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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미지투데이 |
퇴직연금 수익률이 바닥권이다. 지난달 말 기준 퇴직연금의 평균수익률은 1%대 중반에 불과하다. 직장인의 노후를 책임질 퇴직연금 수익률이 물가상승률과 금융회사에 내는 수수료를 떼면 사실상 마이너스인 셈.
우리나라에 퇴직연금 제도가 도입된 지는 벌써 12년. 30년 전 퇴직연금을 도입한 미국의 기대수익률이 최소 5%에서 최고 8%에 달한다. 1~2%에 불과한 우리나라와 비교하면 수익률이 최대 8배나 높다. 노후자산의 보루, 퇴직연금의 수익률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을 알아봤다.
◆대다수 원금보장, 투자상품 눈 돌려야
퇴직금 수익률이 낮아진 원인부터 살펴보자. 먼저 퇴직연금을 맡기는 가입자가 지나치게 자산을 보수적으로 운용한 탓이 크다. 미국과 호주 등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선진국은 80% 이상을 채권이나 주식, 펀드 등 실적배당형에 투자하는 반면 우리나라 가입자는 적립금의 90% 이상을 은행 예금이나 보험상품과 같은 원리금 보장형에 투자했다.
퇴직연금은 확정급여(DB)형 외에 확정기여(DC)형과 개인형 퇴직연금(IRP)이 있지만 적립금 기준으로 대부분 DB형에 가입한다. 그중에서도 원리금 보장상품의 비중이 압도적이다.
원리금 보장상품은 수익률을 시현하는 동시에 원리금을 잃을 우려가 없어 안정적이다. 다만 지금 같은 저금리 상황에선 수익률을 높이기 어려운 단점이 있다.
지난달 말 국민·신한·우리·하나·농협·기업은행 등 시중은행의 DB형 퇴직연금 수익률은 1.4~1.5% 수준이다. 하나은행의 원리금 보장 DB형이 1.5%로 가장 높고 신한 1.48%, 농협 1.47%, 우리 1.44%, 국민 1.42%, 기업 1.29%로 집계됐다.
따라서 퇴직연금의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선 투자상품의 비중을 늘리는 것이 긍정적이지만 리스크가 없는지 가입자가 스스로 판단해야 한다.
증권사, 자산운용사는 최근 퇴직연금 자산을 다양한 투자처로 돌렸다. 한화자산운용의 DB형 부동산펀드는 부동산 리츠 대출채권에 투자하는 상품으로 목표수익률이 3%다. 삼성증권도 퇴직연금 편입 상장지수펀드(ETF)를 131개로 확대해 해외주식형 펀드보다 리밸런싱이 용이한 해외, 주식, 채권 등을 편입했다. 주식시장의 평균 수익률을 따라가는 ETF는 거래비용이 저렴하고 주식처럼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다. 해외지수와 연계된 다양한 상품에 투자할 수 있어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할 수 있는 장점도 지녔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퇴직연금 수익률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 중에는 수수료도 큰 비중을 차지한다”며 “저금리에는 수수료가 저렴한 ETF상품을 퇴직연금에 편입하는 것도 적극 고려할 만하다”고 조언했다.
◆높은 수수료 부담, 가입자가 상품 비교해야
퇴직연금 수익률이 낮은 또 다른 원인은 수수료에서 찾을 수 있다. 우리나라 기준금리는 연 1.25%로 떨어져 예금상품 수익률도 하락세를 걷고 있다.
문제는 낮아진 금융상품 금리와 달리 금융회사가 가져가는 수수료는 동결인 상황. 적은 수익을 위해 많은 수수료를 내야 하는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구조'다.
최근 DB형을 운용하는 금융회사는 최소 0.3%에서 최대 0.8%까지 수수료를 가져간다. DB형의 수익률이 1.4~1.9%인 것을 감안하면 수익률은 많아야 1%를 가져가는 셈이다.
퇴직연금제도가 도입된 2005년에도 금융회사의 퇴직연금 운용 수수료는 지금과 비슷했다. 다만 예금금리가 높아 수익률도 4~5%를 기록해 수수료 비용은 크게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
금융감독원은 퇴직연금 종합안내 사이트 ‘파인’에서 퇴직연금 상품별 운용수수료, 펀드수수료 등을 계산해 총비용 부담금(총 수수료)을 공개하고 있다. 따라서 수익률 대비 부담이 큰 수수료를 줄이기 위해 가입자 스스로 상품을 비교하는 수고를 들여야 한다.
아울러 기준금리 인상, 글로벌 증시변동 등 달라지는 금융환경에 대비해 퇴직연금 상품 비중을 조절하는 사후관리 노력도 필요하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머서코리아에 따르면 퇴직연금을 도입한 기업 10곳 가운데 9곳 이상이 사후관리에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가입자들 10명 중 9명은 자신이 가입한 퇴직연금제도가 어떤 것인지 알고 있지만 7명 이상은 운용상황을 전혀 모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전체 응답자의 82%는 퇴직연금 상품투자한도에 대해 ‘이해하지 못한다’고 답했고 62%는 ‘포트폴리오 전략’에 대한 안내를 받은 적이 없다고 답했다.
황규만 머서코리아 부사장은 “퇴직연금은 투자자와 가입 기업의 무관심이 저위험, 저수익 투자관행으로 이어졌다”며 “달라지는 금융환경에 대비할 수 있는 현실적인 퇴직연금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