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숙 컬쳐미디어랩 대표와 김태훈 팝 칼럼니스트가 19일 부산 동서대학교 센텀캠퍼스에서 대담을 나누고 있다. /사진=넷플릭스

넷플릭스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이 전 세계를 휩쓸면서 넷플릭스의 K콘텐츠 성공방정식이 주목받고 있다. 콘텐츠 제작과 유통에 이르기까지 남다른 노하우로 K콘텐츠의 새로운 전성기를 이끌고 한국 문화 산업의 저변을 넓혔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숙 컬쳐미디어랩 대표와 김태훈 팝 칼럼니스트는 19일 부산 동서대학교 센텀캠퍼스에서 'K-콘텐츠의 발전이 한국에 기여하는 문화 경제적 효과'에 대해서 대담을 나눴다. 두 사람은 케데헌의 성공이 그동안 넷플릭스가 콘텐츠 시장에서 꾸준히 노력해온 부분들이 빛을 본 결과라고 입을 모았다.


김숙 대표는 "격세지감이라고 해야 하나. 방탄소년단(BTS)이 시장에서 인기가 있기 시작할 때 미국 시장 소비자들이 글을 공개헀는데 '한국을 좋아하는 것은 혼자만 그런 거야'라는 반응이었다"며 "이제는 그런 말을 아무도 안 한다"고 운을 뗐다.

한국의 전통문화를 소재로 한 케데헌은 넷플릭스 역사상 최다 시청 기록을 세우며 지난 14일 최초로 누적 시청 수 3억뷰를 돌파했다. OST 역시 미국 빌보드와 영국 오피셜 차트 1위를 동시에 석권하며 '케데헌 신드롬'을 이어가는 중이다.

김 칼럼니스트는 케데헌이 '한국적 취향의 소재'가 정체성을 찾는 폭발력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전 세계 공통의 고민인 정체성을 한국적 콘텐츠로 풀어내는 보편적 스토리가 적중했다는 설명이다. 그는 해외에서 익숙한 미녀삼총사라는 구성에 퇴마사라는 소재를 엮은 케데헌을 보면 시청자 본인과 동일시하는 캐릭터가 있을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이 같은 케데헌의 메시지가 주효했다고 해석했다. 김 칼럼니스트는 "미국 사회에서 현재 이민에 대한 여러 가지 차별이 존재하고 있는데 나의 정체성은 중요한 문제"라며 "특히나 다민족으로 이루어져 있는 유럽 같은 나라들은 더 심하다"고 말했다. "우리의 입장에서는 왜 이렇게 강력한 효과를 내고 있냐고 하겠지만 이들 입장에서는 굉장히 중요한 문제"라고 덧붙였다.

이들은 K콘텐츠로 인해 뻗어나가는 산업적 효과에 주목했다. 김 칼럼니스트는 "파생되는 산업의 어떤 중폭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관광 산업이라든지 K뷰티라든지 또는 음원이나 기타 수익 등 여러 가지 효과들이 분명히 있다"고 전했다.

과거 섹스앤더시티에 여성들이 컵케이크를 먹는 장면이 하나의 라이프스타일을 만들어냈는데 케데헌은 그 이상의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 칼럼니스트는 "할리우드 문화라는 건 동경의 대상이었는데 이제는 반대로 할리우드 문화에 익숙한 시청자들이 한국 문화를 즐기고 향유하는 시대로 접어들었다"고 부연했다.

K콘텐츠가 도전을 두려워하면 안 된다고도 했다. 김 칼럼니스트는 "고증이 잘못되는 부분이 생길 텐데 그것을 두려워한다"며 "공장에서 생산하는 100개 물건의 불량률을 생각하면 뭐든지 완벽할 수 없다"고 말했다. "즐길 수 있는 것도 생기지 않을까"고 전했다. 과거에만 머무는 콘텐츠가 아니라 새로운 변화 속에서 진화하는 콘텐츠가 의미 있다는 것이다. 변화 없이 답보하는 콘텐츠는 박물관의 전유물이라고 설명했다.

넷플릭스의 과감한 도전이 K콘텐츠의 위상을 만들었다고 했다. 김 칼럼니스트는 "넷플릭스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라는 새로운 생태계 만들었다"며 "어떤 시장을 개척했다는 것은 획기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항해술만 뛰어난 항해사가 대륙을 떠나 나설 기회가 생긴 것"이라며 "다양한 콘텐츠 생산으로 신인창작들에게 기회를 제공해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

넷플릭스는 2016년 한국 진출 이후 특수효과(VFX), 특수분장(SFX), 후반작업(Post Production), 더빙, 자막 등 국내 기업들과 상생하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는 데 힘을 쏟았다. 한때 사양산업으로 분류되던 더빙 업계는 넷플릭스 현지화 작업 덕분에 활력을 되찾았다는 평가다. 넷플릭스 작품 한 편에는 평균 10개 언어의 더빙이 이뤄지며 한 개 언어를 더빙할 때 50~60명의 인력이 투입된다.

여기에 국내 파트너사와 동반 성장: 국내 콘텐츠 제공사업자(CP)·방송사·플랫폼사 등 파트너사들과의 긴밀한 협업을 통해 K-콘텐츠의 글로벌 확장을 실현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SBS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신작 드라마를 전 세계 동시 공개했으며 자막·더빙뿐 아니라 현지 홍보 및 마케팅까지 지원하여 한국 콘텐츠의 글로벌 성장을 뒷받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