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 아파트단지 전경. /사진=머니위크DB
서울 한 아파트단지 전경. /사진=머니위크DB
정부가 침체된 국내 경기를 살리기 위해 내놓은 고환율 정책이 국내 부동산 시장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전문가의 지적이 제기됐다. 언뜻 보기에는 환율과 부동산 시장이 서로 연관성 없어 보이지만 실제로는 밀접한 상관관계를 이룬다는 논리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부동산 시장은 채권·주식시장보다 더 크며 자산 비중의 약 80%를 차지해 환율변동에 더욱 민감하다. 환율이 오르면 수입 원자재가격이 상승, 소비자물가 역시 치솟는다. 이는 가계의 실질소득 감소로 이어져 소비 여력이 약화되고 투자심리도 위축된다.

즉 부동산 투자가 줄어든다는 의미다. 이렇게 되면 자산 가치가 하락하면서 내수경기가 침체된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의 경제상황은 이런 일련의 과정을 2012년 하반기 이후 뛰어넘은 상태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소비만 위축시킨 정부의 고환율 정책

이미 소비위축의 심화로 시중 유동성 자금이 은행으로 흡수돼 '돈맥경화' 현상이 나타났다는 것. 실제로 한국은행이 지난달 발표한 '1분기 국민소득(잠정)'를 보면 1분기 총저축률은 36.5%로 전분기(34.7%)보다 상승했다. 1998년 3분기(37.2%) 이후 16년여만의 최고치다.

국내총투자율은 28.1%로 전분기(28.7%)보다 하락했다. 소비와 투자의 전반적인 위축은 저물가 현상을 고착화하는 형국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7개월째 0%대 행진을 거듭하면서 디플레이션 우려까지 제기된 마당이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6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6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9.84로 전월대비 변동이 없었다. 이로 인해 지난해 12월 이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7개월 연속 0%대를 기록했다. 단 전년 동월대비로는 0.7% 상승해 지난달(0.5%) 대비 0.2%p 올랐다.


하지만 일상생활에서 시민이 저물가의 혜택을 느끼긴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가계지출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주택대출이자의 경우 금리가 다소 하락했으나 아직 소득대비 부채비율이 높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가계 부채 중에서도 이자만 내는 대출이 많은 것이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지난 3월 큰 이슈였던 안심전환대출도 대상자 중 80만 가구가 원금 상환액이 부담돼 포기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올해 상반기 주택거래량은 지난해보다 늘어 "부동산시장이 9년 만에 최대 호황을 맞았다"는 말이 일각에서 공공연하게 흘러나오고 있음에도 이러한 호황에 대해 부동산 전문가들은 '위태롭다'고 한목소리를 내는 이유다.

◆ 효과없는 고환율 정책… "자산가치 하락시킬 것"

상황이 이렇지만 정부의 고환율 정책이 효과를 거둔 것도 아니다. 산업연구원(KIET)은 지난 5월 '수출 둔화, 구조적 현상인가'라는 보고서을 통해 "임금상승 억제, 고환율 정책 등 내수 억압형 수출촉진 정책은 지양돼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연평균 수출증가율은 2000~2008년 11.9%를 기록했지만 2011~2014년 1%로 급락했다. 올해 들어 수출부진은 더욱 심화해 실질 수출은 올해 1분기 0%, 통관 수출은 단가하락분을 포함할 경우 1월부터 4월까지 4.3% 감소한 것으로 분석됐다.

강두용 KIET 선인연구원은 "과거와 같이 높은 수출증가를 통해 내수 부진을 보전하는 전략이 더 이상 유효성을 갖기 어렵다"며 "고용의 양적·질적 개선 노력과 영세 자영업·취약가구에 대한 지원 강화, 투자 활성화 노력 등을 지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 수출 대기업에만 혜택이 돌아가는 정부의 고환율 정책은 국내 중소기업의 채산성을 떨어뜨려 자금난이 심화하면서 금융권 부실 발생 등 종국에는 부동산을 비롯한 자산 가치의 하락을 되풀이되는 악순환을 초래할 수 있는 셈이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리서치팀장은 "정부가 고환율 정책에서 선회하면 수출에 따른 이익이 줄어 일부 기업에 문제가 있을 수 있으나 거시적인 관점에서 가계가 얻는 이득이 더 클 것"이라며 "정부가 부동산 시장의 활성화를 원한다면 가계의 체질개선부터 신경써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