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호를 활짝 연 베트남이 ‘기회의 땅’으로 떠올랐다. 우리나라는 베트남을 중심으로 ‘신남방정책’을 추진, 통상정책의 지도를 다시 쓰겠다는 계획이다. 우리 기업은 일찌감치 베트남을 새로운 소비시장 점찍고 경제영토 확장에 모든 역량을 쏟아 붓는 분위기다. <머니S>는 창간 11주년을 맞아 기회의 땅 베트남을 찾아 우리 기업의 사업현황과 앞으로의 전략을 살펴봤다. 또한 현지 주요관계자 인터뷰를 통해 베트남 진출에 필요한 조언도 들어봤다. <편집자 주>

[신남방정책의 거점, 베트남을 가다] ③-1 베트남에 부는 유통·문화한류 - 이마트

베트남 이마트 고밥점 전경 / 사진=이한듬 기자
베트남 이마트 고밥점 전경 / 사진=이한듬 기자
베트남 호찌민의 대표적인 중산층 밀집지역 고밥(Go Vap)구에 2015년 문을 연 이마트 매장이 있다. 신세계그룹이 베트남 현지에서 운영 중인 유일무이한 이마트 지점이지만 호찌민지역 대형마트 가운데 ‘매출 톱’을 달리는 알짜배기 매장이다. 평일 1만명, 주말 1만6000명의 고객이 이마트 고밥점을 찾는다.
기자가 매장을 방문한 지난달 14일(현지시간) 오전. 이마트의 상징이나 다름없는 노란색 간판이 익숙하게 다가온다. 매장 앞 주차장에 늘어선 수백대의 오토바이만 아니면 한국매장과 꼭 닮은 모습이다. 고밥점은 오토바이를 주 교통수단으로 이용하는 현지 생활환경에 맞게 오토바이 1500대, 자동차 150대를 수용할 수 있는 주차장을 마련했다.


◆현지인 성향 철저히 분석

외부 주차장에서 나오면 불과 대여섯 걸음 만에 매장 건물 메인출입구로 들어선다. 고객들의 편리한 쇼핑을 위해 이동시간을 최소화했다는 게 고밥점 관계자의 설명이다.

총 1만㎡의 매장 중 임대를 제외하고 이마트가 직영 중인 매장은 5950㎡다. 1층에는 가전, 식품, 의류매장 등이 몰려있다. 매장을 둘러보기 위해 걸음을 옮기자 입구에 대기 중이던 직원이 가방지퍼에 케이블타이를 묶는다. 도난방지를 위한 절차로 쇼핑을 마치면 직원이 직접 풀어준다.


이마트 고밥점 내 의류코너 / 사진=이한듬 기자
이마트 고밥점 내 의류코너 / 사진=이한듬 기자
고밥점 매장은 가전매장을 통과해서 의류, 주방, 식품, 신선·즉석식품코너를 순서대로 거쳐 카운터로 빠져나갈 수 있도록 조성했다. 고밥점 관계자는 “한국소비자의 경우 능동적인 쇼핑에 익숙하지만 베트남인들은 아직까진 (능동적 쇼핑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순차적으로 코너를 둘러볼 수 있도록 동선을 구성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대기업의 가전제품이 모여 있는 가전매장을 지나면 다양한 아동복이 진열된 의류코너가 나온다. 이마트 고밥점의 주 타깃층이 ‘아이를 둔 30대 주부’인 만큼 상품진열도 이들의 쇼핑에 최적화됐다.

식품코너로 들어서면 ‘코리안 푸드 존’이 눈에 띈다. 이곳에는 라면, 술, 과자 등 다양한 한국제품이 전시됐다. “한국음식이 인기가 많냐”는 질문에 고밥점 관계자는 “굉장히 잘 팔린다”고 답변했다. 특히 잘 팔리는 것은 한국 소주와 김스낵, 라면 등이다. 소주의 경우 브랜드에 상관없이 잘 팔리며 김스낵은 안주로 인기가 많다는 설명이다.

라면의 경우 현지에 유통되는 수입제품 중 한국제품이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인기가 좋다. 이마트의 자체브랜드인 ‘노브랜드’의 매출도 성장세다. 특히 버터쿠키의 경우 현지인이 좋아하는 노란색 포장이 ‘고급스럽다’는 인식과 맞물려 선물용으로 잘 팔린다. 고밥점 전체 매출 가운데 한국제품의 매출이 10%를 차지한다.

◆2020년까지 추가매장 개점

신선·즉석식품 코너도 한식의 인기가 높다. 떡볶이, 어묵 등 한국분식을 직접 조리해서 파는 코너는 현지인들이 줄을 섰다. 고밥점은 고객이 곧바로 음식을 먹을 수 있도록 테이블 공간도 마련했다.

이마트 고밥점 신석식품 코너에서 한국식 도시락을 판매하고 있다 / 사진=이한듬 기자
이마트 고밥점 신석식품 코너에서 한국식 도시락을 판매하고 있다 / 사진=이한듬 기자
김밥은 날개 돋친 듯 팔린다. 오전 11시가 채 안된 시간임에도 진열된 김밥이 대부분 판매돼 담당 직원이 다시 채워 넣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고밥점 관계자는 “한국에 안가도 한국식품을 쇼핑할 수 있도록 신선식품의 퀄리티와 맛에 신경을 쓰다 보니 ‘이마트 신선식품은 믿을 수 있다’는 경지에 올랐다”며 “베트남 전체에서 이마트의 신선식품 매출이 1위”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고밥점은 한국인 주재원이 7명뿐이며 점장을 비롯한 직원 270여명이 모두 현지인이다. 주재원은 매장 운영의 방향만 설정하고 나머지 세부적인 관리는 모두 베트남인들이 맡는다. 이는 베트남인의 성향에 맞는 현지화·차별화 전략을 펼칠 수 있는 배경이다.

고밥점은 개점 1년 만인 2016년 목표 대비 120%인 419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지난해 매출 역시 전년 대비 24.3% 증가한 520억원을 기록하는 등 성장세다. 고밥점의 성공에 힘입어 이마트는 2020년까지 호찌민에 2억달러를 투자해 5개 점포를 열 계획이다.

이 중 2호점은 고밥점과 7㎞ 떨어진 곳에 내년 상반기 중 들어선다. 2호점 예정지역 인근에 140만명의 인구가 거주하며 소득수준이 고밥과 비슷해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고밥점 관계자는 “매장을 많이 내는 것보단 한개를 만들더라도 제대로 만들자는 게 회사의 방침”이라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추석합본호(제558호·55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