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한국시간) 브라질 벨루오리존치 미네이랑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 코파아메리카 4강에서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환상적인 경기력을 선보인 브라질의 풀백 다니 알베스. /사진=로이터
3일(한국시간) 브라질 벨루오리존치 미네이랑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 코파아메리카 4강에서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환상적인 경기력을 선보인 브라질의 풀백 다니 알베스. /사진=로이터

브라질 축구 대표팀이 지난 3일(이하 한국시간) ‘숙적’ 아르헨티나를 격파하고 2019 코파아메리카 결승 무대에 선착했다. 2007년 베네수엘라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이후 12년 동안 결승에도 오르지 못했던 브라질은 무실점 행진과 함께 탄탄한 전력을 바탕으로 조국에서 남미 왕좌 탈환을 노리고 있다.
브라질의 4강 상대였던 아르헨티나는 조별리그에서 주춤했으나 8강전에서 베네수엘라를 2-0으로 격파하며 어느 정도 분위기를 끌어올린 상태였다. 여기에 리오넬 메시를 비롯해 세르히오 아구에로 등 언제든지 한 방을 터뜨릴 수 있는 선수들이 대기하고 있는 만큼 결코 방심할 수 없는 팀이었다.

하지만 브라질은 아르헨티나의 슈팅이 두 차례 골대를 맞는 행운과 함께 전반적으로 효율적인 경기를 펼치며 결승에 올랐다. 이날 1골 1도움을 주고받은 가브리엘 제수스와 호베르투 피르미누 외에도 중원에서 메시를 끊임없이 괴롭힌 카세미루, 브라질 대표팀에서도 안정감을 뽐내고 있는 골키퍼 알리송 베커 등 네이마르의 부재에도 불구하고 선수들이 고른 활약을 보였다.


이 중에서도 가장 돋보인 선수는 올해 36세의 ‘백전 노장’ 다니 알베스였다. 풀타임을 소화한 알베스는 시종일관 오른쪽 측면을 누비며 마치 FC 바르셀로나 시절 전성기를 연상케 하듯 공·수에서 맹활약했다. 남미축구연맹(CONMEBOL) 역시 이날 경기 최우수 선수(맨 오브 더 매치)로 알베스를 선정했다.

통계 매체 ‘후스코어드닷컴’에 따르면 알베스는 이번 4강전에서 팀 내 최다인 72회의 볼터치를 가져가면서 드리블 성공 5회, 태클 성공 2회, 걷어내기 2회, 인터셉트 1회 등 전방위적인 활약을 펼쳤다. 

아르헨티나와의 코파아메리카 4강전에서 경기 최우수 선수(MVP)로 선정된 알베스. /사진= 코파아메리카 공식 트위터
아르헨티나와의 코파아메리카 4강전에서 경기 최우수 선수(MVP)로 선정된 알베스. /사진= 코파아메리카 공식 트위터

브라질의 귀중한 선제골도 알베스의 발끝에서 시작됐다. 팽팽한 승부가 이어지던 전반 18분 알베스는 라우타로 마르티네스와의 볼경합을 이겨낸 다음 개인기로 수비수 두 명을 가볍게 제친 후 오른쪽으로 쇄도하는 피르미누에게 감각적인 패스를 건넸다. 

노마크 찬스 상황에서 페널티 박스까지 손쉽게 진입한 피르미누는 문전 앞에 대기하고 있던 제수스에게 킬패스를 건넸다. 제수스가 이를 여유롭게 마무리하면서 브라질이 이른 시간에 득점에 성공했다.
전반 45분에는 침투하는 피르미누를 향해 날카로운 패스를 건네기도 한 알베스는 경기 내내 날카로운 모습을 이어갔다. 후반 10분에는 아르헨티나의 측면 수비수 후안 포이스의 경고를 이끌어냈으며 경기 종료 직전에는 필리페 쿠티뉴를 향해 전성기 못지않은 정교한 얼리 크로스를 올리며 코너킥을 만들었다.

수비에서도 알베스는 존재감을 발휘했다. 알베스는 후반 11분 환상적인 턴 동작 이후 브라질 진영을 돌파하는 메시의 볼을 가로챘다. 후반 44분에도 지오바니 로 셀소의 볼을 탈취한 후 단독 드리블로 상대방의 파울까지 유도해냈다.


이전만큼의 폭발력은 줄었지만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호율적인 오버래핑과 수비가담을 선보인 알베스는 상대방의 공격 차단부터 빌드업까지 측면에서 많은 장면을 연출해냈다. 4-2-3-1 포메이션에서 3선과 2선 사이의 연결고리 역할을 충실히 해낸 알베스 덕택에 브라질 선수들은 더욱 수월하게 경기에 임할 수 있었다.

메시와 함께 바르셀로나의 최전성기를 함께한 알베스는 그에게 가장 많은 도움(42도움)을 건네는 등 환상 호흡을 과시한 선수다. 그러나 ‘옛 동료’와 적으로 마주한 이날은 조국을 대표해 군계일학의 활약을 펼치며 메시에게 탈락의 아픔을 안겼다.

알베스는 지난달 23일 페루와의 조별예선 3차전에서도 후반 8분 피르미누와 패스를 주고받은 후 강력한 슈팅으로 팀의 네 번째 골을 넣는 등 활약했다. 이번 대회에서 파라과이전을 제외하고 모든 경기에서 풀타임을 소화하고 있는 알베스는 지속적으로 존재감을 발휘하면서 브라질의 우승 가능성을 더욱 높여주고 있다.

유럽 프로무대에서 총 727경기에 출전해 50골 154도움을 올린 알베스는 그동안 수많은 트로피를 들어 올린 살아있는 전설이다. 풀백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폭발력과 개인기, 송곳 같은 크로스로 측면을 지배했던 알베스는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3회 우승, UEFA컵(현 유로파리그) 2회 우승,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6회 우승, 코파 델 레이(국왕컵) 5회 우승, 세리에A 1회 우승, 리그앙 2회 우승 등 일일이 다 열거할 수 없을 만큼 엄청난 커리어를 쌓았다.

2008-2009시즌, 2014-2015시즌 두 차례의 '트레블'을 포함해 엄청난 커리어를 남겼던 알베스(사진). 이번 코파아메리카에서는 개인 통산 두 번째 국제 메이저대회 우승을 이뤄낼 수 있을까. /사진=로이터
2008-2009시즌, 2014-2015시즌 두 차례의 '트레블'을 포함해 엄청난 커리어를 남겼던 알베스(사진). 이번 코파아메리카에서는 개인 통산 두 번째 국제 메이저대회 우승을 이뤄낼 수 있을까. /사진=로이터

반면 화려했던 클럽 커리어와는 달리 브라질 대표팀에서는 기대 이하의 결과를 남겼던 알베스다. 전성기 당시 마이콘과의 치열한 주전 경쟁으로 좀처럼 자리를 잡지 못했던 알베스는 지난 러시아 월드컵 본선 무대를 앞두고는 부상으로 대회에 나서지 못했다. 

그러나 알베스는 그동안 대표팀에서 겪었던 설움을 씻어내는 듯한 활약상을 보이며 후배들과 함께 정상에 도전하고 있다. 2014년 월드컵 4강 독일에게 1-7 참패를 당했던 미네이랑에서 아르헨티나를 격파한 알베스와 브라질은 남미 정상 탈환에 한 걸음만 남겨두게 됐다. 공교롭게도 브라질이 마지막으로 우승을 차지했던 2007년 코파아메리카는 알베스가 유일하게 국제 메이저대회에서 우승컵을 거머쥔 대회이기도 하다.
당시 알베스는 결승전에서 교체 출전해 후반 24분 바그너 로베의 절묘한 패스를 침착하게 마무리하며 팀의 쐐기골을 넣었다. 이때도 메시 앞에서 승리의 기쁨을 만끽했다. 이제 오는 8일 오전 5시 페루-칠레전의 승자를 맞이할 알베스는 마지막이 될 지도 모르는 국제대회에서 12년 전처럼 최고의 결과를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