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서민의 금융부담을 덜고 지원을 강화하기 위해 ‘서민금융 지원 강화방안’을 발표했다. 이를 통해 햇살론·새희망홀씨 등 4대 정책 서민금융상품의 연간 지원규모가 1조원 이상 확대돼 매년 60만명 이상이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또 서민금융상품 성실상환자를 대상으로 긴급생계자금 대출도 신설된다.

대부업법상 최고금리는 현행 연 34.9%에서 29.9%로 내려가고 연체자를 위한 자활지원도 강화한다. 다만 일부 전문가 사이에서는 해당안의 실효성을 지적하며 보다 적극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대출금리 낮추고 22조 더 푼다

정부가 지난 6월23일 발표한 ‘서민금융 지원 강화방안’은 저신용·저소득층의 이자 부담을 낮추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이 방안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서민금융상품의 지원규모 확대다. 우선 올해 말 종료예정이었던 햇살론·새희망홀씨 지원이 2020년까지 5년 동안 연장된다. 또 새희망홀씨·미소금융 등 4대 정책 서민금융상품의 연간 지원규모가 기존 4조5000억원에서 5조7000억원으로 1조2000억원 늘어난다. 금융위원회는 이를 통해 매년 60만명 이상이 혜택을 누릴 것으로 내다봤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지난 6월 23일 서민금융 지원강화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스1 유승관 기자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지난 6월 23일 서민금융 지원강화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스1 유승관 기자

정책 서민금융상품 성실상환자를 대상으로 긴급생계자금 대출도 신설된다. 오는 8월부터 햇살론·새희망홀씨·미소금융을 1년 이상 성실히 납부한 이들을 대상으로 필요 시 기존 대출금리로 500만원 범위 내에서 긴급생활자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들에게 월 50만원 한도로 사용가능한 신용카드 발급을 허용하는 안도 7월 중 추진된다.
올 하반기에는 서민층 주거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2금융권의 연 7~8%대 전세대출을 3~4%대 은행대출로 전환할 수 있게 된다. 공공임대주택 거주자 대상 임차보증금은 연 2.5% 금리에 최대 2000만원까지 대출을 확대키로 했다. 금융위는 차상위계층 이하 자녀의 방과 후 학교비, 고교 수업료 등에 대해 연 4.5% 금리로 최대 500만원까지 대출하는 방안도 7월 중 마련하기로 했다.


대부업법상 최고금리를 현행 연 34.9%에서 29.9%로 5%포인트 낮추는 대부업법 개정도 추진된다. 금융위는 개인대출 비중이 높은 대형대부업체 36개사의 평균 대출원가가 최근 2년간 4.35%포인트 감소해 최고금리를 내릴 여력이 충분한 상황이라고 내다봤다. 이와 함께 4대 정책 서민금융상품의 대출 상한금리를 오는 8월부터 1.5%포인트 인하하기로 했다.

연체자를 위한 대책도 마련된다. 연체자에게 채무조정, 일자리 제공, 재산형성 등 필요요소를 다각적으로 지원하는 ‘자활 패키지 신상품’ 도입이 그것이다. 복지부와 금융위 등이 협업을 통해 이르면 9월 중 도입할 예정이다. 이밖에도 연체자의 재활을 돕기 위해 차상위계층의 최대 채무감면율을 50%에서 60%로 상향조정한다.

미소금융상품 지원대상도 현행 신용등급 7등급 이하 혹은 기초수급자·차상위계층 이하에서 신용등급 6등급이면서 연소득 4000만원 이하 또는 연소득 3000만원 이하로 기준을 완화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빚 늘리는 방향 대안될 수 없어”

이번 지원안의 핵심은 결국 ‘대출규모는 늘리고 금리는 낮추는’ 방향이다. 이와 관련해 금융전문가들은 “과도한 빚 땜질 정책은 결국 부메랑 효과로 되돌아올 것”이라며 부정적인 견해를 제시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이번 대책은 사후관리가 매우 중요한 정책”이라고 우려했다. 해당 정책을 통해 서민들을 대상으로 돈을 풀고 금리를 내려주니 당장 돈을 빌리고 갚는데 있어서 부담은 줄겠지만 결국 서민들의 부채를 늘리는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것. 이 경우 금리 경감효과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최근 치솟는 서민대출 연체율도 간과해서는 안될 요소 중 하나다. 국민행복기금이 운영하는 바꿔드림론은 지난 2013년 말 16.3%였던 연체율이 지난달 말에는 25.7%까지 급등했다. 햇살론의 연체율도 지난달 말 12.2%로 치솟았다. 한 금융사 관계자는 “이처럼 연체부실이 늘어나는 때 (서민금융상품) 대출규모를 키우는 것은 자칫 모럴해저드를 불러올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여기에 차상위계층의 최대채무감면율을 50%에서 60%로 상향조정한 점도 도덕적 해이를 부추기는 요소로 꼽힌다.

/사진=뉴스1 안은나 기자
/사진=뉴스1 안은나 기자

저소득층의 자녀교육비용을 저금리대출로 메우는 방향과 관련해서도 “빚이 아닌 복지를 통해 풀어야 할 문제”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박창균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는 “아무리 낮은 금리라도 빚을 내는 방향으로 접근할 경우 결국 서민에게는 부담으로 다가온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불합리한 연체이율에 대한 개선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장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수준은 통상 2~3%대인데 연체이율은 14% 수준으로 터무니없는 금리체계”라며 “단순 금리인하가 아닌 불합리한 연체이율도 살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9~10등급 저신용자 ‘어쩌나’

대부업 최고금리를 연 29.9%로 인하키로 결정함에 따라 9~10등급 저신용층의 대부업 이용이 더 어려워질 전망이다. 대부업계는 “최고금리 인하로 인한 피해는 결국 저신용자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금리인하 여파로 대부업마저 대출심사 문턱을 높이면 저신용자들은 결국 불법 사금융시장으로 내몰릴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또 대부업계는 “대출원가를 감안하면 연 30%보다 낮은 수준의 이율로는 영업을 이어갈 여력이 없다”고 반박했다. 한국대부금융협회가 최근 대형 40개 대부업체의 지난해 재무제표를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대부업 원가금리는 ▲대손비 15.21% ▲자금조달비 5.71% ▲고객모집비 4.0% ▲일반관리비 5.73% 등이다. 이처럼 대출원가금리가 30.65%에 이르는 상황에 최고금리를 인하할 경우 원가금리를 조정하는 것 외에는 별다른 방법이 없다는 게 대부업계의 주장이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90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