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를 주도하는 엔터테인먼트주가 다시 살아나고 있다. 연예인으로서 생명이 언제 끝날지 모르는 아이돌처럼 엔터주는 증시에서 변동성이 큰 업종으로 분류된다. 특히 지난해부터 이어진 중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보복으로 ‘금한령’이 내려지면서 소속 연예인과 콘텐츠로 먹고사는 엔터주는 더욱 힘든 나날을 보냈다.
그러나 엔터주는 추석 연휴 이후 일제히 활력을 되찾았다. 엔터주를 짓누르던 중국 사드보복이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오면서다. 지난달 12일(현지시간) 한국과 중국은 560억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를 3년 더 연장하기로 합의했다. 통화스와프는 긴급상황 시 양국의 통화를 맞교환하겠다는 약속이다. 시장에서는 이를 두고 한국과 중국의 외교적 협상 여지가 아직 남았다고 보고 사드 갈등이 점차 해소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엔터주도 올 4분기부터 실적 개선세가 가시화될 것으로 분석된다.
◆에스엠, 돌아온 대세 아이돌
지난달 25일 에스엠은 전 거래일과 동일한 3만400원선에서 장을 마감했다. 한달 전 장중 2만7100원까지 떨어졌을 때에 비해 12.18% 상승한 것이다. 그 전까지 주가가 약세를 보였던 이유는 3분기 실적이 지난해보다 부진할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에스엠의 3분기 실적 전망치(평균)는 매출액 930억원, 영업이익 69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각각 10.66%, 48.89% 감소한 수준이다. 당기순이익 역시 53억원으로 32.91% 줄어들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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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부진은 에스엠의 국내외 공연활동 감소 때문이다. 미래에셋대우에 따르면 에스엠의 3분기 일본 콘서트는 약 32만명을 모객해 전년 동기(51만명)보다 급감했다. 일본 외 타국에서의 콘서트도 지난해 같은 기간 31회보다 적은 22회가 반영될 전망이다. 연결과 지분법손익으로 인식되는 자회사의 실적은 대체로 무난하다는 평가지만 영상콘텐츠 제작사업을 영위하는 SM C&C는 이번 분기에 드라마 편성이 없어 부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에도 최근 주가가 상승하는 것은 올 4분기 기대감이 형성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3분기 부진한 실적은 선반영됐고 앞으로 남은 3개월간 에스엠이 뛰어난 성과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우선 기존의 메인 아티스트인 동방신기와 슈퍼주니어가 복귀한다. 이들은 입대 전 일본 콘서트 모객의 60% 이상을 차지했다. 또 남자아이돌그룹 EXO가 고척 스카이돔에서 대규모 연말 콘서트를 진행하는 것도 4분기 실적에 반영된다. 나아가 신규인수한 광고사업부의 매출도 4분기에 인식되면서 연결기준 분기 매출액 1000억원 돌파를 눈앞에 뒀다.
박정엽 미래에셋대우 애널리스트는 “EXO와 동방신기 일정이 일부 겹치기 때문에 이에 따른 각각의 모객 역량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광고사업 등 신사업과 음반, 공연 등의 본업에서 모두 추가성장이 기대돼 현 시점이 주가진입 기회”라고 분석했다.
◆와이지엔터, ‘믹스나인’ 흥행 기대감
와이지엔터테인먼트의 주가도 에스엠과 비슷한 움직임을 보였다. 지난달 25일 와이지엔터는 장중 2만9050원까지 오르며 연휴 전 2만4550원에 비해 18.33% 상승했다. 지난 상반기 3만6000원을 호가했을 때보다 큰 폭으로 떨어진 수준이지만 빅뱅의 멤버 탑의 대마초 사건 등 악재가 있었음을 고려하면 반등세가 반갑다. 빅뱅은 지난해까지 와이지엔터 매출의 절반가량을 벌어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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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중국 관련 매출의 급감으로 3분기 실적 부진 전망이 나온 점도 그간 주가를 압박했다. 와이지엔터의 3분기 매출액은 922억원, 영업이익은 100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각각 8.98%, 17.36% 감소할 전망이다. 중국 매출이 부진한 점이 이익감소의 주원인이다. 지난해에는 중국에서 빅뱅이 완전체 활동을 하면서 호실적을 냈다.
와이지엔터에서 기대할 부분은 지난달 29일 JTBC에서 첫 방영된 리얼리티 경쟁 프로그램인 <믹스나인>이다. <믹스나인>은 70여개의 기획사 출신 400여명의 연습생을 대상으로 아이돌그룹을 발굴하는 프로그램이다. 와이지엔터의 양현석 대표와 <프로듀스101>·<쇼미더머니> 등을 만든 한동철 PD가 제작했다.
이기훈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프로듀스101 시즌2>를 통해 데뷔한 워너원의 경우 데뷔하자마자 앨범 73만장을 팔고 콘서트와 해외일정을 소화하는 등 약 1년6개월 동안 800억~1000억원의 매출이 기대된다”며 “만약 <믹스나인>이 워너원과 비슷한 수준으로 흥행한다면 내년 와이지엔터의 이익 기대치는 빅뱅의 군입대 공백에도 상향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JYP, ‘트와이스’가 이끈다
최근 3대 기획사 중 가장 주목받는 곳은 JYP엔터테인먼트다. JYP는 다른 엔터주와 다르게 올 들어 꾸준히 상승세를 보였다. 지난달 25일 종가 기준 1만2100원을 기록하며 올 초 4800원 대비 152.08%나 상승했다. 나아가 지난 9월27일에는 미국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가 JYP의 지분을 5.73% 보유한다고 공시하며 주가상승을 견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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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YP 주가상승의 일등공신은 걸그룹 트와이스다. 올 하반기 들어 일본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트와이스는 일본에서 역대급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JYP 매출의 주력이 가수 겸 배우 수지에서 트와이스로 넘어가는 점이 긍정적이다. 아티스트별로 수익이 다각화되는 데다 에스엠·와이지엔터에 비해 세대교체가 성공적이어서다.
일본에서의 흥행은 중국 사드보복 영향마저 무색하게 만들었다. 일본 오리콘차트에 따르면 지난달 18일 기준 트와이스의 첫번째 일본 싱글 ‘ONE MORE TIME’은 위클리 싱글차트 1위를 기록했고 일주일간 20만장 넘는 앨범이 팔렸다. 이대로 앨범판매가 30만장을 넘긴다면 첫 앨범부터 사상 최대기록인 동방신기를 넘어설 전망이다.
이 애널리스트는 “3분기 실적은 추정치를 소폭 하향할 전망인데 이는 GOT7과 트와이스의 컴백이 10월이고 일본 콘서트 관객수가 0명으로 반영되기 때문”이라며 “두 그룹의 컴백과 2PM 우영의 일본 콘서트, 트와이스의 일본 앨범과 굿즈 판매가 반영되는 4분기에는 사상 최대실적이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12호(2017년 11월1~7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