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리스크 확대로 안전자산 수요가 늘며 올해 상반기 시중은행의 금 실물·상품 판매가 지난해 실적을 훌쩍 넘어섰다. 사진은 지난 2월 서울 종로구 한국금거래소 본점 관계자가 골드바 및 귀금속을 정리하는 모습. /사진=임한별 기자

미국발 관세 전쟁과 중동 리스크 등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자 안전자산인 금 거래량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시중은행에서 판매하는 금 관련 상품 판매 역시 역대급 실적을 거두고 있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골드바 판매액은 올해 1~6월 2483억원으로 이미 지난해 연간 판매액인 1654억원을 훌쩍 넘어섰다.


한때 은행권 금 품귀 현상으로 주목받은 대체재 실버바 수요도 급증했다. 실버바는 하나은행을 제외한 나머지 시중은행 4곳이 취급하고 있다.

올 1~6월 실버바 총판매액은 23억3600만원으로 지난해(6억3000만원) 대비 4배 가까이 늘었다. 특히 실버바 판매량이 가장 많은 신한은행의 경우 올해 판매액이 지난해 연간의 5배로 뛰었다.

안전자산 선호도는 골드·실버바 등 실물뿐 아니라 금 상품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금통장(골드뱅킹)을 취급하는 국민·신한·우리 등 3개 은행의 지난달 말 잔액은 1조750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 기준 7822억원이던 잔액이 올해 들어 1조원 가까이 늘었다.


금통장 계좌 수는 지난달 말 29만1537개로 지난해 말(27만2125개)에 비해 2만좌 가까이 증가했다.

금 시장 거래량 역대 최대치… "한국도 대비해야"

이처럼 올 상반기 은행권 안전자산으로 수요가 쏠리는 이유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촉발한 관세전쟁 위협과 최근 중동 리스크까지 겹친 탓이다. 실제 올 상반기 금 시장 거래량 역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한국거래소(KRX)가 전날 공개한 '2025년 상반기 KRX금시장 동향' 자료에 따르면 올 상반기 금 거래량은 37.3톤으로 기록됐다. 이는 2014년 한국거래소 금 시장 개설 이후 제일 많은 거래량이다.

지난해 동기에 집계된 9.0톤 대비 4.1배 수준 증가했고, 지난해 연간 거래량(26.3톤) 대비로도 1.4배 많다.

투자자별 거래 비중은 개인(46.9%)이 가장 컸다. 이어 기관(34.0%)과 실물 사업자(19.1%) 순이다.

올 상반기 1kg 금지금(순도 99.5% 이상의 금괴) 평균 가격은 1g당 14만4000원으로 지난해 평균(10만6000원) 대비 36.7% 상승했다.

서기수 서경대 금융정보공학과 교수는 "트럼프 발 관세 전쟁이 본격 시작되면 각국 외환보유고에서 달러는 줄고 금에 대한 수요가 더 늘어날 것"이라며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세계 중앙은행이 금을 계속 사들이는 만큼 한국도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올 상반기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 증폭으로 변동성이 비교적 적은 안전자산 수요가 크게 늘었다"며 "금 수요가 전 세계적인 추세인 만큼 늘어나는 고객 니즈를 맞추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