않는 절대적 명제는 '쌀때 사서 비싸게 판다'다. 그렇다면 저렴해진 조선업종에 대한 투자는 현 시점에서 유효할까.
◆ 한박자 빠르게 나서라
양형모 토러스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한박자 빠르게 나가야 한다"면서 "10월까지는 하반기에 확보한 수주와 실적 안정성에 주목해 투자하라"고 권했다.
그에 따르면 현 시점에서 조선업종의 최선호주는 삼성중공업이다. 수익성 좋은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91억달러의 수주를 확보했기 때문이다. 대우조선해양이 하반기까지 63억달러를 확보했으며, 현대중공업은 상선을 중심으로 50억달러를 확보한 상태다.
양 애널리스트는 "하반기 해양프로젝트가 쉬어갈 것이라는 우려는 기우"라며 "시추설비와 소규모 해양 생산설비 프로젝트 합산 시 발주는 280억달러를 상회할 것으로 예상되며, 국내 조선 3사는 하반기에 드릴십을 최소 10척 이상 수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10월 이후부터는 FLNG(부유식 LNG 생산·저장·하역 설비), 신조선가 상승, 상선 소사이클 도래, 실적 개선과 성장성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에 따르면 FLNG의 경우 2014년 해양 생산설비 중 다수 발주가 기대된다. 특히 국내 조선 3사만이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제작이 가능하기 때문에 주요한 이슈가 될 전망이다.
신조선(新造船)가 상승의 경우 지난 30년간 3번의 하락과 2번의 상승사이클이 존재하는데, 사이클은 6년으로 향후 신조선가의 상승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상선의 경우 2013년 발주량이 횡보세로 전환했으며, 2014년 소사이클에 진입하는 시점으로 추정된다.
김홍균 동부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근거 있는 비중확대'라는 리포트를 내고 상선시장이 확실한 턴어라운드를 진행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 애널리스트에 따르면 지난 14일까지 올해 글로벌 상선발주량은 1470만CGT로 지난해 같은 기간 1080CGT 대비 36.8% 증가한 상태다.
그는 "우선 수주량 증가에 이어 잔고가 늘어나는 한국의 우량 조선소들에 주목해야 한다"면서 "글로벌 상선시장의 발주량 증가가 아직 늘어난 글로벌 조선소들의 건조능력엔 미치지 못해 수주잔고 감소가 이어지고 있는데, 한국 우량 조선소들은 높은 경쟁력을 통해 상대적인 차별화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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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해운 |
◆ 사별 차입규모·만기 체크 필요
조선주에 대한 장밋빛 전망이 가득하지만, 현 시점에서는 우려를 씻어내기는 힘든 상황이다. 조선업체들이 중장기 부진과 개선세의 지연, 약화된 재무구조와 이에 따른 차입금 상환부담 심화, 전반적인 자금 조달시장 경색 등 '사중고'에 시달리고 있어서다.
특히 대형사는 어떻게든 버틴다 하더라도 일부 중견 조선업체의 경우 유동성 부족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 이후 미국의 신용위기, 유로존의 금융위기가 연이어 발생하며 세계경기 침체가 개시됐고 이에 따라 신조선 수요가 급감한 상태다.
김익상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신조선의 발주가 본격화되기 위해서는 회복세의 미국뿐만 아니라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유로존의 경기회복이 동반돼야 하며, 그 시기는 최소한 1년이 경과될 것"이라며 "조선사의 최근 실적과 현금 흐름, 총차입금과 상환 만기구조에 대한 체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김 애널리스트는 "지난 1분기 말 기준으로 국내 7개 조선업체의 회사채 잔액은 총 7조5000억원 수준으로 등급별 회사채 잔액은 AA급이 4조8000억원, A급이 1조7000억원, BB급이 1조원"이라며 "현 시점부터 2014년까지의 회사채 만기도래액은 약 3조원이며, 만기 비중은 39.3%"라고 설명했다.
김 애널리스트는 "A급과 BB급의 회사채 만기 도래 합이 1조1500억원이기 때문에 상환부담이 상당할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이어 "A급의 한진중공업의 경우 2014년 회사채 만기 도래액이 8500억원에 달하는데 2014년 분기별 도래액은 1분기 4000억원, 2·3·4분기 각각 1500억원 규모"라며 "내년 1분기 상환구조가 매우 부담스러운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한진중공업의 만기구조를 살펴보면 상환규모와 만기비중은 올해 말까지 4800억원(28.1%), 2014년 8500억원(49.8%), 2015년 3770억원(22.1%)이다. 올 2분기부터 2014년 말까지 만기 도래하는 회사채는 1조3300억원이다. 누적 만기 비중은 77.9%에 달한다.
그는 "내년 내에 유동성 위기를 경험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지금부터 현금확보 정책에 주력해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8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