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명 검사장'으로 불렸던 양부남 의원(더불어민주당·광주 서구을)이 더불어민주당, 그리고 이재명 대통령 후보의 법률 참모로 정치 전면에 나서게 된 배경을 들어봤다. 사진은 지난 4월 양부남 의원이 머니S와 인터뷰하고 있는 모습. /사진=김성아 기자

검사 출신이라는 수식은 정치권에서 낯설지 않다. 하지만 '항명 검사장'으로 불렸던 이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법률 참모로 정치 전면에 나서게 될 줄은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다. 강원랜드 수사 당시 윗선의 외압에 저항했던 전직 '특수통' 검사장, 양부남 의원(더불어민주당·광주 서구을) 이야기다.

양 의원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는 2003년 대선 불법 선거자금 수사팀에서 1년을 함께했고 당시 인연을 맺은 한동훈 전 국민의힘 당 대표와도 왕년의 무용담을 나눌 만큼 가까운 사이였다. 그런데 정작 정치권에서 그가 손을 맞잡은 쪽은 그들과 정면으로 맞서는 더불어민주당, 그리고 이재명 대통령 선거 후보였다.

"억강부약은 수사가 아닌 이재명의 삶"

양 의원은 "이 후보는 소년공 출신으로 어려운 환경을 견디며 스스로 길을 개척한 인물이다. 바닥부터 시작해 기름때 묻은 손으로 쌓아 올린 시간이 '억강부약'이라는 그의 정치 철학을 만들어냈다"며 "억강부약은 이 후보에게는 수사가 아니라 삶 속에서 체득된 신념"이라고 했다. 사진은 지난 1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을 찾아 양부남 의원(앞줄 왼쪽)과 참배에 나선 모습. /사진=양부남 의원실 제공

양 의원은 2021년 가을, 경기도지사 공관에서 처음 이재명 후보(당시 경기지사)를 마주했던 순간을 또렷이 기억했다. "이 후보가 서류 한 짐을 안고 들어오길래 '무슨 서류를 그렇게 들고 다니십니까' 물으니 '결재가 하루만 밀려도 군 단위로 내려갈 때는 1~2개월 늦어진다'고 하더라. 다음 날 처리해도 될 법한 데 저녁 자리에 그날 해야 할 일을 모두 챙겨온 거다. 그 모습에서 실용적인 행정가의 면모를 봤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점은 이 후보의 솔직함이었다고 했다. 양 의원은 "언론을 통해 비우호적인 보도들을 여럿 접했는데 첫 만남임에도 이 후보는 오히려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꺼내더라"며 "유력한 대선 주자가 일개 변호사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소탈하게 설명하는 모습을 보고 솔직하고 당당한 사람이라는 인상을 받았다"고 소회했다.

같은 해 12월, 양 의원은 더불어민주당 제20대 대선후보(이재명) 법률지원단장으로 합류해 이재명 후보의 각종 사법 리스크 대응의 선봉에 섰다. 윤석열 전 대통령과 그의 가족을 둘러싼 의혹을 추적하고 고발장을 작성하는 일도 도맡았다.

곧바로 반발이 쏟아졌다. 전화와 문자 메시지는 전·현직 검찰 동료들의 항의와 비난으로 불이 났다. 그런데도 양 의원은 "후회는 없다"며 "윤석열과 국민의힘이 만들고자 하는 세상과 이재명과 민주당이 지향하는 세상은 애초에 출발점부터 달랐다. 나는 이 후보가 그리는 세상에 인간적으로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고 단호히 말했다.


양 의원은 스스로를 '촌놈'이라고 표현했다. 전남 담양에서 나고 자란 그는 담양공고와 전남대 법대를 졸업했다. 실업계 고등학교와 지방대를 거쳐 흔히 말하는 '빽' 하나 없이 검찰 조직에서 버텨내고 고검장 자리까지 오른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런 그에게 이재명 후보의 인생 여정은 낯설지 않았다고 했다.

양 의원은 "이 후보는 소년공 출신으로 어려운 환경을 견디며 스스로 길을 개척한 인물이다. 바닥부터 시작해 기름때 묻은 손으로 쌓아 올린 시간이 '억강부약'이라는 그의 정치 철학을 만들어냈다"며 "억강부약은 이 후보에게는 수사가 아니라 삶 속에서 체득된 신념이다. 특권과 반칙으로 움직이는 강자의 욕망을 절제하고 약자의 삶을 끌어안는 정치 말이다. 주류와 비주류의 경계를 허물고 누구나 동등한 기회를 갖는, 그런 세상을 만들겠다는 이 후보의 비전에 공감했고 그래서 손을 잡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재명이라면 새로운 시대 열 수 있다… 혜안과 경청력 갖춘 후보"

이재명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본 그는 이 후보를 "혜안이 있고 타인의 의견을 경청할 줄 아는, 이 두 가지를 모두 갖춘 유일한 대선 후보"라고 말했다. 사진은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지난 1월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에 마련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광주시민분향소를 찾아 헌화하고 있다. 왼쪽부터 양부남 의원, 이재명 당대표, 이해식 의원, 민형배 의원. /사진=뉴시스

사법 리스크 전반을 담당하며 이재명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본 그는 이 후보를 어떻게 평가할까. 그는 "혜안이 있고 타인의 의견을 경청할 줄 아는, 이 두 가지를 모두 갖춘 유일한 대선 후보"라고 말했다. "이 후보는 경제에 대한 해박한 지식뿐 아니라 복잡한 상황을 풀어내는 능력과 통찰력이 뛰어나다. 또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을 줄 아는 사람이다. 변호사 개인의 의견도 다 듣고, 다 메모하고, 다 곱씹는다"며 독할 것 같은 인상과 달리 의외로 수줍고 부드러운 면모도 있다고 귀띔했다.

양 의원은 현재 대한민국이 단순한 보수·진보의 이념 대립을 넘어 성별과 세대의 갈등이 중첩된 일종의 '심리적 내전 상태'에 빠져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사회 갈등이 극단으로 치닫는 근본 원인은 불균형에 있다"며 "국가 전체의 부는 늘었지만 그 부가 극소수에게 집중되면서 다수의 상대적 박탈감이 커졌다"고 지적했다.

그렇기에 지금 대한민국에 가장 필요한 것은 무너진 민생을 재설계하고 분열된 민심을 통합할 수 있는 리더십이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그 적임자로 이재명 후보를 지목했다. 그는 "미국발 통상 위기에 더해 윤 전 대통령의 불법 비상계엄 시도 이후 불안 심리가 확산하면서 소비가 위축되고 경제 전반이 얼어붙었다"며 "이같은 복합적 위기 국면에서는 과감하고 혁신적인 경제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리더가 절실다"고 말했다.

그는 이재명 후보가 이미 성남시장 시절 무상 교복과 공공산후조리원 지원, 청년 배당 등 이른바 '이재명표 정책'을 통해 실용성과 성과를 입증했다고 평가했다. "말뿐인 비전이 아니라 실제로 혁신적인 제도를 만들고 성과를 낸 경험이 있다는 점에서 신뢰할 수 있는 정치인"이라는 설명이다.

또 "이 후보는 단순히 성장만을 추구하는 인물이 아니라 공정한 분배까지 함께 고민하는 정치인"이라며 "특히 청년 세대가 출신 지역, 성별, 학벌이 아닌 능력으로 평가받는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 의지가 강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열린 태도로 통합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인물, 진영논리에 갇히지 않고 새로운 시대를 열 수 있는 지도자는 이재명 후보밖에 없다"고 단언했다.

"이재명, 실용의 정치인… 복수심 없는 리더"

양 의원은 이재명 후보를 두고 "반(反)기업적 인사라는 세간의 인식은 사실과 거리가 있다"고 잘라 말했다. 사진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이 8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대선후보 초청 경제5단체장 간담회에서 대화하고 있는 모습. /사진=국회사진기자단

양 의원은 이재명 후보를 두고 "반(反)기업적 인사라는 세간의 인식은 사실과 거리가 있다"고 잘라 말했다. 오히려 그를 "철저하게 실용적 사고를 가진 사람"으로 규정했다. "이 후보는 기업을 키워야 경제 파이가 커지고 그래야 사회 전체가 함께 나눌 수 있다는 인식, 즉 경제가 성장해야 분배도 가능하다는 점을 충분히 알고 있다. 시장에 대한 이해와 유연함을 갖춘 실용주의자"라고 평가했다.

이 후보를 향한 일각의 '보복 정치' 우려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이재명이 보복할 것이라 말하는 이들은 과거에 보복을 해봤던 사람들이다. 자기들이 했으니 이 후보도 그렇게 할 거라고 짐작하는 것이다. 보복 문제에 대해서는 그와 여러 번 이야기했는데 자신을 가장 거세게 핍박했던 검찰에 대해서도 복수심이나 감정적 대응을 할 마음이 전혀 없었다"고 강조했다.

이번 대선에서 광주시당 선대 위원장을 맡게 된 그는 각오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압도적 정권교체를 위해 투표율, 득표율 모두 90%를 겨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양 의원은 지역 재정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역위원회와 자생조직을 활용해 지역·직능별 2가지 방향으로 공략 전략을 세분화해 본격적 선거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그는 "경제계, 상공회의소, 교수 협회, 법조계, 문화예술계, 의료인, 종교인, 그리고 20·30 청년층 등 각기 특화된 그룹을 구성해 지역구 의원들이 전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