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점 200여곳, 백화점 및 로드숍 500여곳. 하청업체 50여곳. 하청업체와 대리점, 백화점 등에 종사하는 직원들이 3000여명. 이들은 순식간에 생계를 걱정해야하는 위기상황에 처하게 됐습니다….”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온 한 게시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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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라 리뉴얼/사진=머니투데이DB |
관련업계에 따르면 르까프와 케이스위스, 머렐 등의 브랜드를 보유한 화승은 지난 1월31일 서울회생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법원은 일단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신청 하루 만에 회생절차 개시 결정이 있을 때까지 가압류 등을 금지하는 포괄적 금지명령을 내렸다.
화승은 1953년 부산에서 국내 신발기업 1호로 설립된 동양고무공업을 모태로 한 기업. 1978년 주문자생산방식으로 나이키 신발을 납품하면서 급성장했다. 1981년 지금의 사명으로 변경한 뒤 1986년엔 르까프를 출시하며 국내 신발 산업의 중흥을 이끌었다. 르까프 수출로 1990년 수출5억불탑과 금탑산업훈장을 받는 등 승승장구했으나 1998년 외환위기로 부도가 나면서 사세가 급격히 기울었다.
이후 아웃도어 열풍으로 반짝 재기하는 듯 보였으나 다시 아웃도어 열기가 식고 해외 브랜드와의 경쟁에서 밀리면서 2015년 12월 화승그룹에서 분리됐다. 현재 화승은 산업은행과 사모투자합자회사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화승은 전국적으로 대리점과, 가맹점 외에 50여개의 협력업체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연쇄 피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화승 협력업체 관계자는 “화승의 회생절차 신청 이후로 밥도 제대로 못 먹고 잠도 제대로 못 자면서 일분 일초도 불안감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며 “수억, 수십억의 부도 앞에서 삶의 의욕을 잃고 있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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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르까프의 복고풍 광고 영상 캡처 |
윤윤수 휠라코리아 회장의 장남인 윤근창 사장은 아재브랜드 이미지를 벗고 휠라를 환골탈태시킨 주인공이다. 그는 휠라의 올드한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2016년 새로운 비즈니스모델 시스템을 구축, 본격적인 리브랜딩을 주도했다.
홀세일, 신발 R&D 등을 센터에서 주도하며 성과와 경영능력을 인정받았다. 휠라의 부활을 가져온 코트디럭스 슈즈도 그의 주도로 탄생했다. 레트로 열풍과 함께 10~20대의 마음을 사로잡은 휠라는 윤 사장의 착한 가격, 유통망 확대 등의 전략이 더해지면서 매출도 덩달아 상승했다. 지난해 휠라코리아의 매출(잠정실적)은 2조9615억원으로 3조원에 육박했으며, 영업이익도 3573억원을 기록했다.
업계는 휠라의 반전을 놀랍다고 평가한다. 업계 관계자는 “불과 몇 년 전만해도 휠라의 인기가 ‘반짝 효과’로 보여졌지만 이제는 모두들 박수치는 분위기”라며 “패션업계에서 브랜드의 성패가 CEO의 경영 능력과 트렌드를 읽는 눈에 달려있다고 거론되는 좋은 예시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