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단지는 지난 2일 동시에 1~2순위 청약접수를 진행하며 진검승부를 펼쳤다. 결과는 무승부. 양측 모두 높은 경쟁률로 기분좋게 순위 내 마감했다.
분양시장의 바로미터라고 할 수 있는 강남에서의 한판 승부였던 만큼 결과가 의미하는 바도 크다. 두 사람과 함께 결과를 분석하고, 이를 통해 최근 부동산시장의 분위기를 살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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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삼성물산 |
◆분양대전 결과는… 의미 있는 ‘무승부’
어금지금하다. 삼성물산의 ‘래미안 서초 에스티지’와 대림산업의 ‘아크로리버파크2차’가 딱 그랬다. 하나는 강남역 삼성타운 배후에 위치한 래미안타운의 핵심단지였고, 다른 하나는 10년 만에 강남 한강변에 생기는 새 아파트였던 만큼 전문가들조차 예상이 엇갈렸다.
일단 결과만 놓고 본다면 래미안이 앞선 듯 보인다. 지난 2일 1·2순위 청약접수 결과 ‘래미안 서초 에스티지’는 총 43가구(특별공급분 제외) 모집에 3138명이 몰리며 평균 72.9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또한 ‘아크로리버파크2차’는 총 189가구(특별공급분 제외) 모집에 3375명이 몰리며 평균 17.8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김 대리: 단순히 평균 경쟁률로만 승패를 판단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여요. 분양가 차이가 컸음에도 불구하고 청약통장 개수(1·2순위 청약접수 인원)만 놓고 보면 ‘아크로리버파크2차’가 오히려 많았거든요. 래미안의 분양가구수가 워낙 적다 보니 경쟁률이 높아졌다고 볼 수도 있고요.
발끈하고 나선 김 대리(아크로리버파크)의 말에도 일리가 있다. 1순위 청약접수 인원만 보더라도 래미안 서초 에스티지는 2196명, 아크로리버파크는 3285명으로 분양가가 더 비싼 아크로리버파크에 더 많은 유효수요자가 몰린 게 사실이다. 래미안의 분양가는 3.3㎡당 3100만원대였던 반면, 아크로리버파크의 분양가는 3.3㎡당 4100만원. 같은 강남권임에도 불구하고 분양가 차이가 워낙 컸던 만큼 수요층 자체가 달랐다고 볼 수도 있다.
사실 평균 청약률도 래미안이 너무 높게 나왔을 뿐, 아크로리버파크의 ‘17.8대 1’도 침체일로를 걷고 있는 분양시장의 분위기를 감안하면 충분히 칭찬받을 만한 성적표다. 부동산시장이 지독하게 침체된 가운데 거둔 값진 '무승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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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미안 서초 에스티지, 낮은 분양가+삼성타운 배후수요
홍 대리: 일단 저렴한 분양가로 가격경쟁력을 높인 게 주효했죠. 여기에 강남역이라는 검증된 입지여건과 강남권에서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래미안의 브랜드파워가 더해져 고급주택수요자들을 움직인 것으로 보입니다.
래미안 서초 에스티지의 착한 분양가는 본격적인 분양에 돌입하기 전부터 화제가 된 바 있다.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돼 3.3㎡당 2700만원대부터 책정됐으며, 평균 분양가는 3.3㎡당 3100만원대. 이는 비슷한 시기에 공급되는 경쟁단지에 비해 저렴하고 인근 시세와 비교해 봐도 크게 웃돌지 않는 분양가다.
김 대리: 삼성 임직원들도 청약성공에 큰 역할을 했잖아요. 그런데 이건 반칙 아닌가요?(웃음) 임직원을 제외하면 저희 아크로리버파크의 경쟁률이 높았을 수도 있다고 보는데.
아쉬움이 묻어난 말. 배후수요가 풍부했을 뿐 반칙이 아니라는 것은 김 대리도 알고 있었다. 래미안 서초 에스티지는 강남역 서초 삼성타운에서 도보로 5분 거리도 채 되지 않는 직주근접 아파트로 분양 전부터 삼성임직원들에게 많은 관심을 받았다. 실제로 서울 소재 삼성계열사에 근무하는 임직원을 비롯해 삼성 주요공장과 연구소가 밀집돼 있는 탕정·구미·천안·수원 등에 있는 임직원의 문의가 잇따랐다. 삼성 임직원 전용게시판에 올린 분양소개 글의 조회건수가 1만여건, 임직원 관심고객 등록건수도 1500여명에 달했다는 게 홍 대리의 설명이다.
◆아크로리버파크2차, 한강조망권+명문학군
래미안 서초 에스티지가 삼성타운 배후에 위치했다면 아크로리버파크는 ‘한강’을 코앞에 두고 있다. 한강 조망권의 가치는 두말할 필요조차 없다. 실제로 한강 조망권을 확보한 서울 강남권 고급 아파트의 경우 현재 1억원까지 프리미엄(웃돈)이 형성돼 있고, 같은 단지에 같은 면적이라도 한강 조망권 여부에 따라 매매가격에는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
김 대리: 한강 조망권을 강남 도심 야경(래미안 서초 에스티지를 비유)과 비교할 순 없죠. 도보 5분 거리의 9호선 신반포역을 비롯해 3·7호선 환승역인 고속터미널역에서도 가까운 역세권 아파트로, 세화여고(자율형사립고)·계성초(사립초)·반포초·잠원초·반포중·신반포중·세화여중 등 막강 학군까지 보유하고 있습니다. 몸값이 비쌀 수밖에 없는 이유죠.
앞서 언급했듯 ‘아크로리버파크2차’의 평균 분양가는 3.3㎡당 4130만원으로 아파트 역대 최고 분양가다. 김 대리는 최근 분양에 나선 강남 서초구 재건축아파트 중에서도 가장 비쌌음에도 불구하고 가장 많은 1순위 청약자가 몰렸다는 것은 그만큼 투자가치가 높은 아파트임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아크로리버파크는 강남 한강변에 10년 만에 생기는 아파트다. 지난해 1차 분양성공에 이어 2차도 쾌조의 스타트를 끊으며 ‘반포’의 뛰어난 입지적 가치를 증명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9·1대책 약발? 부동산시장 살아나나
이번 승부가 기분 좋은 무승부라고 평가 받을 수 있는 이유는 침체된 부동산시장이 살아나는 신호탄으로 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어서다.
지난 9·1대책 발표 이후 부동산시장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 가운데 전문가들은 그 진원지로 강남을 예상한 바 있다. 그 예상이 적중한 셈. 강남에서 시작된 뜨거운 열기가 어느 지역으로 퍼져갈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홍 대리: 일단 수도권 분양시장은 확실히 분위기가 살아나고 있는 게 여기저기서 감지되고 있습니다. 이달 중 분양예정인 '영등포 아크로타워 스퀘어'의 경우 9·1대책 이후 문의전화가 3배 정도 늘었고 홈페이지 페이지뷰도 10배 늘었어요. 심지어 최근에는 불법 떳다방(이동식 중개업소)들도 모델하우스 오픈 날짜를 체크하고 있다고 하더군요. 이밖에 같은 달 분양 예정인 '미사강변센트럴자이'도 최근 하루에 400여통씩 문의전화가 오고 있다고 합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5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