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증권의 새로운 수장으로 윤용암 사장이 취임한 지 1년여가 흘렀다. 윤 사장이 부임하기 전까지 삼성증권은 지속적인 실적부진과 구조조정 여파로 고된 시기를 보냈다. 외부적으로도 지지부진한 국내증시와 글로벌경기 둔화 우려에 증권업 자체가 정체된 상황.

어두컴컴한 터널을 지나는 삼성증권 열차에 윤 사장은 터널 탈출이라는 막중한 임무를 안고 올라탔다. 35년 전 삼성물산에서 시작해 삼성자산운용 사장을 역임하며 그룹 내 ‘정통 삼성 금융맨’으로 통했던 그에게도 어려운 과제였다. 그는 삼성증권을 도약시킬 해답을 ‘고객’에서 찾았다.


◆ ‘고객수익률’로 직원 평가

올해 초 취임 당시 윤 사장이 처음 마주한 과제는 삼성증권의 실적개선이었다. 삼성증권의 영업이익은 지난 2011년 2863억원을 기록한 후 꾸준히 내리막길을 걸었고 지난해 1669억원까지 떨어졌다. 그나마도 희망퇴직을 실시해 고정비를 줄이면서 쥐어짜낸 실적이었다. 전통적 위탁매매수수료에 의존한 점이 주식시장의 장기침체라는 산을 넘지 못한 것이다.

대내외적으로 어수선한 상황에서 투입된 윤 사장은 삼성증권의 재도약을 위한 방침으로 ‘고객수익률 중심’이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그는 취임 직후 “고객수익률을 통해 승부하고 고객의 신뢰회복으로 성장하는 선순환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며 “지속적인 자산관리컨설팅에 대한 정기적 자산관리 수수료 기반 영업을 적극적으로 확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윤 사장은 먼저 직원평가 체계를 손봤다. 올해부터 직원 업무성과의 핵심평가지표(KPI)에 고객수익률을 반영한 것. 고객수익률 항목은 100점 만점에 45점으로 큰 비중을 뒀다. 영업직원들이 실적을 높이기 위해 고객자산으로 무리하게 투자하는 것을 근본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불건전 매출’ 개념도 도입했다. 고객의 자산이 한쪽으로 치우치거나 잦은 주식매매 회전율을 보였다면 회사에 수익이 되더라도 평가서에 반영하지 않는 것이다.

또 고객의 투자성향뿐 아니라 투자목적, 기간, 방식 등까지 총체적으로 고려했다. 그는 자산관리서비스를 제공하는 포트폴리오 컨설팅을 통해 자산관리를 중점적으로 육성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윤 사장의 노력이 시장에서 결실을 맺은 것으로 평가한다.

삼성증권의 고객예탁자산은 지난 9월 말 기준 175조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35% 증가하는 등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실제 삼성증권의 대표상품인 종합자산관리 랩서비스 ‘POP UMA’는 올 들어서만 2조원가량의 뭉칫돈이 몰리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이에 따라 올해 실적도 지난 2011년 수준을 크게 넘어선 4000억원가량의 영업이익을 기록하고 약 300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달성할 전망이다.


/사진=뉴스1 민경석 기자
/사진=뉴스1 민경석 기자

◆ 중국증시 급락, 선제적 ‘대응’
고객의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한 윤 사장의 과감한 결단도 눈에 띈다. 지난 7월 중국증시가 폭락을 거듭했을 때 일이다. 삼성증권은 5000선을 넘나들던 상하이종합지수가 급락하며 4000선 밑으로 추락하자 즉각 후강퉁 위탁매매를 잠정적으로 중단했다. 윤 사장은 직접 권역장 이하 지점 직원들에까지 후강퉁 잔고를 ‘0’으로 만들라는 지침을 내렸다.

올해 초부터 적극적으로 중국증시에 참여할 것을 권했던 삼성증권이 방향을 급선회하자 시장은 술렁거렸다. 일각에서는 하루 아침에 회사의 투자전략이 바뀐 것을 두고 윤 사장이 너무 성급한 판단을 내린 것 아니냐며 우려했다.

하지만 삼성증권이 중국주식 비중축소에 나선 이후 상하이종합지수는 약 1000포인트 더 추락했다. 지난 7월 말 당시 3700선이던 상하이지수가 지난 8월 2850선까지 떨어진 것. 삼성증권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7월 이후 후강퉁 잔고가 많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삼성증권의 수수료 수입은 줄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고객의 손실은 최소화됐을 것으로 관측된다. “고객을 떠나게 만드는 매출은 의미가 없다”는 윤 사장의 철학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삼성증권은 지난 11월 다시 중국증시가 안정세를 보이기 시작하자 투자권유를 재개했다. 삼성증권 리서치센터는 “중국증시에 신중하고 선별적인 비중확대를 제시한다”며 “직접투자는 금융자산 내 10% 이하에서 적어도 3개 종목 이상 분산투자할 것”이라고 조심스러운 접근을 권유했다.

◆ 고객과 함께 ‘대도약’

윤 사장의 내년 행보도 ‘고객중심 자산관리’에 초점을 맞췄다. 삼성증권은 지난 8일 ‘고객맞춤형 자산관리 영업채널’을 도입하고 상품 리서치와 글로벌 자산배분 역량 등 본사의 자산관리 지원 인프라를 강화하기 위한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그가 처음 부임했을 당시 제시했던 방침을 한층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먼저 삼성증권은 ‘리테일본부’를 ‘WM본부’로 변경하고 WM본부 내 조직이었던 30억원 이상 고객 전담의 ‘SNI사업부’와 온라인고객 전담의 ‘스마트사업부’를 분리해 윤 사장 직속으로 편제했다. 두 사업부를 나눈 것은 초우량고객과 대중고객을 분리해 각자의 니즈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또 윤 사장이 직접 두 사업부를 관리하는 것도 자산관리에 힘을 싣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기존 ‘고객전략실’도 ‘CPC전략실’로 변경하고 고객 특성에 맞는 상품과 채널을 총괄해 최적의 전략을 제공하도록 만들었다. CPC전략실 산하에는 ‘WM리서치팀’을 신설해 상품과 관련한 리서치와 글로벌 자산배분 전략을 담당하도록 했다.

이번 조직개편에서 드러나듯 윤 사장의 경영방침은 확고하다. 자산관리에 역점을 둬 올해 눈에 띄는 성과를 보인 그의 전략이 내년 고객중심경영 2기를 맞아 다시 삼성증권을 도약시킬지 주목된다.

☞ 프로필
▲연세대 경영학과 ▲1999년 삼성물산 뉴욕지사 관리팀장 ▲2005년 삼성생명 기획관리담당 전무 ▲2009년 삼성화재 기업영업총괄 겸 해외사업총괄 부사장 ▲2011년 삼성생명 자산운용본부장 ▲2012년 삼성자산운용 대표이사 사장 ▲現 삼성증권 대표이사 사장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1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