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극장가는 <겨울왕국>으로 시작해 'Let it go' 열풍으로 끝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세계 흥행 1위 애니메이션이라는 역사를 새로 썼으며 특히 국내에서는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첫번째 애니메이션으로 기록됐다. 식은 듯 보였던 <겨울왕국>의 인기는 연말이 되자 엘사 인형 등이 북미지역 크리스마스선물 1위에 오르며 다시 불붙었다.

아울러 또 하나의 판타지 스노버스터 <눈의 여왕2: 트롤의 마법거울>이 후속작으로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올해 '썸'이란 단어를 대중에 각인시킨 가수 소유가 <눈의 여왕2> OST에 참여해 'Let it go'의 열풍을 이어갈지도 주목된다.


 

 

[시시콜콜] 올해도 '얼음공주'가 지배할까

◆한류스타 vs 흥행보증수표, 승자는?

하지만 2015년에도 얼음공주가 극장가를 휩쓸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올해 극장가는 그렇게 단조롭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벌써부터 대작들이 줄줄이 개봉을 알리며 기대를 한껏 받고 있다. 젊은 배우층이 탄탄하지 않다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영화가는 20대 남자배우들이 여심공략에 나선다. 올 겨울엔 영화 <오늘의 연애>의 이승기, <기술자들>의 김우빈, <강남 1970>의 이민호가 여성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을 예정이다. 특히 이들이 한류스타인 점을 감안하면 아시아 전역의 여심까지 뜨겁게 달굴 것으로 기대된다.

출연했던 드라마를 모두 성공으로 이끌었던 이승기는 로맨틱영화의 거장 박진표 감독의 2015년 첫 로맨스영화 <오늘의 연애>를 통해 스크린 데뷔를 한다. <꽃보다> 시리즈에 이어 <삼시세끼>까지 흥행시킨 이서진도 함께 출연해 더욱 기대를 모은다. 광고계를 휩쓸며 가장 핫하게 떠오른 남자배우 김우빈은 <기술자들>에서 섹시한 금고털이로 변신해 여심을 훔친다. 또한 1970년대 개발이 시작되던 강남 땅을 둘러싼 청춘들의 욕망을 담은 <강남 1970>에서는 한류왕자 이민호가 관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전망이다.

주목받는 20대 남자배우 중 현재 대중에게 가장 호감도가 높은 배우는 유승호다. 군 전역과 동시에 소년에서 남자로 돌아온 그에게 영화계가 거는 기대 역시 크다. 또래 배우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빠른 군대행으로 호감을 산 유승호가 전역과 함께 차기작을 깜짝 발표했다. 바로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사극멜로 <조선마술사>다. 청나라로 시집가게 된 공주가 소년 마술사와 사랑에 빠지면서 벌어지는 일을 담는다.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 <후궁> 등의 김대승 감독과 <변호인> 제작사인 위더스필름이 만나 2015년 기대작 중 하나로 꼽힌다.

20대 남자배우 외에 기존의 톱 배우들도 2015년 영화계를 달굴 준비를 마쳤다. 국내 최고 배우들의 캐스팅으로 화제를 모은 영화 <암살>은 역대 박스오피스 3위에 랭크된 <도둑들> 캐스팅의 아성을 넘볼 정도다. 올해 여름에 개봉할 예정인 <암살>은 하정우, 전지현, 이정재 '빅3'로 주연을 확정지어 새해 최고 기대작으로 떠올랐다.

<범죄의 재구성>, <타짜>, <전우치>, <도둑들>을 연출한 최동훈 감독의 다섯번째 작품으로 최동훈 감독과 하정우의 조합에 많은 관심이 쏠린다. 흥행보증 배우이면서 연출에도 재능을 보이는 하정우의 또 다른 영화도 연초에 대기 중이다. 세계적 베스트셀러 작가 위화의 대표작 <허삼관 매혈기>를 코믹 가족드라마로 재탄생시킨 <허삼관>이 그것으로, 하정우와 하지원의 최고 조합이 눈길을 끈다.

지난해 영화계에서는 무려 3편의 1000만 영화가 나왔다. 1월 <변호인>에 이어 2월엔 <겨울왕국>이 애니메이션영화 최초로 1000만 관객을 돌파했고 여름에는 <명량>이 관객 1761만명을 동원하며 역대 최고 흥행영화 1위에 올랐다. 올해에도 기대작들이 고루 좋은 성적을 내면서 극장가를 뜨겁게 달구길 바란다.

◆한중 협정 타결… 증권가, 관련주 관심

비즈니스 관점으로도 2015년 영화계는 큰 의미를 지닌다. 단순히 영화배우나 감독의 해외진출에서 벗어나 본격적으로 해외제작에 직접 나서는 첫해가 될 것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다른 제조업이나 서비스업 분야와 마찬가지로 영화산업도 해외진출의 중심에는 중국이 있다. 게다가 그 기반이 지난해에 다져진 만큼 올해엔 더욱 큰 관심이 쏠린다. 지난해 7월3일 한국과 중국정부 간에 역사적인 '한중 영화공동제작에 관한 협정'이 체결됐다. 총 4년간의 협상이 진행된 끝에 시진핑 중국 주석의 방한을 계기로 최종 타결된 것이다.

협정은 공동제작영화로의 승인절차·조건·기술협력 등에 관한 사항을 규정했는데 특히 중국과의 합작영화가 공동제작영화로 승인받는 경우 중국 내에서 자국영화로 인정된다. 이 경우 중국의 외국영화 수입제한제도인 '스크린쿼터'에 해당되지 않아 한국영화의 중국시장 진출이 지금보다 더 증가할 수 있다. 특히 이를 촉진하기 위해 양국 공동으로 '문화콘텐츠 공동펀드'도 조성할 계획인 만큼 영화계로서는 소위 대박의 기회가 생긴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한중 FTA가 실질적으로 타결된 것도 영화계에는 겹경사다. 중국이 한중 FTA를 통해 엔터테인먼트시장을 최초로 개방한 것인데 국내 영화업계의 중국진출에 법적 안전장치가 마련됐다는 데 의미가 있다.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은 한류 사업자들의 최대 걸림돌이었던 저작권 등 지적재산권 수준이 상당히 높아졌다는 점이다. 일례로 중국에서 우리 방송사업자의 배타적 권리를 인정하게 되고 방송보호기간도 20년에서 50년으로 늘어난다. 영화나 방송만이 아니라 앞으로 포괄적인 지적재산권과 관련된 많은 이슈가 해소될 가능성이 크다.

대한민국 금융시장의 꽃인 여의도 증권가에서도 한국영화의 부흥기회를 놓칠 리 없다. 거대자본으로 과점체제를 유지하는 극장사업자들은 막대한 영향력에도 불구하고 세월호와 같은 사회적 이슈나 국내경기에 민감했다. 따라서 여의도 증권가에서 상대적으로 주목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거대시장 중국의 문이 열리면서 능력 있는 제작사나 투자배급사들의 역할이 중요해질 것으로 판단된다. <7번 방의 선물>과 <변호인>으로 명성을 쌓은 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NEW)도 2015년에 기대를 받으면서 지난해 12월23일 여의도 증권거래소에 입성했다. 2015년 한국영화의 부흥과 함께 주식시장에서도 영화관련주가 급부상할지 지켜볼 일이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6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