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김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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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크아웃 잔에 담아주세요.”

지난 22일 서울 중구 명동의 한 커피전문점. 한 고객이 매장 내에서 마시던 커피를 점원에게 건네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해 8월 커피전문점 내 일회용 컵 사용이 금지되면서 이런 모습은 일상이 됐다. 일단 다회용 컵(머그잔)에 주문해 매장에 머물다가 음료가 남으면 일회용 컵(테이크아웃 잔)에 담아 밖으로 갖고 나가는 것.
하지만 내후년부터는 이런 상황에서 추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환경부가 테이크아웃 잔의 무상 제공을 제한하면서다. 정부의 일회용품 사용 규제가 한 단계 강화된 가운데 소비자들의 반발이 거세다. 유통업계에서도 소비자 불편과 이로 인한 매출 타격을 우려하고 있다.

◆컵 보증금제는 왜 부활했나

환경부는 지난 22일 제16차 포용국가 실현을 위한 사회관계장관회의에서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기 위한 중장기 단계별 계획(로드맵)을 수립했다고 밝혔다. 2022년까지 일회용품 사용을 35% 이상 줄인다는 목표 하에 일회용 컵과 식기류 등을 줄여간다는 게 골자다.


우선 2020년부터 식당, 카페, 패스트푸드점 등 식품접객업소에서 종이컵이 사용이 금지된다. 음료를 밖으로 가지고 나가려면 테이크아웃 잔을 추가로 구매해야 한다. 

대신 컵 보증금제가 다시 도입된다. 일회용 컵에 보증금을 붙여 음료를 판 뒤 다 쓴 컵을 반환할 경우 보증금을 돌려주는 식이다. 앞서 정부는 2003년 업계와 협약을 맺고 컵당 50~100원의 보증금을 받는 형태로 이 제도를 운영한 바 있다. 제도 도입 후 5년 만에 컵 회수율은 36.7%까지 증가했다. 

하지만 컵 보증금제는 2008년에 폐지됐다. 미반환된 보증금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으며 소비자에게 비용을 전가하는 등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사라졌던 컵 보증금제는 11년 만에 부활 조짐을 보이고 있다. 환경부는 2008년 보증금제 폐지 후 매장 내 종이컵 사용량이 폭발적으로 늘었다고 보고 보증금제 재도입을 추진 중이다.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보증금 운용 관리 방안 등도 검토 중이다. 국회에서도 보증금제를 관련 법안이 발의된 상태다. 

◆소비자·업계 '반발' '우려' 

하지만 소비자들은 반발하고 있다. 커피전문점에서 판매하는 음료 가격에는 이미 컵, 빨대 등의 비용이 포함된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직장인 김모씨(30)는 “커피 가격엔 커피를 담아주는 용기 값도 포함된 것 아닌가. 여태까지 커피를 사면서 용기 값을 지불해온 것”며 “앞으로 일회용 컵 비용을 따로 받을 거면 커피 가격은 내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직장인 고모씨(28)는 “테이크아웃시 비용을 더 내라니. 업주 입장에서는 테이크아웃 고객이 자리 차지도 안하고 설거지도 필요 없어 더 편리할 텐데 왜 비용은 더 높게 받냐”며 “매장 이용가격 보다 낮게 책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직장인 박모씨(35)는 “일회용품을 줄이자는 취지는 좋지만 왜 그 부담을 소비자들에게만 지우는 거냐”며 “환경부의 탁상공론 정책은 끝이 없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커피전문점업계와 자영업자들도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개인 카페를 운영하는 자영업자 황모씨(49)는 “고객들이 컵 가격을 내면 비용 부담은 덜겠지만 말처럼 쉽지 않을 거다. 매장 내 일회용 컵 제한만 해도 싫어하는 손님이 대다수”라며 “보증금제도 골치 아프다. 고객이 컵 보증금을 카드 결제하면 반환 시엔 어떻게 돌려줘야 하는 거냐”고 토로했다.

한 커피전문점 관계자는 “대형 프랜차이즈의 경우 이미 정부와 자발적 협약을 맺고 있어 큰 타격이 없더라도 중소형의 경우 운영이 힘들어질 것”이라며 “고객 항의나 매출 타격 등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다만 환경부는 업계 반발과 국민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업계와 자발적 협약을 통한 제도 시행 과정의 문제점을 파악한 뒤 대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특히 일회용품 규제 강화로 피해가 예상되는 생산업계에는 내년부터 90억원의 사업전환자금을 지원한다.

이영기 환경부 자원순환정책관은 “이번 계획은 쓰레기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폐기물의 원천 감량 차원에서 그 의의가 크다”며 “우리나라가 지속 가능한 자원순환형 사회로 가는데 주춧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