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항영 MTN 전문위원과 백선아 MTN 앵커가 만나 핫한 트렌드의 맥을 짚어 드립니다. 센스 있게 흐름을 읽어주는 미녀 앵커와 시크하게 경제 포인트를 짚어주는 훈남 전문가가 경제 이야기를 부드럽게 풀어냅니다. 세상 흐름 속 숨어있는 경제이야기를 함께 하시죠.
최근 미용에 대한 남성들의 관심이 날로 커지고 있다. 예전 남성들은 미용에 관심을 갖는 것 자체를 민망해하며 가꾸는 것을 꺼렸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다. '남자는 깔끔하면 된다'에서 '남자도 예뻐야 된다'로 진화한 것. 그만큼 시대가 변했다.
전형적인 남자라 남세스러워 도저히 화장품을 바르지 못하겠다는 핑계는 더이상 통하지 않는다. 그런 남성들을 위해 기능성을 갖춘 '올인원'(All in One) 제품도 등장했다. 화장품에 시간 뺏기기 귀찮아 하는 남성들을 겨냥한 것이다.
화장품은 여성에게나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그렇지 않다. 오히려 남성의 피부결이 여자보다 거칠고 유분이 과다한 경우가 많아 더 세심한 관리를 요한다. 남성용화장품이라고 해서 거친 느낌만을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최근에는 남성화장품도 성향에 맞춰 다양하게 발전하고 있다.
◆국내외 브랜드, 韓 남성화장품시장에 '눈독'
글로벌 화장품시장 규모는 약 2500억달러로 매년 3~4%씩 성장하는 소위 성숙산업이다. 이 중에서 한국은 약 85억달러의 규모로 당당히 8위를 차지했다. 한국이 아직 GDP(국내총생산) 규모 15위인 점을 감안하면 화장품시장은 상당히 앞서 있는 셈이다. 게다가 1인당 화장품 소비 규모를 보면 한국인의 피부사랑을 엿볼 수 있다. 일본, 프랑스, 영국, 독일 등에 이어 5위 수준이다.
화장품시장을 남성화장품으로 좁히면 한국의 성장세는 무서울 정도다. 매년 두자릿수의 고속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2012년 기준 전세계 남성화장품의 시장 규모는 약 27억달러 수준. 이 중에서 한국은 당당히 1위를 차지했다. 한국의 남성화장품시장은 5억6000만달러 규모(한화 6000억원)다.
국내 남성화장품시장이 급팽창하자 각 화장품업체들도 발 빠르게 행동에 나섰다. 남성화장품 라인을 강화하며 시장 선점을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것. 지난 2011년 홍대 부근에 대한민국 최초로 남성화장품 전문매장을 열었던 아모레퍼시픽의 경우 '헤라 옴므'를 비롯한 남성화장품 매출이 매년 10% 이상 늘고 있다. LG생활건강의 남성화장품 브랜드 '보닌'은 남성전용 미백 개선 에센스와 BB크림 등 기능성화장품은 물론 세안을 위한 클렌징 전문라인까지 구비할 정도로 공을 들이고 있다.
해외 브랜드들도 국내 남성화장품시장에 진출하기 시작했다. 고급 화장품브랜드 SK-II는 SK-II Men의 세계 첫 출시지역을 대한민국으로 정했다. 이미 한국시장은 모든 화장품브랜드들의 각축장으로 변했다. SK-II 의 효녀상품인 남성용 피테라 에센스와 랩 시리즈의 BB크림 등도 한국에서 최초로 출시됐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한국남성에게 통하면 전세계 남성들에게도 통한다는 말까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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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브랜드뿐만 아니라 해외 브랜드까지 한국의 남성화장품시장에 전력을 쏟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우리나라 옆에 있는 중국 때문이다.
중국의 화장품 1인 소비는 아직 우리나라의 1/12 수준에 불과하지만, 전체 시장 규모는 우리나라의 3배 규모로 성장했다. 현재 세계 3위지만 1위 등극도 시간문제인 중국시장에 전세계 모든 화장품회사들이 눈독을 들이는 것은 당연하다. 따라서 국내외 화장품 브랜드들은 화장품업계에 불고 있는 한류를 고려할 때 한국에서 성공하면 중국에서의 성공도 담보할 수 있다고 여기고 있다.
김종섭 강원대 교수가 펴낸 논문 <중국 내 한류가 한국 화장품의 구매의향에 미치는 영향>에 따르면 중국 여자대학생의 86.7%, 남자대학생의 78.7%가 한국 브랜드의 화장품을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의 대도시 남성들은 이미 선진국 수준의 생활패턴을 보인다. 지난 2월 <비즈니스 위크>의 보도에 따르면 대도시에 근무하는 남성의 73%는 본인의 외모가 사회생활의 성공이나 연애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따라서 중국 도시 남성들이 화장품시장의 적극적인 소비층으로 떠오르고 있다. 아직은 중국 내 남성화장품시장이 여성화장품시장에 비해 성장률이 낮지만 머지 않아 한국을 능가할 것이라는 데 업계는 주목한다.
국내 최대 화장품메이커인 아모레퍼시픽을 보면 이런 분위기가 쉽게 감지된다. 사실 아모레퍼시픽의 국내시장 매출 증가세는 2010년 이후 두드러지지 않았다. 한국 화장품시장이 성숙기로 들어섰기 때문이다. 그러나 해외매출, 특히 중국향 매출이 크게 늘면서 제2의 고속성장을 보이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아모레퍼시픽의 해외부문 매출이 50% 이상 성장하면서 전체 매출의 22% 성장을 견인할 것으로 전망했다. 주식시장도 화답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대비 주가가 무려 60%까지 급등하기도 했다.
물론 아모레퍼시픽의 주가가 최근 급등한 것은 중국인의 한국화장품 선호라는 단순한 요인 때문만은 아니다. 하지만 국내 화장품업체들이 중국시장에서 성장동력을 찾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런 흐름 속에서 한국기업들은 한류스타나 한국소비자들이 애용하는 제품을 따라서 사고 싶어하는 중국인의 구매심리를 잘 활용해야 할 것이다. 중국 남성소비자를 겨냥한 적극적인 마케팅은 필수다.
이제는 남성의 화장에 대해 잔소리를 하거나 참견하기에 앞서 급성장하고 있는 남성화장품과 관련한 비즈니스를 찾거나 최소한 주식투자를 하는 데 아이디어라도 얻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3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