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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터=임종철 |
한국과 중국간 같은 노선을 두고 중국 국적항공사는 마음대로 우리 땅에 들어오지만, 우리 국적항공사는 중국에 쉽게 취항할 수 없는 기묘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다름아닌 제주기점 중국 노선얘기다. 우리 정부는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국제항공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제주특별자치도에 대해 '일방적' 자유화를 선언, 해외항공사의 자유로운 취항을 허용했다.
반면 중국은 아직까지 우리와 항공자유화를 체결하지 않아 우리 국적사의 중국 취항을 제한하고 있다. 여기에 자국 항공사 보호를 위해 그나마 운항하던 우리 국적사의 부정기 운항마저 엄격히 막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항공업계에선 개별항공사 보호가 아닌 '국가기간산업 보호' 차원에서 정부의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거세다.
◆중국관광객 급증…일본관광객 '추월'
지난 6월 말까지 올 들어 한국을 방문한 중국인은 173만5371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19만1538명보다 29.5% 증가했다. 2009년 이후 올해까지 6월 말 기준 누적방한 중국인 연평균 증가율도 35%에 육박하며 외래관광객 1000만시대를 견인했다.
이 같은 폭발적인 중국인 관광객 증가에 힘입어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 가운데 중국인 비율은 31.4%로, 24.2%를 기록한 일본인 관광객을 앞질렀다.
우리나라와 중국을 잇는 항공편도 급증했다. 올 6월 말까지 인천국제공항과 제주국제공항 등 우리나라와 중국을 잇는 항공편은 모두 4만2123편으로 지난해 3만6970편보다 13.9% 증가했다. 여객수도 515만3954명으로 지난해 459만1894명보다 12.2% 늘었다.
특히 제주국제공항 기점 운항편수와 이용객 증가로 인해 올해 제주와 중국 노선의 운항횟수는 3325편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882편보다 76.7% 증가했다. 여객수도 지난해 24만1113명보다 무려 84.3% 증가한 44만4393명이 이용해 사상 유례없는 중국인 관광특수를 누리고 있다.
이처럼 제주를 찾는 중국인 관광객들이 늘고 있는 이유는 제주가 특별자치제를 시행한 이후 중국인에 대해 무비자 입국을 허용하는 유일한 지역이라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일방적' 자유화로 中 국적사 '대공세'
물론 중국인 관광객이 크게 늘면서 우리나라 저비용항공사(LCC)도 성장의 기회를 잡았다. 한중간 항공자유화가 이뤄지지 않았지만 밀려드는 중국인의 수요를 흡수하기 위해 제주기점 부정기편 운항을 확대, 실적 개선의 기틀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제주항공과 진에어, 이스타항공 등 국내LCC는 지난해 6월 말 기준으로 제주기점 중국 노선에 683여편을 운항해 9만9402명을 수송했으나 올해는 같은 기간 1212편 17만8470명을 수송하며 각각 80%에 가까운 성장률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중국 국적항공사의 운항횟수와 여객수도 2배 이상 증가했다.
하지만 이 같은 호황의 이면에는 한국정부가 제주기점 국제선에 대해 일방적 자유화를 선언한 이후, 이를 활용한 중국 국적사의 대공세로 점차 난관에 봉착하고 있다는 '그늘'이 존재한다.
1998년 우리 정부는 외환위기 직후 외국인 관광객 감소 등 항공시장의 위축을 우려해 제주국제공항에 한해 일방적 자유화를 선언했다. 자유화지역에 대해서는 운항횟수나 좌석 공급규모 등을 항공사가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기 때문에 중국 항공사들은 그때부터 자유롭게 제주에 정기노선을 개설할 수 있었다.
그러나 중국은 2006년 우리나라와 산둥성·하이난에 한해 부분적으로 자유화에 합의한 것이 전부여서 이 두 지역을 제외한 다른 도시에 우리 국적사가 취항하는 것은 여전히 불가능한 상황이다.
◆제주항공 등 제주기점 중국 노선 '중단'
한국정부의 일방적 자유화에 따른 중국 국적사의 자유로운 정기노선 개설과 이를 보호하기 위한 중국정부의 규제 강화는 즉각 우리 국적 LCC의 운항 중단으로 나타났다.
제주항공은 지난해 12월부터 운항하던 제주기점 닝보 노선의 지속적인 운항을 신청했지만 중국 항공당국이 이 노선에 자국 항공사가 정기노선을 개설했다는 이유로 운항을 불허했다. 진에어 역시 제주와 하얼빈 노선에 10월까지 운항을 계획했으나 중국 남방항공이 취항함에 따라 운항을 포기했다.
그렇다고 제주항공이나 진에어가 부정기가 아닌 정기 노선을 개설할 수도 없다. 항공자유화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인데 항공자유화를 위해서는 두나라 정부 간의 항공회담이 이뤄져야 한다.
중국으로선 현상황에서 굳이 항공자유화를 서두르거나 확대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 한국 LCC들이 중국 각 도시를 새로 개척해 부정기를 띄우는 것을 가만히 지켜보다가 시장성이 충분하다고 판단되면 자국 항공사가 자유롭게 정기노선으로 취항하면 되기 때문이다.
국내 LCC업계 관계자는 "중국은 자신들의 항공사가 정기노선으로 운항하기 때문에 부정기 노선을 운항하는 항공사에게 비켜달라고 하면 된다"며 "결국 한국 LCC들은 죽을 맛이고 중국 항공사들은 식은 죽 먹기인 셈"이라고 표현했다.
◆中 정부의 규제 강화 '첩첩산중'
더 큰 문제는 중국정부가 최근 한국과 중국간 부정기 노선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추세여서 국내 LCC업계의 타격이 예상보다 클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 중국 항공당국은 ▲자국 항공사가 정기노선을 개설한 노선에 대해서는 한국 LCC의 부정기 노선을 불허하고 ▲노선 별로 부정기 운항기간이 4개월을 넘지 못하며 ▲동일 노선에 복수의 항공사 운항을 불허한다는 방침을 확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항공의 닝보나 진에어의 하얼빈 노선의 경우 중국 동방항공과 남방항공이 정기노선을 개설해 운항을 중단했으며, 7월을 기준으로 제주기점 스자좡은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 장사의 경우 진에어와 티웨이항공 등이 운항하고 있으나 앞으로 이 노선 역시 복수운항이 차단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지난 5월31일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 주재로 마련된 항공사 CEO 간담회에서 국적 LCC들은 이 같은 문제점을 설명하고 대책 마련을 요청했지만 우리 정부는 "검토해 보겠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취한 것으로 전해졌다.
☞ 항공자유화란?
항공사가 노선구조와 운항횟수에 제한없이 자유로운 항공운송을 보장하는 것을 의미한다. 넓은 의미에서는 항공운송업계에 대한 정부의 인허가나 규정 등 기업환경의 제한을 완화하는 범위까지 포함된다.
항공사가 노선구조와 운항횟수에 제한없이 자유로운 항공운송을 보장하는 것을 의미한다. 넓은 의미에서는 항공운송업계에 대한 정부의 인허가나 규정 등 기업환경의 제한을 완화하는 범위까지 포함된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92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