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사진=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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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성장·저금리 기조로 인한 수익성 악화와 고령화가 맞물리면서 은행들의 은퇴시장 공략이 치열하다. 다양한 은퇴상품 출시부터 전문상담인력을 통한 자산관리(WM)서비스 강화까지 은행들의 노력이 잇따른다.
저성장·저금리시대를 맞아 ‘갈 곳 잃은 돈’이 늘었다. 예금금리가 연 1%대인 현재로서는 저축만으로 수익을 올릴 수 없다. 금리가 연 5%였을 때는 자산이 2배로 불어나는 데 14.2년이 걸리던 것이 금리가 연 2%대로 떨어지면 35년, 연 1%면 69.7년으로 늘어난다는 통계도 있다. 사상 첫 1%대 기준금리 시대를 맞아 시중에 많은 돈이 풀렸지만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있는 금융소비자들이 늘고 있는 이유다.

여기에 고령화가 더해졌다. 중·장년층 베이비붐세대의 은퇴가 이어지는 것. 베이비붐세대는 750만명 규모로 연령별 계층 가운데 가장 큰 인구비중을 차지한다. 앞으로 매년 20만명씩 은퇴자가 나올 것으로 추산된다. 이와 함께 노후대비 은퇴자금관리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은퇴시장이 은행들의 새로운 먹거리로 떠올랐다. 저성장·저금리시대의 수익성 악화로 고민이 깊은 은행들이 쏟아지는 은퇴자금을 잡기 위해 열을 올리는 것은 이 때문이다.



[금융 이야기] 은퇴시장 '정조준'하는 은행들
◆가교형 주택연금 상품 ‘주목’

저금리·저성장·고령화 3중고는 금융시장에 변화를 가져왔다. 우선 가교형 주택연금에 대한 은행들의 관심이 바뀌었다. 가교형 주택연금은 한국주택금융공사의 주택연금을 수령할 수 있는 만 60세 전 소득 공백기를 맞는 50대 조기 은퇴자들을 겨냥한 상품이다. 하지만 이 상품은 60세가 됐을 때 주택가격이 9억원을 초과하면 주택연금으로 갈아탈 수 없는 등 조건이 까다롭다. 따라서 가입자수를 단기간에 늘리기가 쉽지 않다는 단점이 있다. 당장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은행들은 섣불리 가교형 주택연금을 내놓지 못하는 형편이었다.

다만 신한은행만 이 상품을 출시했을 정도였다. 신한은행은 지난 1월 말 주금공과 협약을 맺고 가교형 주택연금을 내놨다. 우리은행이 지난 8일 주금공과 협약을 통해 ‘청춘 100세 주택연금대출’을 출시하기 전까지만 해도 신한은행이 민간은행 가운데 유일하게 가교형 주택연금을 판매했다.

우리은행이 가교형 주택연금을 내놓은 것은 중·장년층 베이비붐세대의 은퇴가 기폭제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주택연금의 올해 1분기 가입자가 전년 동기 대비 45% 늘고 조기 퇴직 증가로 소득 공백기에 부동산을 유동화하려는 장년 고객들의 수요가 높아서다. 단기적으로는 수익을 내기 어려운 상품이지만 고령화가 차츰 진전되면서 50대 이상 고객 기반을 확대하기 위해 은행들의 출시 검토가 늘고 있다. 최근 우리은행의 가교형 주택연금 출시에 이어 부산은행도 주금공과 관련 상품 출시를 협의하는 등 은행들의 관심이 높다.


주금공 관계자는 “최근 가교형 주택연금에 대한 은행들의 관심이 늘었다”며 “이 상품으로 단기간에 수익을 내기는 쉽지 않지만 고령화시대를 맞아 50대 이상 고객 기반을 확대하기 위한 차원에서 은행들의 출시 검토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산관리 서비스 노력 강화

[금융 이야기] 은퇴시장 '정조준'하는 은행들
은행권의 은퇴시장 공략은 자산관리부문에서도 눈의 띈다. 신한은행은 지난 4일 은퇴설계 전용 상담창구인 ‘미래설계센터’를 781개 영업점으로 확대했다. 지난해 4월 40개로 출범한 미래설계센터를 1년 만에 20배 가까이 늘린 것이다. 신한은행은 은퇴상담전문과정을 수료한 893명의 미래설계컨설턴트들이 은퇴 관련 최신 제도와 다양한 상황을 반영한 종합적인 은퇴 솔루션을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금융 이야기] 은퇴시장 '정조준'하는 은행들
NH농협은행은 국내 최대 점포망을 활용해 전국 1195개 지점에서 고객의 생애 소득·지출을 분석해주고 상품을 추천하는 ‘은퇴자금컨설팅’을 실시 중이다. 은퇴자금컨설팅은 현재의 노후자금 현황과 앞으로의 자금부족 시기를 분석하는 ‘은퇴설계시스템’, 투자성향·시장상황을 분석해 최적의 퇴직연금운용 자산 배분안을 제시하는 ‘자산설계시스템’으로 구성됐다. 또 NH농협은행은 전국 200개 영업점을 노년층과 50대 은퇴 준비자를 집중적으로 공략할 거점지점 만들 계획이다. 이 지점 내에 시니어 전용창구를 개설해 노년층 전용 재테크 상담과 은퇴 설계를 전담한다.
[금융 이야기] 은퇴시장 '정조준'하는 은행들
KB국민은행도 은퇴·노후설계서비스인 ‘KB골든라이프’ 특화점포 57곳에 전문상담인력을 배치해 운영 중이다. 이 특화점포는 앞으로 700개까지 늘릴 예정이다. 이곳에서는 기업고객 임직원을 대상으로 직접 찾아가 은퇴 관련 컨설팅을 하는 서비스도 제공한다.
우리은행 역시 은퇴상담 전용창구인 ‘청춘 100세 파트너 라운지’를 거점 점포를 중심으로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100개 거점점포에 개설한 청춘 100세 라운지는 PB점포 및 금융센터 중심으로 올해 480개까지 확대 운영된다. 이를 위해 현재 900명(영업점 당 1인)으로 운영 중인 은퇴상담 전문가 ‘100세 파트너’를 올해 안에 260명을 추가 배치할 예정이다.

IBK기업은행은 영업점 전 창구에서 은퇴상담이 가능한 ‘은퇴설계시스템’을 도입한다. 영업점 직원이 창구에 방문한 고객의 기본정보를 입력하면 고객의 연령·재무상황에 맞게 자동적으로 은퇴상품을 설계해주는 시스템이다. 또한 기존 210명이었던 IBK평생플래너에 200명을 추가 배치할 계획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현재 은행 은퇴상품은 기존 예·적금 상품을 기반으로 만기를 늘린 정도라 큰 차별점이 없다”며 “장기적으로 볼 때 우리나라의 높은 교육수준과 고령화 추세를 봤을 때 소매금융의 중심이 자산관리로 점차 이동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