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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로 발견된 한국인 일본군 위안부 영상. 1944년 미중연합군의 중국 송산 점령 당시 한국인으로 추정되는 위안부와 중국군 장교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제공=서울시, 서울대 인권센터 |
한국인 일본군 위안부의 실제 모습이 담긴 영상자료가 처음으로 발견됐다. 서울시와 서울대 인권센터는 5일 공동작업 끝에 이같은 영상자료를 발견한 사실을 발표했다.
해당 위안부 영상 자료는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NARA) 2관에 70여년 동안 보관돼 있던 것으로, 공동연구팀이 2년 넘게 조사한 끝에 발굴했다.
이 자료는 미군이 1944년 중국 송산에서 촬영한 18초짜리 영상으로, 미·중연합군 포로가 된 한국인 위안부를 포함 여성 7명의 모습이 담겨 있다. 미군 164통신대 사진대 사진병 에드워드 페이 병장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1944년 9월8일 직후 촬영해 소장했던 것이다.
그동안 위안부를 증명하는 증언, 문서, 사진은 많았으냐 실제 영상은 세계 최초로 확인됐다. 지금까지 일반에 알려진 위안부 관련 영상은 영국군이 버마(현 미얀마)에서 촬영한 영상으로 영국 전쟁박물관에 소장 중이다. 여기에 등장하는 위안부 5명은 모두 중국인이다.
이번에 발굴된 영상은 그 해 6월 미·중연합군이 일본군이 점령한 '버마로드'를 공격해 9월7일 송산을 점령한 뒤 촬영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일본군 위안부여성 24명 중 10명이 포로가 됐고, 14명은 일본군이 학살하거나 전투 중 목숨을 잃었다.
영상에는 미·중연합군 제8군사령부 중국인 참모장교 신카이 대위로 추정되는 남성이 한 위안부 여성과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나온다. 나머지 여성들은 별다른 말없이 침묵하고 있다.
특히 영상에 나오는 여성들의 옷차림과 얼굴은 이미 공개됐던 중국 송산지역 위안부 포로 사진자료에 나오는 인물들과 일치한다. 위안부 출신 고 박영심 할머니는 2000년 이 사진에 나온 만삭의 여인이 자신이라고 증언한 바 있다.
연구팀에 따르면 영상 속 여성들이 누구인지 정확하게 특정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송산에서 포로가 된 위안부를 조사한 쿤밍 심문보고서를 보면 당시 구속된 조선인 25명 중 10명은 송산지역, 13명은 등충지역의 위안부였다. 이들의 이름과 나이, 고향이 적힌 포로명단도 확인됐다. 박영심 할머니의 이름도 나온다.
영상 속 또 한명의 여성은 북한에 생존했던 윤경애 할머니로 보인다. 서울대 연구팀은 일본의 위안부 연구 권위자 니시노 루미코가 윤 할머니를 직접 인터뷰해 얻은 증언을 바탕으로 이같이 추정했다.
'일본군 위안부 기록물 관리사업'을 추진 중인 서울시와 서울대 연구팀은 이 영상의 존재 단서를 찾은 후 2년 전부터 이미 발굴된 문서와 사진을 분석해 추적을 벌여왔다. 연구팀은 NARA가 소장한 필름 릴 수백 통을 일일이 확인한 끝에 해당 영상을 찾아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 후 중앙정부의 위안부 연구지원이 끊긴 상태에서 서울시가 지원해왔다. 이러한 불행한 역사도 기록하고 기억해야 다시는 반복되지 않는다. 서울시의 모든 역량과 자원을 집중해 역사를 기억하고 바로세우겠다"며 이번 발표에 대한 소감을 전했다.
서울시는 9월 일본군 위안부 기록물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되도록 공모전, 학술대회, 전시 개최 등을 지원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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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4년 9월 미군이 촬영한 중국 송산지역 위안부 포로 사진자료. 이번에 발굴된 영상자료 속 인물들과 외모 차림새 등이 일치한다. /사진=서울시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