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4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외교부에서 열린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임한별 기자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4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외교부에서 열린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임한별 기자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4일부터 이틀간 공식 방한한 가운데 중국 관영매체가 한국이 미국의 중거리 미사일 배치를 허용하지 말라는 내용을 보도하는 등 미사일 배치에 대한 견제구를 던졌다.
이날 왕 국무위원도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의 회담에서 '미사일 배치는 안 된다'는 중국의 입장을 다시 전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8월 미국이 러시아와의 중거리핵전략(INF) 조약을 탈퇴한 후 한국이 중거리미사일 배치 지역으로 거론되고 있어, 이에 대한 압박으로 평가된다.

중국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는 같은날 '한국은 미국이 미사일을 배치하도록 내버려 둘 것 같지 않다'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이 매체는 청샤오허 인민대학 국제관계학원 교수와 리자청 랴오닝대 연구원의 기고를 묶어서 실었다.


청샤오허 교수는 "한중 관계가 과도기이며 두 나라 사이의 얼음은 녹고 있지만 아직 봄은 오지 않았다"며 "양국 관계에 가장 힘든 시간은 지났지만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로 생긴 문제는 남아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이 중거리 미사일을 배치하기를 원하고 있는데 이 문제가 한중 관계에 잠재적 위험이 될 수 있다"며 "한국이 미국의 미사일 배치를 허용할 가능성은 작지만 (미사일 배치에) 동의한다면 한국에 견디기 힘든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리자청 연구원은 "중거리 미사일은 사드와 달리 공격 무기로 중국의 전략적 안보에 더 큰 해를 끼칠 수 있기 때문에 미사일 배치 시 중국이 더 강한 반격에 나설 것은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왕 국무위원은 이날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뒤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회담을 가졌다. 그는 지난 2015년 10월31일 한중일 정상회의 기간에 리커창 총리 수행차 서울에 온 뒤 처음으로 방한했다. 양자 차원의 공식 방문으로는 2014년 5월 후 약 5년 반 만이다.

왕 국무위원의 방한은 형식상 강 장관의 초청으로 이뤄졌으나, 한중관계 돌파구를 조속히 마련할 필요가 커진 중국의 상황을 반영한 행보로도 평가된다. 왕 국무위원은 이날 외교장관 공관에서 만찬을 가진 뒤 5일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