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가 내년 3월 10일 시행 예정인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란봉투법) 가이드라인을 26일 제시했다. 지난 9월 국회 문턱을 넘은 노란봉투법은 경영계와 노동계 모두에서 해석이 모호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정부는 지난 11월 30일 노란봉투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을 입법예고했고 이번에는 법 조항 해석지침(안)을 내놨다. 시행령 개정안에 대한 입법예고는 내년 1월 15일까지 진행된다.
이날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노동조합법 제2조 해석지침(안)의 핵심은 '구조적 통제'다. 지난 9월 개정된 노란봉투법은 하청노조가 원청 사용자를 상대로 단체교섭을 요구할 수 있도록 사용자 정의를 '근로조건을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로 확장했다. 이번 해석지침은 확대된 사용자 판단 기준으로 근로조건에 대한 구조적 통제를 제시했다. 원청이 인력 운용·근로시간·작업 방식 등을 통해 하청 사용자의 근로조건 결정 재량을 본질적·지속적으로 제한하는 경우 구조적 통제가 인정된다는 설명이다.
다만 단순히 도급계약이 존재한다는 이유만으로 사용자성을 인정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고용노동부는 납기·품질 요구나 거래조건 협의 등은 통상적인 계약 관리 범위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또 판단 요소로 원청 사업에의 조직적 편입 여부와 경제적 종속성을 제시했다. 전속 계약 해지 시 하청 기업의 존속이 어려워질 경우 사용자성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노동안전·근로시간·임금·수당·복리후생 등 주요 근로조건별 사용자성 판단 사례도 제시했다. 예컨대 원청이 안전보건 관리체계를 실질적으로 지배하거나 생산계획과 연동해 근로시간을 결정·승인하는 경우 사용자성이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반면 도급총액 범위 내에서 수급인이 자율적으로 임금을 정하는 경우에는 사용자성 인정 여지가 낮다고 했다.
노동쟁의 대상이 모호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기준을 내놨다. 노란봉투법은 노동쟁의 대상에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경영상의 결정 ▲근로자 지위 결정에 관한 분쟁 ▲사용자의 명백한 단체협약 위반을 새롭게 포함했다. 이번 가이드라인에서는 사업경영상의 결정이라 하더라도 근로조건에 실질적·구체적 변동을 초래하는 경우 노동쟁의 대상이 된다고 명시했다.
정부는 합병·분할·매각 등의 결정 자체는 교섭 대상이 아니지만 정리해고나 구조조정에 따른 배치전환 등 근로자 지위나 근로조건의 변동이 수반되는 경우에는 단체교섭 대상이 된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기업 입장에서는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공장의 해외 이전 등 사업장 위치 변동이 노동쟁의 대상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해외 공장 신설이나 신규 투자는 쟁의 대상이 아니라고 밝혔지만 기존 공장 이전에 대해서는 다소 모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고용조정이 객관적으로 예상되는 경우 노동조합은 고용보장 요구 등에 대한 단체교섭을 요구할 수 있도록 했다. 근로자 지위와 관련해서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징계·승진 기준의 설정 및 변경 요구 등이 노동쟁의 대상에 포함됨을 명확히 했다. 근로조건에 관한 단체협약의 '명백한 위반'도 노동쟁의 대상으로 인정하되, 문언 해석상 다툼의 여지가 없는 경우로 한정했다.
고용노동부는 이번 법 개정을 통해 그간 교섭 대상에서 배제됐던 쟁점을 제도권으로 끌어들여 노사 간 실질적 교섭을 촉진하고 분쟁의 자율적 해결을 도모한다는 입장이다. 권창준 고용노동부 차관은 "개정 노동조합법은 대화 자체가 불법이 되는 구조를 해소해 불법파업과 과도한 손해배상, 극한 대립의 악순환을 끊기 위한 것"이라며 "행정예고 기간 동안 현장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최종안을 확정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