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로보틱스가 R&D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기존 하드웨어 중심 사업 구조에서 AI 기반 지능형 로봇 기업으로 체질을 개선하기 위해서다. 사진은 두산로보틱스 '이노베이션 센터'의 모습. /사진=두산로보틱스

두산로보틱스가 실적 부진 속에서도 연구·개발(R&D)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로봇 산업에서 피지컬 AI 중요성이 커지면서 관련 역량을 확대해 AI 기반 로봇 기업으로 체질 개선을 꾀한다는 구상이다. 두산그룹이 엔비디아와 피지컬 AI 협력도 추진하면서 두산로보틱스 AI 전환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된다.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두산로보틱스는 올해 3분기 매출 102억원, 영업손실 153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3% 늘었지만 적자 폭은 1년 전보다 59% 확대됐다. 올해 3분기 기준 누적 적자는 총 431억원으로 지난해 연간 영업손실 규모인 421억원을 뛰어넘었다.


미국발 관세 불확실성으로 전방 산업인 제조업에서 로봇 투자가 줄어든 것이 크게 작용했다. 미국 로봇 솔루션 기업 '원엑시아'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일회성 비용과 인력 충원 부담도 영향을 미쳤다. 두산로보틱스는 지난 7월 356억원을 투입해 미국 로봇 솔루션 기업 원엑시아 지분 89.6%를 확보했다.

원엑시아는 로봇 시스템 통합(SI) 및 첨단 자동화 솔루션 전문기업이다. 자체적인 솔루션 개발·제조·판매 역량을 갖추고 있으며 현지 기업을 대상으로 자동화 시스템 설계·제조·설치 서비스를 제공한다. 2023년 흑자 전환에 성공한 이후 지난 2년간 연평균 20%대의 성장세를 보였다.

두산로보틱스는 자사의 로봇 하드웨어 역량과 원엑시아의 소프트웨어(SW) 기술력을 결합해 시너지를 극대화할 방침이다. 기존 하드웨어 중심 사업 구조에서 벗어나 AI 기반 지능형 로봇 기업으로 체질을 개선하는 것이 최종 목표다. 향후 원엑시아의 잔여 지분을 인수해 완전 자회사화하고 추가 인수·합병(M&A)도 모색할 계획이다.

지난 2월에는 토스 출신 김민표 대표를 선임하며 AI 사업 강화 의지를 드러냈다. 김 대표는 2024년 두산로보틱스에 합류해 최고전략책임자(CSO)로서 신사업과 R&D 부문을 총괄해 왔다. 지난 9월에는 네이버·토스·토스증권 등을 거친 오창훈 전무를 AI·SW 개발 총괄 임원으로 영입, 관련 역량을 보강했다.


경기 성남시에 국내 최대 규모의 로봇 연구소 '이노베이션 센터'도 개소했다. 분당과 수원 등으로 분산돼 있던 R&D 인력을 한곳에 모아 연구 효율과 협업 시너지를 높이기 위해서다. 두산로보틱스의 올해 3분기 매출 대비 R&D 투자 비중은 27%에 달했으며 최근 3년 누적 R&D 투자금은 약 259억원으로 같은 기간 전체 매출의 약 18%를 차지했다.

피지컬 AI는 로봇, 자율주행차 등 물리적 기기에 탑재되는 AI를 의미한다. 최근 두산이 엔비디아와 피지컬 AI 강화를 위한 전략적 협력을 추진키로 한 것도 주목된다. 엔비디아의 피지컬 AI 기술에 두산의 건설기계·로봇·발전기기 데이터를 학습시켜 두산에 최적화된 맞춤형 파운데이션 모델(FM)을 확보할 방침이다.

그룹 차원의 AI 투자가 확대되면서 로보틱스의 AI 전환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두산 로보틱스 관계자는 "실제 현장에서 축적된 데이터가 많은 만큼 이를 AI 개발에 활용해 로봇 산업에 최적화된 인공지능을 만드는 협업이 가능하다"며 "자체적인 AI 조직을 통한 연구개발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두산로보틱스는 2026년 1월6일 열리는 'CES 2026'에서 피지컬 AI 기술력을 선보일 예정이다. AI 기반 두산 로봇 솔루션 '스캔앤고'는 지난 5일 발표된 CES 2026 혁신상에서 AI 부문 최고혁신상과 로봇공학 부문 혁신상을 수상했다. 내년에는 현장에 즉시 투입이 가능한 다양한 AI 로봇 솔루션을 시장에 공개할 계획이다.
두산로보틱스의 AI 기반 로봇 솔루션 '스캔앤고'는 CES 2026 혁신상에서 AI 부문 최고혁신상과 로봇공학 부문 혁신상을 수상했다. /사진=두산로보틱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