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를 맞은 지 20년이 흐른 지금, 정부가 1400조원에 육박하는 가계부채를 잡기 위해 전방위 대출압박에 나섰다. 총 주택대출규모를 줄이는 신 DTI와 신용대출까지 대출심사에 반영하는 DSR을 도입해 ‘빚내서 집 사는’ 것을 원천차단할 계획이다. <머니S>는 제2의 경제위기를 몰고 올 수 있는 가계부채 상황을 살펴보고 달라진 대출제도에 따른 부동산투자 및 대출전략을 알아봤다. 또 금융·채권전문가에게 가계부채에 큰 영향을 미치는 한국은행의 통화정책과 기준금리 전망도 들어봤다.<편집자주>


과열 양상이 여전한 부동산시장에 또다시 규제 시그널이 드리웠다. 정부는 ‘10·24 가계부채 종합대책’을 발표하며 내년부터 다주택자의 대출규제에 초점을 맞춘 신 총부채상환비율(DTI) 등을 도입키로 했다. 정부가 가계부채 총량관리에 돌입하면서 다주택자의 돈줄이 사실상 막힐 것으로 관측된다. 빚내서 집 사지 말고 빚 많은 다주택자는 보유주택을 처분하라는 경고 메시지로 풀이된다. 다주택자는 집을 팔아야 할까, 말아야 할까. 그들의 계산이 복잡해졌다.


시장 ‘꽁꽁’, 매수세 둔화 불가피

정부는 앞선 6·19대책, 8·2대책, 8·2추가대책과 더불어 10·24 가계부채 종합대책을 통해 부동산시장에 과도하게 몰리는 유입자금을 차단할 뜻을 천명했다. 자금 마련줄인 대출에 칼을 댄 만큼 전문가들은 대체로 시장에 끼칠 여파가 클 것으로 관측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정부가 이번 대책을 통해 부동산시장 안정화 의지를 보인 만큼 시장은 일단 숨고르기 양상이 진행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정부정책에 민감한 강남 재건축 등 투자 성격이 짙은 부동산은 매수세 둔화가 불가피하다”며 “갈림길에 선 일부 다주택자는 앞으로 발표될 ‘주거복지로드맵’ 내용수준에 따라 주택을 보유할지 매도할지 의사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컨텐츠본부장은 한발 더 나아가 시장이 급속히 냉각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신 DTI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도입으로 가계부채를 줄이는 데는 효과를 보겠지만 다른 리스크와 맞물려 거래절벽은 물론 부동산시장이 침체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 그는 “그나마 현재 주택시장을 이끄는 주체는 집이 필요한 실수요자인데 이들이 대출을 받기 힘들어진 데다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5%를 돌파한 상황”이라며 “서민의 금융비용이 늘고 추가 대출규제로 신규 주택수요까지 급감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반면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당장 시장에 미칠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예측했다. 그는 “대출규제 시행 시점이 내년 1월이어서 시장이 긴장하겠지만 위축될 정도로 실효성을 기대하기는 힘들어 보인다”며 “분야별로 대책이 언급됐지만 아직은 청사진 정도의 가이드라인만 제시된 만큼 이번 대책은 장기플랜을 위한 과정에 가깝다”고 분석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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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주택자 옥죄는 ‘규제 시그널’
이처럼 정부가 내놓은 10·24 가계부채 종합대책은 가계부채 관리가 초점이지만 사실상 다주택자 옥죄기에 방점이 찍혔다.

먼저 내년 1월부터 기존 DTI 산정방식을 개선한 신 DTI가 도입된다. 현재 DTI는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때 이자상환금액만 계산에 반영하지만 신 DTI는 기존 대출원리금 상환액까지 모두 반영한다.

또 복수 주담대 차주의 두번째 주담대도 만기를 15년으로 제한해 대출 가능금액을 줄인다. 청약시장 과열과 부동산가격 급등의 주원인으로 지목된 다주택자 투기수요를 차단하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이미 8·2대책으로 투기과열지구와 청약조정지역 등에 DTI 한도가 대폭 줄어든 상황에서 내년에 추가 대출규제가 시행되면 다주택자의 돈줄은 사실상 막힐 것으로 보인다.

대출이 필요없는 자산가는 큰 영향이 없겠지만 채무비율이 높은 다주택자의 머릿속은 복잡해졌다. 정부의 부동산시장 규제가 지속돼 시장이 장기간 얼어붙을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시장이 얼어 거래절벽이 현실화되면 주인 없는 매물이 쌓이고 집값이 떨어져 시세차익은커녕 빚만 늘어날 수 있다.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지속적으로 가해진 규제 시그널은 앞으로 부동산시장을 어떻게 바꿀까. 또 ‘보유’와 ‘매도’의 기로에 선 다주택자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보유’와 ‘매도’의 기로, 선택은?

이번 대책이 시장에 끼칠 영향만큼 큰 관심을 받는 부분은 다주택자들이 과연 주택을 계속 보유해야 할지 팔아야 할지다. 또 매도한다면 어느 시점에 팔아야 하는지도 관심사다. 이에 대한 전문가의 의견은 다소 엇갈린다.

이남수 신한금융투자 부동산팀장은 추가로 주거복지로드맵 발표가 예고된 만큼 일단 관망할 것을 주문했다. 주거복지로드맵 발표 등에 따라 셈법이 달라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는 “다주택 보유자들이 고민하는 상황이어서 당장 매물이 쏟아질 가능성은 적다”며 “이번 대책은 장기적 플랜을 위한 속도 조절 성향이 짙은 만큼 바로 매도하지 말고 주거복지로드맵 발표를 지켜본 뒤 상황을 보고 결정해도 늦지 않다”고 조언했다.

반면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자신의 채무 여부와 자금력에 따라 의사결정을 내릴 것을 권했다. 그는 “세제혜택이 있는 임대사업자 등록을 하지 않거나 다중채무자로서 추가대출이 어려워 이자만 내야 하는 사람은 매도하는 게 낫다”며 “1가구 1주택자 중에서도 이자만 내는 변동금리로 묶인 사람은 연내 고정금리에 원리금균등분할상환으로 전환해 월 상환액을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12호(2017년 11월1~7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