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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이 괴로운 사람들이 있다. 명절 잔소리와 고부갈등, 낯선 친척들과 만남 등이 이유다. 매년 마주하지만, 매번 쉽지 않은 상황들. 어떻게 대처해야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을까. 친척들은 왜 만날 때마다 취업과 결혼, 자녀 계획 여부를 물어볼까. 하지현 건국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하지현 교수의 조언으로 '명절 잔소리 대처법'을 알아봤다./사진=이미지투데이 |
#직장인 A씨(31)은 추석·설날 같은 명절이 스트레스다. A씨는 "10대 때는 ‘공부는 잘하니. 서울대 가야지. 열심히 해라. 열심히 해서 엄마 아빠 고생한 것 보답 드려야지’ 얘기를, 20대 때는 ‘취업은 언제 하니. 장학금은 받니’라는 이야기를 듣는다"라며 "어렵게 취업에 성공하니 이제는 ‘결혼은 언제 하니’ 물어본다. 결혼하면 아이는 언제 낳는지, 둘째 계획은 없는지 물어볼 것"이라고 토로했다.
#취업준비생 B씨(29)는 명절마다 곤욕을 치르고 있다. 한 친척이 지난 설날에 "우리 ○○는 연봉이 7000만원이래. 차도 외제차로 바꿨어" 등의 대화로 스트레스를 줬기 때문. B씨는 "친척이 남보다 못한 것 같다"며 "가뜩이나 취직이 어려워서 속상한 데 명절 때마다 마주치기 싫어 일부로 밖에 나간다"고 말했다.
추석이 괴로운 사람들이 있다. 명절 잔소리와 고부갈등, 낯선 친척들과 만남 등이 이유다. 매년 마주하지만, 매번 쉽지 않은 상황들. 어떻게 대처해야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을까. 친척들은 왜 만날 때마다 취업과 결혼, 자녀 계획 여부를 물어볼까. 하지현 건국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하지현 교수의 조언으로 '명절 잔소리 대처법'을 알아봤다.
하 교수는 친척들의 불편한 대화 주제에 대해 "어른들은 현재 분위기를 잘 모르니 얼추 이 나이쯤 이런 고민을 하겠지, 하는 생각에 물어보는 것"이라며 "우리나라 사람들의 관심은 성장의 마일스톤에 있다. 대략 몇 살 때 무엇을 한다는 것이 정해져 있기 때문. 제때 제 길을 가지 않으면 이상하고 문제가 있다고 느끼는 성향이 있다. 하지만 세상은 바뀌었고 취업하고 공부하고 아이 낳는 것 등등 모든 건 개인의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하 교수는 또 다른 이유에 대해 "일부의 경우, 자랑을 하고 싶어서 할 때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 친척이 전체 가족이 모여있는 데서 우리 집 애들이 제일 나간다는 이야기를 할 때는 대화의 주도권을 가져오라고 조언했다. 마음에 들지 않는 질문을 받으면 대답하는 대신 역질문을 하라는 게 그녀의 조언.
하 교수는 "‘주변에 안 걸린 분들 많다던데, 암 검진은 받으세요?“,’ ‘검버섯이 있으시네, 우리 엄마는 얼마 전에 제가 피부관리 좀 받게 해드렸는데, 피부 관리 좀 받으세요’ 등등 그 나이 때 할 만한 것들에 관해 물어보라"고 말했다.
그래도 시간이 남으면 내가 재밌어하는 이야기를 계속하라고 조언했다. 예를 들면 스포츠 이야기, 최근에 재미있게 본 드라마 이야기 같은 가벼운 주제가 좋다. 하 교수는 "때에 따라 듣는 분이 호기심이 많으면 같이 재미있게 이야기할 수 있지만 관심 없으면 재미없어서 다른 데로 가실 것"이라고 말했다.
하 교수는 반대로 조카들에게 ‘애인은 있니?’, ‘애는 어떠니?’ 등의 질문을 삼가라고 조언했다. 하 교수는 "최대한 질문을 피하고 내가 요즘 재미있다고 느낀 것을 말해 주라"며 "예를 들어 재미있게 본 유튜브 영상이나, 미스터 트롯을 보는 데 그중 누가 제일 좋더라 등 가벼운 주제가 좋다"고 말했다.
인생의 중요한 마일스톤과 관련된 게 아니라 사사로운 ‘잡담’를 하라는 것이다.
하 교수는 "인생의 중요한 마일스톤에는 관심을 꺼야 한다"며 "각자 내가 알아서 하는 것. 그렇게 생각하고 대화하면 무례하지 않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