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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VR콘텐츠를 즐기는 관람객들. /사진=뉴스1 DB |
시장전망도 밝다. 한국VR협회는 국내 VR시장 규모가 올해 2조8000억원에서 2020년 5조7000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디지캐피털, IDC, 스트래티스틱스MRC 등 투자·시장조사업체는 같은 기간 세계VR시장규모가 700억~2120억달러(약 79조~239조원)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이런 전망에도 국내 VR시장의 반응은 미지근하다. 2015년부터 4차 산업혁명의 중추로 떠오르며 VR방을 비롯한 다양한 사업이 등장하고 있지만 실제 운영자와 이용자가 피부로 느끼는 체감은 여전히 답보상태라는 지적이다.
◆소비자 외면, 해법은 어디에
국내 VR시장은 VR테마파크 및 VR방 등 기업형 비즈니스를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다. 반대로 말하면 소비자를 타깃으로 한 B2C 사업은 엄두도 못 내는 실정이다.
페이스북 ‘오큘러스’, HTC ‘바이브’, 소니 ‘플레이스테이션 VR’, 삼성 ‘오딧세이’ 등 다양한 VR기기가 판매되고 있지만 최대 100만원에 달하는 가격대는 여전히 부담스럽다. 스마트폰같은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며 콘솔기기에 버금가는 콘텐츠도 부족해 소비자 투자여력을 끌어내지 못했다. 가정용 기기 보급이 속도를 내지 못하자 개발사는 프랜차이즈 가맹점 및 관련 테마파크 프로젝트로 눈을 돌렸다.
전문가들 역시 B2B 비즈니스의 원인을 콘텐츠 부재로 꼽았다. 대표적으로 1990년대 초 급성장한 PC방처럼 ‘스타크래프트’ 같은 킬러콘텐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킬러콘텐츠와 플랫폼이 만나 시너지를 내고 재미를 느낀 이용자가 많아지면 자연스럽게 B2C시장을 공략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한호성 전주대학교 스마트공간문화기술공동연구센터 교수는 “우리나라는 현재 비즈니스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VR플랫폼이 없다”며 “해외 플랫폼도 확산 속도가 느려 이용자 선택폭이 제한되다보니 편향적으로 콘텐츠를 즐기는 형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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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미지투데이 |
특히 VR게임의 경우 장르 비중이 심하게 편중됐다는 지적을 받는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VR방 운영업체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VR게임 장르 선호 1순위는 슈팅·FPS·TPS가 40.0%로 1위를 차지했고 ▲시뮬레이션 15.0% ▲캐주얼·어드벤처 10.0% ▲스포츠 10.0% ▲레이싱 10.0% ▲교육 10.0% ▲액션 5.0% 순으로 이어졌다.
정지훈 경희사이버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3D TV의 보급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3D TV도 콘텐츠 부족과 높은 디바이스 가격으로 보급속도가 느려졌다”며 “킬러콘텐츠를 확보하고 저렴한 가격에 대량 생산체계를 갖춰 디바이스 가격을 낮추는 환경이 구축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VR방, 교두보” 현실은 ‘폐업 걱정’
국내 VR산업의 플랫폼 및 창구 역할을 담당하는 VR방도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전국 VR방을 대상으로 임차여부를 조사한 결과 97.7%가 임차형태로 나타났고 자가는 2.3%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업장 보증금은 ‘1억원 이상’이라는 답변이 33.3%로 가장 많았고 월세 사업장의 경우 38.1%가 500만원 이상을 매달 납부하고 있었다. 지난해 연매출 평균이 7940만원임을 감안하면 일부 사업장은 매달 적자에 시달리는 실정이다.
올 들어 이용객도 크게 줄어 업주 사이에서 폐업 등 부정적 시선도 급증했다. 같은 조사에서 VR방 전망을 묻자 44.2%가 악화될 것으로 예상한 반면 나아질 것이라는 답변은 23.3%에 그쳤다. 부정적으로 예상한 업주는 소비자 관심이 줄었다고 하소연한다. 이유를 살펴보면 ‘소비자 관심이 줄어 VR게임 이용자체가 감소했다’는 의견이 52.6%를, ‘VR방 증가로 경쟁이 심화됐다’는 답변도 47.4%를 차지했다. ‘미흡한 관련 정책 및 제도’와 ‘VR방 유지비용’을 꼽은 비율도 각각 36.8%로 큰 비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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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미지투데이, 자료=한국콘텐츠진흥원 |
그는 “VR방의 경우 PC방보다 많은 요금을 받지만 수익이 인프라를 교체할 수준은 아니기 때문에 한계가 명확하다”며 “비즈니스모델을 다각화해 이용자를 끌어들일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VR사업이 의료, 국방, 교육, 항공 등 산업영역으로 넓어지고 있지만 소비재시장으로 진입해야 규모를 폭발적으로 늘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민·관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VR방 등 기초 시설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정 교수는 “지금까지의 VR은 가능성과 연구 수준에서 진행된 것일 뿐 상업화적 시장이라고 하기에는 역부족”이라며 “콘텐츠 개발사, 유통 플랫폼, 교육, 비즈니스 등 실무 이해관계자들 서로에게 영향을 주는 인프라가 구축될 때 비로소 의미있는 성장곡선이 그려질 것”이라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71호(2018년 12월19~24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