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정부의 임대주택 정책을 취재할 때다. 현장에서 만난 한 전문가는 기업형 임대주택(뉴스테이)을 ‘절반의 성공’으로 평했다. 정부가 민간건설사에 특혜를 주기는 했지만 저소득층이 사는 임대주택의 부정적 인식을 완화하는 역할을 한 것도 사실이라는 주장이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에서 임대주택을 바라보는 시선은 싸늘하다. 그 속내를 들춰보면 일반분양자들이 임대주택에 거주하는 이들보다 상대적으로 우월하다는 인식과 자신들에게 손해를 미칠 것이라는 불안감이 근저에 깔려 있다.

따라서 일반분양자들은 임대주민과 함께 이용하는 것에 불만을 품고 커뮤니티시설을 폐쇄하거나 임대동을 단지 구석에 몰아넣고 가시철조망과 담장으로 분리하는 등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을 보였다.


분양단지와 임대단지를 섞어 계층 간 통합을 유도하는 '소셜믹스'가 도입된 지도 벌써 14년차 임에도 국민의 인식은 조금도 성숙하지 않은 것이다. 어찌 보면 서로 '다름'을 인정하지 못하고 차별과 반목하는 인간의 본성 탓에 이 제도는 처음부터 무리였을지도 모른다.


같은 단지가 아니라 인근에 임대주택(행복주택·뉴스테이)이 들어서는 것조차 받아들이지 못하는 지역 주민을 볼때면 이는 심증에서 확증으로 바뀐다. 이런 불편한 진실을 인정하고 나면 해결책은 오히려 간단하다. 다름을 인지하지 못하도록 접근방법을 달리하면 된다.

주거 취약계층의 안정을 위해 임대주택 공급을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저소득층이 다른 계층과 똑같은 주거환경을 누릴 수 있는 환경조성이 더 시급하다. 이를 위해선 주택급여 확대가 한가지 대안이 될 수 있다.

주택급여는 1인가구 기준 소득이 월 67만원, 3인 148만원, 4인 182만원인 이들에게 월 10만원의 주거비를 지원하는 제도다. 2014년 도입 후 지난해 7월 개정을 거쳐 대상자가
[기자수첩] 임대주택, 멀고도 먼 '평등'
약 100만명에 이른다. 하지만 이 중 90%가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다.

이 제도를 통해 대다수 서민의 주거비 부담을 덜기에는 그 지원금액과 혜택을 받는 대상자가 턱없이 부족하다. 정부는 분명 예산 편성의 어려움을 호소하겠지만 주택 관련 보유세를 선진국 수준으로 현실화한다면 충분한 예산을 확보할 수 있다.
아울러 저소득층의 소득을 높여 열악한 주거환경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독려하는 방법이 동반돼야 한다. 임기 내 국민통합을 강조해온 박근혜 대통령은 지금이라도 '다름'이 차별과 갈등으로 귀결되지 않도록 보다 정밀한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설합본호(제421호·제422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