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일코노미’ 시대다. 일코노미는 ‘1인’에 ‘경제’를 뜻하는 이코노미의 합성어로 1인 가구로 인해 생겨난 경제현상을 일컫는다. 일코노미 산업은 우리나라 경제 전반에 다양한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어딜 가도 1인 가구를 위한 제품이 넘쳐난다. 먹거리부터 가전, 가구, 빌딩에 이르기까지 소형·소용량화가 진행 중이다. 이에 <머니S>가 급부상하는 일코노미를 집중 조명했다. 1인 가구의 소비 행태를 진단하고 나홀로족의 하루를 따라 가봤다. 또 1인 가구 주거공간의 현실과 취약점을 눈으로 마주했다. 1인 가구를 위한 재테크를 소개하고 웹드라마 <1인 가구> 제작자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였다.<편집자주>


#. “옆집여자: 혹시 짜장면 안 당겨요? 먹방 보고 있길래. 내가 전화해봤는데 우리 동네 중국집은 2인분부터 배달된다길래…. 혹시 같이 배달시켜서 ‘반띵’(돈이나 물건 등을 반으로 나누는 행위를 이르는 말)할 생각 있나 해서….
옆집남자: 그래요.
옆집여자: 그래요?
옆집남자: 반띵하자구요. 나도 짜장면이 당기니까.”(웹드라마 <1인 가구> 대사 중에서)


“나 혼자 산다.” 더 이상 특별한 일이 아니다. 이미 네 집 건너 한 집은 1인 가구다. 혼자 밥을 먹는다는 뜻의 ‘혼밥’도, 홀로 음주를 즐긴다는 ‘혼술’도 이제는 특정한 사람들만 즐기는 ‘그들만의 리그’가 아닌 셈이다.

이러한 경향은 미디어에도 반영된다. <나혼자 산다>, <혼술남녀>, <식샤를 합시다> 등 혼자 사는 사람들의 일상적인 삶이 하나의 콘텐츠로 부각된 프로그램이 많다. 이는 최근 대세로 떠오른 웹드라마에서도 마찬가지. 제목부터 아예 <1인 가구>인 네이버TV 웹드라마는 싱글 콘텐츠를 소소하게 풀어내 국내를 넘어 중국대륙에서도 공감을 얻고 있다.


연출자인 강유선 백학필름 대표는 “‘혼자’라는 게 외롭고 어색한 것이 아닌, 평범하지만 특별하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한다. 강 대표 역시 혼자 산다. 연출·스크립터 경력 16년차. 나홀로족인 그가 그려낸 4부작 웹드라마 <1인 가구>는 어떤 모습일까. 지난달 28일 오후 대치동의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사진=임한별 기자
/사진=임한별 기자

◆ 1인 콘텐츠, 더 이상 '번외편' 아니다
“저도 그렇지만 제 주변에 혼자 사는 사람이 많다보니 자연스럽게 그들의 이야기를 담아내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혼자 산다는 것이 마치 인생의 번외편처럼 독특하고 희한한 게 아니라 가장 대중적이고 평범한 삶이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죠.”

옆집여자 자연(최송현 분)과 옆집남자 정훈(윤희석 분). 평범하지만 특별한 두 주인공은 그렇게 만들어졌다. 자연은 30대 중반의 '흔녀'(흔한 여자)다. 직업은 알바생. 비록 꿈꾸던 인생은 아니지만 아직은 혼자 사는 것에 로망이 남아있다. 혼밥과 혼술을 즐기지만 때때로 외로움을 느낀다. 정훈은 혼자 사는 사람들을 위한 음악을 만드는 뮤지션이다. 자연과 달리 혼자 사는 게 너무 편하고 익숙한, 고독 그 자체를 즐기는 캐릭터다.


“캐릭터의 특징이 뚜렷한 것보다는 공감대에 큰 포인트를 주고자 했어요. 주인공들로 하여금 절정으로 치닫게 하는 그런 이야기가 아니라 주변에 있을 법한 여자, 남자, 그리고 주변에 있을 법한 이야기들 말입니다. 이를테면 자연이 집에 들어오자마자 적막감이 싫어 사람 목소리가 들리는 TV채널을 켠다든지, 스팸을 볶아 밥을 먹고 맥주를 곁들인다든지, 어지러워진 방안이라든지…. 이런 일상적인 공감이 모여서 캐릭터가 완성됐죠.”

드라마는 평균 10분가량의 에피소드 4편을 담았다. 김치, 소리, 119, 이벤트라는 제목의 에피소드와 평범한 캐릭터는 대중의 공감을 이끌어낸다. 1부 에피소드에서 집 앞으로 배달된 엄마표 김치는 혼자 사는 남녀에게 그리운 집밥을 상기시키며 둘 사이를 연결해주는 매개체가 된다.

“혼자 사는 사람에게 꼭 필요한 존재가 뭘까를 고민했어요. 한국을 대표하는 음식이자 한국사람들에게 없어선 안되는 김치가 좋겠다 싶었죠. 로맨스를 떠나 자연이 흰 밥에 김치를 얹어 맛있게 먹는 장면에 많은 사람이 공감하더라구요.”

소리는 흔히 말하는 층간소음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어느날 악몽을 꾸고 일어났는데 밖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안정감을 느끼듯이 층간 소음을 통해 음악소리가 들린다면 어떨까. 옆집남자의 무심한 연주는 여자에게 위로로 다가오고 둘이 교감하는 장치가 된다.

3부 에피소드인 119는 관심에 포인트를 뒀다.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는 삭막한 세상이라지만 주변을 돌아보면 생각보다 괜찮은 이웃이 많다는 걸 전하고 싶었다. 이벤트는 특별한 것을 말하는 게 아니다. 정말 집에서만 밥먹는 나홀로족에게는 누군가 건네는 ‘밥먹자’가 마치 이벤트처럼 느껴질 것 같다는 생각에서 비롯됐다.

“드라마에선 사랑이야기로 풀었지만 혼자 사는 사람들의 무의식을 깔았어요. 누군가에겐 평범한 일상이 혼자 사는 사람에겐 특별한 이벤트로 다가오지 않을까. 혹은 그런 이벤트들이 모여 삶의 윤활유가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요. 저 역시 '엽떡'(엽기떡볶이)을 좋아하는데 양이 많아서 혼자 시켜먹긴 부담스럽거든요. 그래서 누군가 엽떡을 먹자고 하면 꼭 가요(웃음).”

웹드라마 1인 가구. /사진제공=백학필름
웹드라마 1인 가구. /사진제공=백학필름

◆ 혼자인 듯 같이 살아간다
강 대표는 혼자 사는 삶을 통해 더불어 사는 삶이 주는 가치와 혼자서도 충분히 잘 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실제 주위를 둘러봐도 1인용 좌석이 마련된 식당, 1인용 가전제품, 1인용 소형가구 등이 생겨났고 홀로 극장을 찾거나 공연을 관람하는 관객도 늘어나는 추세다. 이는 사회가 점점 1인 가구에 맞춰가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엔딩에 나오는 자막이 ‘혼자인 것 같지만 섞이면서 살아간다’예요. 특히 한국 사람들은 어울려서 사는 것에 익숙했던 사람들이잖아요. 이렇게 보면 1인 가구가 일본 다음으로 우리나라에 많다는 건 독특한 현상일 수 있죠. 분명 사회가 바뀌어야 하는 부분도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1인 가구의 삶에 편견이 섞이진 않았으면 좋겠어요. 욕심이 있다면 다양한 세대의 1인 가구를 다루고 싶어요. 그게 아이일 수도 있고 할아버지일 수도 있겠죠. 행복함 이면의 쓸쓸함, 그 공허함을 혼자가 아니라는 공감으로 채워주고 싶어요.”

이제 대한민국에서 나 혼자 무언가를 한다는 건 전혀 낯선 일이 아니다.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우리이기 전에 나에서 비롯되기 때문일까. 다양한 분야의 제작자들이 1인 가구 콘텐츠에 주목하는 이유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82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