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의를 빚고 활동을 접은 연예인들이 줄줄이 브라운관으로 복귀하고 있다. 사진은 길, 차태현, 박유천(왼쪽부터). /사진=채널A 방송캡처, CJ E&M 제공, 임한별 기자
물의를 빚고 활동을 접은 연예인들이 줄줄이 브라운관으로 복귀하고 있다. 사진은 길, 차태현, 박유천(왼쪽부터). /사진=채널A 방송캡처, CJ E&M 제공, 임한별 기자
물의를 빚고 활동을 접은 연예인들이 줄줄이 브라운관으로 복귀하고 있다. 마약, 음주운전, 폭행, 도박, 학력위조 등 크고 작은 사건이 끊이질 않고 있는 연예계. 사건을 일으킨 후 연예인들의 활동 패턴은 비슷하다. 일정기간 자숙 기간을 두고 반성한 뒤 다시 복귀하는 것.

최근 물의를 빚고 자숙의 기간을 가진 뒤 다시 방송가로 돌아오는 이들이 자주 포착되고 있다. 세번의 음주운전 후 예능으로 돌아오는 길과 도박으로 물의를 빚었던 차태현, 마약으로 은퇴선언을 했던 박유천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물의를 일으킨 연예인들의 복귀는 그 누가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점에서 언제나 논란의 여지를 남긴다.

사진은 길. /사진=리쌍컴퍼니 제공
사진은 길. /사진=리쌍컴퍼니 제공

‘삼진아웃’ 길, 예능으로 복귀

음주운전 물의를 일으켜 자숙 중인 길이 채널A 예능 ‘아빠본색’으로 방송에 복귀한다. 채널A 측은 “길이 최근 ‘아빠본색’ 촬영을 마쳤다. 17일 200회 예고 영상에서 처음으로 공개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오는 24일 방송되는 201회를 시작으로 단발성이 아닌 고정으로 출연한다.
‘아빠본색’은 꾸밈없는 아빠들의 리얼한 일상 관찰과 스튜디오에서의 허심탄회한 공감 토크를 통해 지금까지 예능에서 외면 받았던 ‘아빠’ ‘가장’에 대한 이야기 다루고 그들의 속마음까지 들여다보는 예능 프로그램이다. 길은 관찰 카메라를 통한 일상 모습은 물론 스튜디오 녹화에도 참여할 계획이다.

“아빠본색‘을 통해 길의 새롭고 당당한 아빠이자 가장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으리라 기대된다”는 제작진 측의 의견과는 달리 대중의 반응은 싸늘하다. 길은 지난 2017년 음주단속에 적발돼 징역 6월, 집행유예 2년, 80시간의 사회봉사 명령을 선고받았기 때문이다. 2004년과 2014년에 이어 세번째 음주운전 적발로 여론의 거센 비난을 받으며 모든 활동을 중단하고 자숙에 들어갔다.


세번의 음주운전으로 대중들의 철저한 외면을 받았던 길. 방송 복귀를 위해 도전장을 던진 길에게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사진은 배우 차태현. /사진=CJ E&M 제공
사진은 배우 차태현. /사진=CJ E&M 제공

차태현, 내기 골프논란 무죄 판결났지만

OCN 드라마 ‘번외수사’로 복귀하는 차태현. '번외수사'는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범인 잡는 꼴통 형사와 한방을 노리는 열혈 PD를 앞세운 5명의 아웃사이더들이 범죄를 소탕하며 그리는 오락액션극이다. 차태현은 극 중 범인이라면 끝까지 쫓고 증거가 없으면 만들어서라도 감옥에 넣고 마는 독종 형사 진강호를 맡았다.
그는 제작발표회에서 ‘내기 골프 논란'에 관해 고개 숙여 사과했다. 복귀 소감에 대해 "1년 조금 넘는 시간이 지나서 다시 활동을 시작한다. 그동안 많이 후회하고 반성도 했다"며 "지금은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차태현은 2013년 12월부터 2016년 6월까지 KBS 2TV ‘1박2일’과 또 다른 예능프로그램인 2018년 KBS 2TV ‘거기가 어딘데??’ 등에서 호흡을 맞춘 연출자 유호진 PD의 신작에도 나선다. 올해 여름 시즌 방송하는 tvN ‘서울촌놈’이다. 차태현은 게스트의 고향을 함께 찾아가 일상을 체험하는 프로그램을 이끌며 중심에 선다.

영화와 드라마, 예능을 넘나들며 사랑받았던 차태현은 지난해 3월 수백만원대 내기 골프 의혹에 휩싸이며 출연 중이던 모든 방송에서 하차했다. 경찰 조사 결과 해당 사건에서 차태현은 '무혐의' 결론을 받고 1년 만에 방송에 복귀하는 셈이다.


한 차례 구설수에 오른 뒤 의혹이 무혐의로 종결된 만큼 1년여만에 드라마와 예능으로 복귀하는 차태현의 모습이 궁금증을 자아낸다.

사진은 박유천. /사진=장동규 기자
사진은 박유천. /사진=장동규 기자

박유천, 뒤늦은 참회의 ‘눈물’

연예계 은퇴를 선언했던 가수 겸 배우 박유천이 채널A '풍문으로 들었쇼'를 통해 1년 만에 심경을 고백했다. 이날 박유천은 '풍문으로 들었쇼'에 "대중에게 꼭 한번 '죄송하다'는 사과 혹은 용서를 구하는 시간을 갖고 싶긴 했다. 논란을 피하고 말을 아낀 건 아니다. 말 한마디 조차도 조심스러웠다"며 "'자기 마음 편하려고 사과하네'라고 생각하실까 봐"라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박유천은 마약 투약 의혹에 따른 기자회견을 열어 거짓 눈물을 흘린 바 있다. 그는 "당시 돌이켜 생각해보면 극단적인 결정이었다. 정신이 없고 상황 판단을 할 수 없었다. 다음 수를 생각해서 내린 결정이 아니다. 많이 두려웠던 거 같다"며 "이성적인 판단이 되지 않았다. 당시 '인정하고 진작 용서를 구했다면 참 좋았을 텐데'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고 전했다.

연예계 복귀 결심에 대해서 그는 "응원해주시는 분들에 대한 보답드릴 수 있는 방법이라 생각했다. 제 근황을 궁금해하시는 분들을 위해 그 모습을 보여드리는 게 팬들에 대한 예의라 생각했다"며 "(비난 여론은)당연히 감당해야 할 부분이고 비난 여론을 돌리기엔 얼마나 걸릴지, 돌아올지도 모르겠다. 용서해달라는 것은 염치가 없는 거 같다"라고 말했다.

박유천의 심경 고백이 담긴 인터뷰는 방송 전부터 큰 화제를 모았다. 박유천은 후회 섞인 심경을 고백하며 사과와 용서를 구했지만 대중의 곱지 않은 시선은 여전하다.

사회적으로 논란이 된 연예인이 자숙 후 복귀하는 것에 대한 지적이 꾸준했다. /자료사진=이미지투데이
사회적으로 논란이 된 연예인이 자숙 후 복귀하는 것에 대한 지적이 꾸준했다. /자료사진=이미지투데이

'전과 연예인' 출연 금지, 관련법은?

사회적으로 논란이 된 연예인이 자숙 후 복귀하는 것에 대한 지적이 꾸준했다. 대체로 대중 정서에 따라 결정되는 복귀 시기에 반감을 표하는 여론도 있는 반면 '그 정도면 충분한 자숙'이라며 이를 납득하는 여론도 있다. 이렇듯 이들의 복귀는 도마에 오를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특히 연예계 내에서 자숙 후 복귀는 하나의 관행처럼 자리잡은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이 같은 분위기가 연예계의 편법을 부추겼다고 보는 이들도 많다. 대중은 이제 SNS나 인터넷 커뮤니티 등 자신들의 소통 창구는 물론 청와대 청원 게시판까지 화룡해 물의 빚은 연예인의 '퇴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또 자숙 기간이 끝나고 대중 앞에 나서는 사례가 반복되자 법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오영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사회적·도덕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행위를 저지른 연예인들에게 공적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방송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바 있다. 당시 오 의원은 "연예인들의 공적·도덕적 책임감 없는 범죄 행위를 단순 범죄로만 볼 수 없다는 경각심이 절실하다는 데 취지를 갖고 개정안을 준비했다"고 밝혔다. 발의 당시 과도한 규제라는 반박도 나오며 관심을 받았으나 이 법안은 지난해 12월23일 소관위원회에 상정돼 국회에 계류 중이다.

사람은 누구나 잘못을 저지를 수 있다. 다만 복귀했을 때의 모습은 그 이전과 달라야 한다. 대중들이 연예계의 이중적인 모습에 대해 더 큰 목소리를 내는 만큼 범죄행위를 저지른 이들의 과거를 눈감아주는 방송계의 인식은 달라져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