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 풍향계로 불리는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예비선거) 승자는 미국의 '비루쥬'들이었다. 이는 민주당 경선에서 버니 샌더스 의원이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압도적인 표차로 이김으로써 드러났다. '힐러리 대세론'을 꺾은 샌더스 의원에게 미국의 '비주류'들은 건당 평균 27달러(약 3만2000원)의 소액 기부로 샌더스 의원에게 힘을 보탰다. '1%'를 향한 '99%'의 운동이 막을 올렸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지난 9일(현지시간) 뉴햄프셔주에서는 미 대선 레이스 중 처음으로 프라이머리 방식의 경선이 치러졌다. 뉴햄프셔주의 인구는 130만명으로 적은 편이지만 아이오와주 코커스와 함께 향후 대선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곳으로 꼽힌다. 지난 아이오와 민주당 코커스에서 약 0.3%포인트 차로 실질적인 무승부를 기록한 샌더스 의원은 이번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에서 60%에 달하는 지지율로 38%에 그친 클린턴 전 국무장관에 완승했다.
AFP통신은 "미국 대선 후보를 선정을 두고 예측할 수 없는 두 번째 레이스인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에서 샌더스가 비주류(anti-establishment)의 분노에 힘입어 승리했다"고 평가했다. 선거 당국은 이번 프라이머리의 투표율이 역대 최고를 기록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지난 1일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샌더스 의원이 힐러리 전 국무장관과 예상 밖 접전을 벌인 데 이어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에서 20%포인트가 넘는 표차로 이겨 경선의 초반 흐름을 장악했다는 평가다.
'비주류의 분노'는 소액기부 운동으로 이어졌다. AFP통신에 따르면 샌더스 선거 사무소는 10일(현지시간) "샌더스 의원이 이날 하루 총 520만 달러(한화 약 63억원)를 모금했다"면서 "이는 기존의 하루 최대 모금 기록을 갈아엎은 것"이라고 밝혔다. 건당 평균 금액은 27달러(약 3만2000원)의 소액 기부로 승리가 발표된 지 18시간만의 일이다. 그간 소득 불평등 타파와 중산층 복원을 과제로 제시한 샌더스 의원에게 미국의 유권자들 다수가 공감을 표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물론 샌더스 의원이 오는 11월8일의 대선에서 대통령으로 선출될지는 미지수다. 힐러리 전 국무장관의 지지세력이 여전히 견고하고, 민주당 경선을 통과하더라도 공화당 후보와의 본선 결전을 펼쳐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삶의 질이 떨어지고 불평등에 분노하는 미국의 민심이 샌더스를 통해 표출되고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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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더스 뉴햄프셔' 버니 샌더스 미국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가 지난 9일(현지시간) 뉴햄프셔주 프라이머리에서 승리한 후 굳게 주먹을 쥐고 있다. /사진=뉴스1(AFP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