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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찬 대표, 이낙연 상임선대위원장 등 관계자들이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대한민국미래준비선거대책위원회의에서 제21대 총선 과반 이상의 의석 확보와 관련해 국민앞에 고개를 숙이며 감사를 표하고 있다. /사진=임한별 기자 |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단독으로 180석을 차지하며 압승을 거뒀다. 1987년 개헌 이후 단일 정당이 180석을 차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은 103석에 그치며 개헌 저지선에 턱걸이했다.
민심은 야당이 주장한 '정권 심판'이 아닌 안정을 택했다. 덕분에 문재인 대통령은 남은 임기 2년 동안 국정 수행에 힘을 얻게 됐다.
민심은 야당이 주장한 '정권 심판'이 아닌 안정을 택했다. 덕분에 문재인 대통령은 남은 임기 2년 동안 국정 수행에 힘을 얻게 됐다.
예상 뛰어넘은 '공룡여당' 탄생
16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전국 개표 결과 지역구 의석은 민주당 163석, 통합당 84석, 정의당 1석, 무소속 5석 등으로 나타났다.
비례대표는 미래한국당이 33.84%, 더불어시민당이 33.35%, 정의당이 9.67%, 국민의당이 6.79%, 열린민주당이 5.42%를 각각 최종 득표했다. 지역구 의석수와 득표율 등을 바탕으로 계산한 의석 수에 따르면 비례대표 47석 중 ▲미래한국당 19석 ▲더불어시민당 17석 ▲정의당 5석 ▲국민의당 3석 ▲열린민주당 3석을 가져갈 것으로 예측된다.
민주당과 더시민의 합산 의석은 180석으로 초유의 '공룡 여당'이 탄생했다. 2004년 고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치러진 17대 총선 당시 152석을 훌쩍 뛰어넘어 16년 만에 단독 과반(151석 이상) 의석을 안정적으로 확보했다. 여기에 친여 성향 무소속인 이용호(전북 남원임실순창) 당선인을 더하면 181석, '친문 정당'을 표방하는 열린민주당까지 합치면 184석이 된다.
반면 '정권 심판론'을 내세웠던 통합당은 미래한국당을 더해 103석(지역구 84석+비례대표 19석)에 그쳤다. 그나마 보수의 텃밭인 영남권에서 '싹쓸이'한 결과다. 전체 지역구 253석 중 121석이 걸린 수도권(서울·경기·인천)에서는 16석밖에 얻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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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가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 도서관에 마련된 21대 국회의원선거 개표상황실에서 방송3사 사전 출구조사결과 발표를 지켜보고 있다. /사진=장동규 기자 |
코로나 총선, 민심은 '국정 안정'
이번 선거 결과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초유의 사태 속에 국민이 야당의 '정권 심판론'보다 여당의 '국난 극복', '국정 안정'에 힘을 실어준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코로나19 사태를 두고 정권에 책임을 묻기보다는 조속한 종식과 피해 수습을 도모하자는 게 민심이라는 것이다.코로나19 사태 초반만 하더라도 정부의 대응을 놓고 논쟁이 일었지만 팬데믹(전 세계적 대유행) 선언 이후 오히려 '모범 방역 국가'라는 호평을 받으며 문재인 정부의 지지율이 상승했다. 민주당은 이 같은 성과를 총선 전략에 적극 이용하면서 다가올 경제 충격에 대비하기 위해 집권여당에 안정적인 의석을 몰아줄 것을 호소했다. 이 같은 전략이 중도층에도 통하면서 여당 승리에 상당한 기여를 했다는 평이다.
반면 통합당은 경제위기를 강조하며 정권심판론 공세를 폈지만 지도부와 후보자들의 잇단 막말 파문에 표심을 잃었다. 특히 차명진 경기 부천병 후보의 경우 세월호 유가족 폄훼와 상대 후보 현수막 성희롱 등 연이어 구설수에 올랐지만 당에서 '탈당 권유' 징계를 내려 솜방망이 처분 논란이 일었다.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없었다는 점도 민심이 등을 돌린 원인이 됐다. 선거 내내 통합당은 정부의 대응에 대해 무조건적인 비판 입장만을 고수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올라가면서 통합당은 사실상 손을 놓아버렸다.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 대책을 향해서는 포퓰리즘이라며 반대했다가 오히려 더 큰 규모의 지원금 대책을 들고 나오기도 했다.
'사천'이라고 비난받은 공천도 한몫했다. 통합당 선거대책위원회는 무리하게 세대교체를 강행하며 중진급 유력인사들을 공천배제(컷오프)시켰다. 하지만 홍준표 전 대표 등은 통합당을 탈당, 무소속으로 출마해 통합당 후보를 제치고 금배지를 거머쥐었다.
힘 실린 정부여당, 남은 임기 '탄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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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총선 결과로 인해 문재인 대통령의 후반기 임기에 탄력이 붙게 됐다. 사진은 문 대통령이 지난해 10월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시정연설을 마친 뒤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로부터 박수를 받는 모습. /사진=국회사진취재단 |
민심이 여당에 힘을 실어주면서 문재인 정부의 국정운영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선거가 문 대통령의 임기 반환점에 치러진 '중간선거'라는 점에서 후반기 레임덕(권력 누수) 우려를 털고 남은 2년간 안정적인 마무리를 할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정부여당은 국회선진화법의 제약 없이 고위공직자범죄주사처(공수처) 설치 등 개혁과제를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각종 법안과 예산안도 손쉽게 밀어붙일 수 있게 됐다. 우선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부터 민주당이 주도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일방통행식 국정운영은 장기적으로 정부여당에 독이 될 수 있다. 국회에서의 우위를 바탕으로 범야권을 배제하는 등의 모습을 보인다면 민심의 이탈이 일어날 수 있어서다. 총선 승리 이후 행보가 정부여당에게 중요해졌다.
총선 이후 각당 평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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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미래통합당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결과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장동규 기자 |
총선 결과를 받아든 민주당은 민심이 여당에 압도적 승리를 몰아준 데 대해 고개 숙여 감사 인사를 전했다. 다만 당원들에게는 책임감을 강조하며 겸손한 자세를 요청했다.
이해찬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대한민국미래준비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어제 선거 결과를 보면서 승리의 기쁨에 앞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이제 21대 국회를 이전과는 전혀 다른 국회, 일하는 국회, 국민을 통합하는 국회로 만들 책임이 온전히 민주당에 있음을 다시 한번 마음 속에 새긴다"고 밝혔다.
이어 "더 겸손한 자세로 민심을 살피고 말 한 마디, 행동 하나도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더 열심히 서민의 생활을 챙겨야 한다"며 "선거에 임했던 성실하고 절실했던 마음을 잃지 않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낙연 상임선대위원장도 "국민은 민주당과 더불어시민당에 많은 의석을 주면서 크나큰 책임을 안겨주셨다"며 "버겁고 무서운 책임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희는 정치에 대한 국민의 실망과 분노를 기억하며 늘 겸손한 자세로 품격과 신뢰의 정치, 유능한 정치를 실현하겠다"고 다짐했다.
통합당 역시 총선 결과에 고개를 숙였다. 김종인 통합당 총괄선대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총선 결과 관련 특별 기자회견에서 "통합당의 변화가 모자랐다는 것은 인정한다. 자세도 갖추지 못한 정당을 지지해달라고 요청한 것을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국민이 이 정부를 도우라고 한 만큼 야당도 그 뜻을 따를 것"이라고 밝혔다.
황교안 당 대표는 전날 밤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대표직 사퇴 의사를 밝혔다. 그는 "통합당이 국민께 믿음을 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모두 대표인 제 불찰이고 불민"이라며 "이전에 약속한 대로 총선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지고 모든 당직을 내려놓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