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출연에 대한 막연한 판타지. 어린 시절 “텔레비전에 내가 나왔으면 정말 좋겠네~”라는 동요를 부르고 자란 세대라면 쉽게 공감할 것이다. 그만큼 방송이란 장벽은 높았고 그곳에 출연한다는 것은 바늘구멍처럼 좁은 취업문을 뚫는 것만큼이나 힘든 일이었다.
그 후 몇차례 강산이 바뀌었듯 미디어환경도 변했다. 아니, 이제는 상황이 완전히 뒤바뀌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방송에 나올 수 있는 ‘1인 미디어’ 시대가 열렸다.
내 손안의 미디어, 그리고 나만의 콘텐츠. 사진과 텍스트를 넘어 다양한 방송채널로 영역을 확장한 1인 미디어는 현재 지상파를 위협하는 플랫폼으로 폭풍 성장 중이다. 각종 문제점도 함께 안은 채.
1인 미디어가 새롭게 풀어나갈 성공방정식. 정덕현 대중문화 평론가를 만나 1인 미디어의 양면성을 짚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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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V채널과 동등한 힘 발휘… 정보의 공해 될 수도
- <마이 리틀 텔레비전>과 같은 ‘1인 방송’이 계속 늘어나고 인기도 높다. 이유는?
▶미디어환경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과거 몇몇 채널이 독점적으로 콘텐츠를 송출하는 환경이었다면 지금은 다채널시대로 넘어왔다. 다시 말해 지상파, 케이블, 종합편성채널(종편)을 넘어 인터넷을 통한 개인방송 등이 동등한 힘을 발휘하는 형태로 바뀌고 있다는 얘기다.
- 1인 방송이 갖는 특징 혹은 장점은 무엇인가.
▶1인 미디어는 다양한 취향을 반영한다. 지상파처럼 매스미디어를 겨냥하는 콘텐츠는 기본적으로 대량투자와 대량소비가 이뤄진다. 따라서 블록버스터처럼 대형인물을 출연시키고 이들이 보편적인 이야기를 나누며 많은 사람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방식으로 구성된다. 즉, 연령과 성별 등을 포괄하는 이야기를 나누며 보편성을 지향하는 콘텐츠를 생산하는 것이다. 반면 1인 방송은 그런 제약이 없다. 보편적인 시청자가 아닌 소규모 시청자를 겨냥하기 때문에 콘텐츠가 특화돼 있다. 마술을 보고 싶으면 마술을 보고 살을 빼고 싶으면 다이어트 관련 방송을 보는 식이다.
- 이렇게 발전된 1인 미디어가 TV나 다른 매체에 미칠 영향은?
▶1인 방송의 발전은 지상파 방송의 위기로도 해석할 수 있다. 1인 프로듀서가 갖는 역량을 어떻게 흡수할 것인지가 지상파의 숙제다. 최근 인기를 끈 <마이 리틀 텔레비전>은 그것을 제대로 끌어안은 형태라고 본다. 앞으로 지상파는 플랫폼에 집중하기보단 콘텐츠를 생산하는 방식에 집중해야 한다.
- 기업들도 앞다퉈 MCN(다중채널네트워크)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이 새로운 비즈니스모델의 전망은 어떤가.
▶헤게모니가 바뀌는 시대에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디지털시대로 넘어오면서 정보가 다양해지고 양도 많아진 만큼 이것을 중간에서 콜렉팅할 수 있는 서비스가 필요해진 것이다. 그동안 포털 등이 그 힘을 발휘했다면 이제는 동영상 쪽으로 바뀌는 상황이다. 포털이 MCN사업에 뛰어드는 이유는 큐레이팅 서비스가 동영상 쪽으로 바뀌는 상황에서 그 통로를 잡기 위해서다. 누가 빨리 변화된 환경에 적응하고 자기만의 헤게모니를 가질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 1인 방송시대의 부작용도 만만찮을 텐데.
▶두가지 부작용이 우려된다. 우선 콘텐츠의 통제가 어렵다. 과거에는 큰 콘텐츠에서 문제가 생기면 눈에 쉽게 띄었지만 작고 다양한 콘텐츠가 쏟아지는 상황에서는 잘못을 발견하기가 쉽지 않다. 이는 앞으로 많은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두번째는 일반인이 참여하는 콘텐츠가 경쟁적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콘텐츠가 알려지지 않으면 지워지는 시대에 살면서 자신의 콘텐츠를 알리려고 노력하다 보면 많은 논란과 문제점을 양산할 수 있다. 즉 정보의 홍수가 공해로 다가올 수 있다.
- 가장 큰 문제가 되는 1인 방송의 자극적 콘텐츠와 상업성은 어떻게 봐야 할까.
▶1인 미디어 시대에 있어 콘텐츠는 곧 돈이고 비즈니스다. 하지만 과도하게 상업적으로 흘러가다 보면 못할 게 없어진다. 동영상 클릭 수를 높이기 위해 더 자극적이고 기괴한 콘텐츠를 생산해낼 가능성이 크다. 그렇게 되면 어느 순간 스스로의 성장을 막는 독이 돼 돌아올 것이다.
- 기존 문제점을 보완하면서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안을 제시한다면.
▶새로운 게 등장할 때 그것이 무엇이든 좋은 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약점 또는 단점으로 인해 문제점이 양산되는데 이때 해결책을 찾는 일이 중요하다. 1인 미디어 역시 기존의 문제점에 대한 전문가의 반응, 시청자의 반응을 통해 어떤 합의점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본다. 물론 1인 미디어가 가진 특성이 지상파, 케이블 등의 채널과는 달라서 실질적인 규제가 어렵고 법적인 통제는 더욱 힘든 게 사실이다. 이는 문화적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 문제점이 보완된 새로운 콘텐츠문화가 만들어질 수 있는 분위기 조성이 필요한 이유다.
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대중문화 평론가이자 칼럼니스트로 활약 중이다. 코리아 드라마 페스티벌 심사위원과 여성민우회 푸른미디어상 심사위원, MBC 시청자 평가원 등을 거쳤다. 저서로는 <대한민국 남자들의 숨은 마흔 찾기>, <다큐처럼 일하고 예능처럼 신나게> 등이 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9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