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CU를 보유한 BGF리테일이 최근 깜짝 인적분할을 발표했다. 기업지배구조 관련 지주회사 요건이 강화되는 오는 7월에 앞서 BGF리테일도 지주회사 체제 전환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BGF리테일은 주주가치 극대화와 핵심사업 집중을 위해 이 같은 결정을 했다고 밝혔지만 시장의 반응은 회의적이다. 편의점사업에 편중된 사업구조의 특성상 분할에 따른 기업가치 변화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재계 일각에선 홍석조 회장의 지배력 강화와 2세 승계를 위한 작업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홍석조 BGF리테일 회장. /사진=머니투데이 홍봉진 기자
홍석조 BGF리테일 회장. /사진=머니투데이 홍봉진 기자

◆투자·사업회사 분할… 지주사 전환 시동

BGF리테일은 지난 8일 이사회를 열고 BGF와 BGF리테일을 인적 분할한다고 공시했다. 분할 후 존속되는 법인은 지주회사인 BGF다. BGF는 자회사 지분의 관리 및 투자를 담당한다. BGF에는 BGF네트웍스, BGF핀링크, BGF보험서비스, BGF휴먼넷, BGF포스트, 사우스스프링스 등이 종속된다.
분할 뒤 신설되는 BGF리테일은 편의점 연쇄화 사업부문을 맡는다. 투자사업을 제외한 BGF로지스, BGF푸드, 씨펙스로지스틱 등을 자회사로 거느리게 된다. 이로써 BGF리테일은 홍석조 회장 일가를 시작으로 지주사인 BGF를 거쳐 각 사업회사를 지배하는 구조를 갖출 것으로 보인다.

회사 측은 “투자(지주)부문과 사업부문을 분리하면 경영 효율성이 높아질 것”이라며 “사업적인 리스크와 투자관련 리스크를 분리함으로써 경영의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분 맞교환 가능성↑

하지만 증권시장의 평가는 엇갈린다. 여영상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사업회사의 현금성 자산이 줄어든다는 점은 아쉽지만 배당성향을 높여 주주가치를 높이는 데 힘쓸 것으로 판단한다”며 “편의점사업을 맡는 신설회사 BGF리테일에 대해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를 적용하면 시가총액이 6조9280억원으로 현재 시총보다 1.3% 상승 여력이 있다”고 내다봤다.

반면 분할에 따른 기업가치 변화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제기된다. 현재 BGF리테일 자회사 대부분이 편의점과 연계된 사업을 하고 있어 분할 이후에도 재평가할 만한 부문이 적다는 판단에서다.

이지영 NH투자증권 연구원은 “BGF리테일은 편의점 단일사업만 영위하고 순환출자나 지배구조상 이슈도 없어 지주사 전환의 의의는 크지 않아 보인다”며 “이미 편의점이 충분한 밸류에이션 프리미엄을 받고 있어 저평가 해소도 기대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분할로 계열사에 대한 과대평가가 소멸할 가능성이 있다”며 “분할 전 시가총액은 6조8000억원이지만 시가총액을 분할비율로 나누고 적정가치를 추산할 경우 분할 이후 적정 시가총액은 6조6000억원으로 오히려 소폭 하락한다”고 분석했다.

공시에 따르면 분할 후 지주회사의 자산과 자본은 각각 6331억원, 5477억원이다. 현금성자산이 일부 투자회사에 남으면서 앞으로 신사업의 수익성과 추진 방향에 따라 주가 흐름이 변할 수 있다. 주가 방향은 결국 투자회사 BGF의 행보에 따라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이지영 연구원은 “지주회사가 편의점보다 수익성이 높은 사업에 현금을 재투자한다면 기업가치가 올라가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하락할 수도 있다”며 “BGF가 BGF리테일의 지분을 가지고 있지 않아 지주사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지분매입, 현물출자 및 지분스왑(주식 맞교환) 등을 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가 되는 BGF는 지주사 요건을 갖추기 위해 BGF리테일 지분을 20% 이상 보유해야 한다. 이를 위해 BGF가 BGF리테일 주주들을 대상으로 현물출자 유상증자를 통해 지분율을 확대하고, 두 회사 간 주식 맞교환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BGF가 BGF리테일 주식을 받고 그 대가로 BGF 신주를 주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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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세 승계 묘수?
재계 일각에서는 중장기적으로 2세 승계를 염두에 둔 작업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 회사의 최대주주는 지분 1575만5445주를 보유한 홍석조 회장(31.80%)이다. 홍 회장의 형인 홍석현 전 중앙미디어네트워크 회장(353만3110주, 7.13%), 홍 회장의 막내 여동생인 홍라영 삼성미술관 리움 부관장(319만6320주, 6.45%), 홍 회장의 남동생 홍석준 보광창업투자 회장(246만4340주, 4.97%) 등 BGF리테일 지분 5% 이상을 보유한 주주는 대부분 홍 회장의 형제자매들이다.

반면 홍 회장의 장남 홍정국 전무와 차남 홍정혁씨가 갖고 있는 지분은 각각 0.28%(13만9494주), 0.08%(3만9494주)에 불과하다. 당장 시급한 과제는 아니지만 홍 회장의 두 아들 지분율이 미미한 만큼 지배력을 다지기 위한 첫번째 작업이라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분할절차 완료 후 BGF와 BGF리테일 간 주식 맞교환 절차가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주식 맞교환이 이뤄지면 홍석조 회장의 지배력이 더욱 강화되는 한편 홍 전무와 정혁씨의 지분율도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먼저 분할작업이 완료되면 홍 회장 일가는 현재 지분율만큼의 BGF와 BGF리테일 지분을 갖게 된다. BGF리테일 지분을 전량 BGF에 내주고 그 대가로 BGF 신주를 받는 식으로 양사의 지분을 맞바꾸면 홍 회장 일가는 그룹 지배력을 더욱 강화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기존 친인척 지분은 자연스레 희석된다.  

이와 관련 회사 측은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BGF리테일 관계자는 “지주사 요건을 맞추기 위해 현물출자 방식의 유상증자나 지분 맞교환을 검토해볼 순 있지만 아직 아무것도 결정된 게 없다”면서 “현재 홍 회장의 지배력이 현저히 높고 직접 경영활동을 하고 있는데 리스크 분산을 위한 분할 결정을 두고 경영권 승계를 논하는 건 너무 이르다”고 일축했다.

하지만 홍 회장 일가가 BGF 지분만 확보하면 그룹 전체를 장악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분할 후 양사 주가 추이와 홍석조 회장 일가 외 친인척들의 주식스와프 참여율, 일반 주주들의 지주사 투자 여부에 따라 승계구도도 달라질 전망이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9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