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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마리안 방송캡처 |
넷플릭스의 오리지널시리즈 <마리안>(Marianne)은 소설이 현실이 되며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담았다. 15년 전 강령술로 빙의된 경험을 소설로 풀어내 성공한 ‘에마’가 악마 ‘마리안’을 만나는 이야기다.
<마리안>은 넷플릭스에서 제공하는 프랑스 작품 가운데 가장 공포스런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다. 장르적 특성 때문일까. <엠지니아 클럽>, <셰에라자드>, <우리는, 파리>, <에덴>, <스파링> 등 높은 완성도를 자랑하는 프랑스 작품 속에서 유난히 돋보인다.
극은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에마와 주변인들에게 벌어지는 참혹한 광경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책장을 넘기는 이미지 효과는 시점 변화를 자연스럽게 넘기는 장치로 활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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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마리안 방송캡처 |
비극의 출발을 알리는 결정적 배경을 보여주기 위해 현재의 시간을 오랫동안 보여주는 점은 다소 지루하게 다가오지만 중반 이후 몰아치는 공포적 장치들이 톱니바퀴처럼 맞아 들어간다.
<마리안>은 기존 엑소시즘 서사의 중심에 있는 ‘신부’ 등 퇴마사의 비중이 약하다. 대신 주인공이 악마의 실체와 마주하며 주변인을 지키기 위해 대항한다는 점에서 색다른 관점을 제시한다.
다만 이런 시도를 처음 보는 것은 아니다. 주인공을 떠돌며 주변인에 빙의되는 악마와 그를 퇴치하기 위해 죽음을 각오하는 서사적 구조는 국내 드라마 <손 더 게스트>에서도 볼 수 있었다. 시즌2를 염두에 둔 열린 결말도 전형적인 공포영화의 공식을 따라간다.
그럼에도 <마리안>이 주는 의미는 명확하다. 원인이 있으면 결과가 따라오는 법. 섣부른 호기심은 감당할 수 없는 결과로 돌아온다는 점이다. <마리안>은 책임지지 못할 일을 저지르고도 태연히 살고 있는 이 땅의 ‘에마’들에게 전하는 감독의 메시지가 숨어있지는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