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추암해변 |
삼척은 동굴의 고장이다. 삼척시 82개의 동굴 중 동양 최대를 자랑하는 환선굴이 이곳에 있다. 한편 애국가에 등장하는 촛대바위도 삼척 추암해변에 있다. 고요한 듯 ‘한 방’이 있는 삼척으로 상상과 탐험의 여행을 떠난다.
◆환선굴 가는 길
환선굴은 백두대간 덕항산에 있고 ‘대이동굴지대’에 속해 있다. 대이리는 삼척의 대표적인 석회동굴지대로 환선굴, 대금굴, 관음굴, 양터목세굴, 덕밭세굴, 제암풍혈, 큰재세굴 등 7개의 동굴이 발견됐다. 그중 규모가 크고 관람도 가능한 환선굴과 대음굴이 나란히 자리하고 있어 사계절 여행자가 끊이지 않는다.
환선굴 입구까지 가는 길은 두가지가 있다. 예전처럼 등산을 해도 좋고 모노레일을 타면 10분 정도 산책하듯 걷는다. 이 길은 짧지만 산 중의 아늑함과 더불어 볼거리도 많다. 전면 덕항산, 촛대봉, 지극산 등의 수려한 경관에서 강원도의 힘이 느껴진다. 그러고 보니 이 곳은 참 깊은 산골이다. 통방아, 굴피집, 너와집이 그대로 보존돼 ‘한국전쟁도 모르고 지나갔다’는 이곳의 입지적 특성을 잘 보여준다. 개울가에 눈을 맞고 무심히 서 있는 ‘통방아’는 삼척지역 말로 곡식을 찧는 물방아를 뜻한다. 그 모양이 흡사 나무로 된 작은 텐트 같은데 이게 벌써 100년 전에 만들어진 거란다. 지금은 물이 얼어 기능을 못하지만 풍경만으로도 운치가 그만이다.
너와집은 병자호란 때 지어진 것이 남아있다. 소나무와 전나무를 너비 30㎝, 두께 3~5㎝, 길이 60~70㎝로 만들어 기와 대신 지붕에 얹은 집을 너와집이라고 부른다. 강원도 등 북쪽지방의 대표적인 건축양식이다. 한편 참나무·떡갈나무의 껍질을 벗겨 평평하게 만들어 사용한 것이 굴피집이다. 너와집 옆에 있는 굴피집은 300년 전에 너와집으로부터 분가해 건립한 것이다. 1930년대 초까지도 너와 지붕이었지만 이후 너와 채취가 어려워 굴피로 교체했다고 한다. 이 두 집에는 아직도 후손들이 살며 오래된 것을 지키고 있다.
여기 있는 것들은 짧아야 100년이다. 앞으로 보게 될 환선굴의 역사가 수억만년이니 그에 비하면 ‘찰나’일 수도 있겠다. 어쨌든 사람이나 자연이나 느릿느릿 살고 있다. 이곳은 시계가 필요 없는 여행지가 아닐까 싶다.
![]() |
환선굴 만리장성 |
![]() |
환선굴 역고드름 |
◆지하의 금강, 환선굴
환선굴은 입구부터가 남다르다. 보통 굴은 입구가 작은 편인데 이곳은 입구의 높이가 10m, 폭이 14m나 된다. 자연이 만든 이렇게 큰 입구 앞에서 옛날 사람들은 상당한 두려움을 느꼈을 것 같다. 들어가는 길에는 고드름이 아래에서부터 자라고 있다. 동굴 천장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이 추운 겨울 바람에 얼어서 흐르지 못하고 쌓이고 있다. 보통 위에서부터 길어져야 할 고드름이 아래에서 올라가고 있다니, 이곳은 역시 뻔한 것이 없다. 마치 ‘지금부터 시작이야, 이제 상상을 시작해봐!’라고 말하는 것 같다. 여행자는 탐험가이자 몽상가가 되어 굴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커다란 새 위에 작은 마리아상이 있다. 장대한 기둥은 어느새 미인의 실루엣으로 변한다. 도깨비 방망이 아래로 물이 흐르고 중국의 만리장성이 이곳에 있다. 커다란 하트 아래에서 사랑의 맹세를 하고 소망폭포에 서서 소원을 빌어본다.
이게 무슨 판타지 소설인가. 환선굴이니까 가능한 일이다. 어둡고 미끄러운 동굴 안에서 동공이 커지고 촉각, 청각이 예민해지는데, 이보다 더 커지는 것이 상상력이다.
환선굴은 약 5억3000만년 전에 생성된 석회암 동굴이다. 입구에 있는 ‘아래서 위로 자라는 고드름’은 이 동굴의 생성과정을 요약해서 보여준다. 석회암이 흘러내려 위에서부터 고드름처럼 길어진 것이 ‘종유석’, 천장에서 석회암이 녹아 한방울씩 떨어져 바닥에 쌓이는 것이 ‘석순’, 이 종유석과 석순이 서로 맞닿아 기둥 모양이 되는 것이 ‘석주’다. 이것은 아주 천천히 영겁의 세월을 먹고 자란다. 이 동굴은 아직도 만들어지고 있으며 너무나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우리 일생에는 지나간 시간의 결과물만 볼 수 있을 뿐이다. 여행자가 동굴에서 감탄하는 건 단순히 그 형태의 기이함 때문이 아니라 엄청난 시간과 자연의 위대함 때문이다.
환선굴은 천연기념물 제 178호다. 총 길이 6.2㎞ 중 여행자가 관람할 수 있는 구간은 약 1.6㎞로 ‘동양최대’라 할 수 있다. 전설의 노승은 환선굴에 들어가서 끝내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동굴에 있을 게 다 있다. 이곳에서 꼬리치레도롱뇽, 김띠노래미, 낭님굴새우, 관박쥐, 노래기, 곱등이 등 47종의 다양한 동굴 생물이 발견됐고 비록 먹을 순 없지만 물이 많아 곳곳에 폭포와 개울이 흐른다. 어딘가 빗물을 받을 곳이 있다면 사람이 충분히 살 수도 있었겠다.
굴을 나서면 하얀 설산이 여행자를 맞이한다. 유난히 밝게 느껴지는 빛은 공상의 세계로부터 현실로의 복귀를 환영하는 듯하다.
![]() |
대금굴입구 |
![]() |
추암 형제바위 사이로 떠오르는 해 |
◆바다의 금강, 추암해변
이번엔 ‘동해의 해금강’으로 향한다. 삼척 추암해변은 바위섬 사이로 떠오르는 일출이 장관으로, 사진가들의 촬영 포인트이기도 하다. 조선 세조 때는 제찰사로 왔던 한명회가 이 풍경에 감탄해 능파대라 불렀고, 정조 때는 김홍도가 ‘금강사군첩’에 이 절경을 그려 넣었다. TV 속 애국가에 추암 촛대바위가 나오더니 한류의 시작이 된 <겨울연가>를 이곳에서 촬영했고, 이후 <착한남자>등 여러 드라마의 배경이 됐다. 이름은 정승(한명회)이 지어주고, 그림은 한 시대를 풍미한 화가(김홍도)가, 방송은 지상파 애국가에, 드라마는 전세계로…. 이보다 더한 경력이 있을까. 내용이 이러하니 ‘한국의 가볼 만한 곳 10선’에 선정되는 건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르겠다. 여행자를 유혹하는 놀거리·먹을거리는 이 경치 앞에서 아무 의미가 없다. 이곳 추암해변은 그 자체가 매력이고 목적이 된다.
해돋이 때문인가. 해수욕장이지만 겨울에 여행자가 많다. 사람들은 소원 하나씩을 품고 붉은 해를 맞이하러 이곳으로 모여든다.
● 여행 정보
☞ 환선굴 가는 법
[승용차]
경부고속도로 - 영동고속도로 - 동해고속도로 - 동해IC에서 ‘삼척’ 방면으로 우측방향 - 동해대로 - 단봉삼거리에서 ‘태백’ 방면으로 우회전 - 강원남부로 - ‘환선굴’ 방면으로 우회전 - 환선로
[대중교통]
삼척고속버스터미널 - 터미널앞 70번 버스 승차 - 원당진역에서 60번 버스 승차 - 환선굴 정류장 하차
[주요 스팟 내비게이션 정보]
환선굴: 검색어 ‘환선굴’ / 강원도 삼척시 신기면 환선로 800
추암해변: 검색어 ‘추암해수욕장’ / 강원도 동해시 촛대바위길 26
< 여행지 주요 정보 >
삼척문화관광
http://tour.samcheok.go.kr
환선굴
033-541-7600
매표시간: (동절기) 오전 8시 30분 ~ 오후 4시 / (하절기) 오전 8시 ~ 오후 5시
관람료: 어른 4000원 / 청소년·군인 2800원 / 어린이 2000원
주차료: 대형 2000원 / 소형 1000원 / 경차 500원
환선굴 모노레일: 성인 (왕복) 7000원 (편도) 4000원 / 초등생 (왕복) 3000원, (편도) 2000원
모노레일 문의: 033-541-2621
추암해변 (촛대바위)
033-539-8048 / http://www.dhtour.go.kr
< 주변 여행지 >
대금굴: 환선굴 가는 길에 있으며 환선굴과 함께 대이동굴지대에 포함돼 있다. 8m 높이의 비룡폭포, 긴 띠 모양의 ‘커튼’(종유석), 국내 최대 높이(3.5m)의 막대형 석순, 백두산 천지를 닮았다는 천지연 등 독특한 볼거리가 많다. 인터넷 예약을 통해 모노레일을 탑승 해야만 동굴 관람이 가능하다.
문의: 033-541-7600
예약 사이트(인터넷 사전예약 필수) http://samcheok.mainticket.co.kr / 인터넷 결제문의: 02-6925-2020
모노레일 운행시간(관람시간): (동절기) 오전 9시 ~ 오후 4시 / (하절기) 오전 8시 30분~ 오후 5시
관람료(모노레일 포함): 어른 1만2000원 / 청소년·군인 8500원 / 어린이 6000원
< 음식 >
덕항가든: 환선굴 가는 길에 있는 강원도 토속음식점이다. 양념이 강하지 않고 재료 본연의 맛을 잘 살린 시골밥상으로 직접 만든 두부와 견과류를 넣어 짜지 않게 무친 오징어젓갈 등 밑반찬도 맛이 좋다. 황태구이정식과 산채비빔밥이 인기 메뉴다.
산채비빔밥 8000원 / 청국장 8000원 / 황태구이정식 1만2000원 / 더덕구이정식 1만2000원
033-541-0777 / 강원도 삼척시 신기면 대이리 56
연리지카페: 드라마 <겨울연가> 촬영지를 카페와 펜션으로 운영하고 있는데, 카페 창가에 앉으면 추암의 아름다운 해변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추운 여행 중에 따뜻한 커피 한잔을 마시며 여유를 찾을 수 있는 곳이다.
아메리카노 3800원 / 홍차라떼 4500원 / 아포가토 7500원
033-521-4491 / 강원도 동해시 추암동 474-17
< 숙소 >
동해그랜드호텔: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베니키아 호텔이다. 컨벤션홀, 수영장 등 부대시설을 갖추고 있으며 하얀 대리석 바닥의 깔끔한 객실과 온천 사우나 등 가격대비 좋은 서비스를 제공한다. 추암해변과 환선굴 등 연계관광을 운영한다.
예약문의: 033-530-0700 / http://www.mangsanggrand.co.kr / 강원도 동해시 망상동 396-18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6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