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교육청 전경/사진=부산교육청

김석준 부산시교육감이 해직교사 부당 특별채용 혐의로 지난 12일 1심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현직 3선 교육감으로서 부산 교육을 이끌고 있는 김 교육감이 내년 6월 4선 도전을 앞두고 '당선무효형'이라는 사법적 암초를 만난 것이다.

이번 판결은 여러모로 조희연 전 서울시교육감의 사례를 연상시킨다. '해직교사 특별채용'이라는 혐의 내용부터, 1심 유죄 선고에도 불구하고 선거 출마를 강행하려는 움직임까지 판박이다. 두 교육감의 운명을 가른 것은 모두 '전교조 출신 해직교사 특별채용'이었다. 조희연 전 교육감은 해직교사 5명을 특채하는 과정에서 직권을 남용한 혐의로 유죄가 확정돼 직을 상실했다.


김석준 교육감 역시 해직교사들을 특별채용하는 과정에서 부당하게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1심 재판부의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선고는 교육감직 상실에 해당하는 형량이다. 김 교육감 측은 "교육적 소신에 따른 행정"이라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지만 법원의 판단은 냉정했다.

조희연 전 교육감은 1심에서 유죄(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고도 "즉각 항소하겠다"며 3선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대법원 확정판결 전까지는 피선거권이 유지된다는 점을 활용해 '정면 돌파'를 택한 것이다.

김석준 교육감의 행보도 이와 유사하다. 1심의 선고 직후 항소 의사를 밝힌 김 교육감은 내년 6월 선거에서 4선 고지를 밟겠다는 의지가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록 1심 유죄로 도덕성에 타격을 입었지만 4선 도전을 강행하겠다는 것이다.


조희연 전 교육감이 사법 리스크를 안고도 3선에 성공한 결정적 요인은 보수 진영의 분열이었다. 당시 서울시교육감 선거는 보수 후보 난립으로 표가 분산됐고 조 전 교육감은 어부지리로 당선됐다. 김석준 교육감의 4선 도전 역시 이 구도가 재현될지가 관건이다. 부산은 보수세가 강한 지역이지만 역대 선거에서 보수 진영은 단일화 실패로 고배를 마셔왔다. 김 교육감이 비록 1심 유죄를 받았지만 보수 진영이 또다시 분열한다면 고정 지지층(진보 결집)만으로도 4선 성공 가능성이 열린다.

하지만 '조희연의 결말'은 김 교육감에게 뼈아픈 경고다. 조 전 교육감은 3선에 성공했지만 임기 중 대법원 형 확정으로 결국 불명예 퇴진했다. 서울 교육은 수장 공백 사태를 맞았고 보궐선거 비용은 고스란히 시민의 짐이 됐다.

경쟁자들은 이 점을 파고들 전망이다. "김 교육감이 당선되더라도 결국 재선거를 치러야 할 것"이라며 '사표 방지 심리'를 자극할 것으로 보인다.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라는 1심 형량이 결코 가볍지 않은 만큼 당선 후 직 상실 가능성은 김 교육감의 4선 가도에 가장 큰 걸림돌이다.

내년 6월 부산교육감 선거는 '사법 리스크를 뚫으려는 3선 현직의 4선 도전'과 '보수 진영의 탈환'이 맞붙는 격전지가 될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진보 진영에서는 현재 국가교육위원회 위원장직을 수행하고 있는 차정인 전 부산대 총장의 행보에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차 전 총장은 지난 보궐선거에서 김석준 교육감에게 최종 후보를 양보하고 중도 사퇴했다.

보수 진영에서는 아직 뚜렷한 후보군이 나타나지 않고 있으나 지난 보궐선거에 나선 후보군들이 다시 나설 것으로 보인다. 박종필 부산교대 총동창회장, 전영근 전 부산시 국장, 최윤홍 전 부산시 부교육감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