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성영철 제넥신 대표./사진=머니투데이 DB |
그 선봉에는 성영철 제넥신 대표(사진·64)가 있다. 성 대표는 지난해 3월 임상1상에서 기존 약물이 해외 백신보다 우수한 효과를 나타내지 못한 사실을 확인하고 약물을 바꿔 재도전하겠다는 과감한 결정을 내렸다. 후발주자로서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기 어려운 것도 문제지만 변이바이러스에도 쓸 수 있는 백신을 만들겠다는 의지가 그의 결정에 중추적 역할을 했다.
하지만 코로나19 백신 임상 변경 소식에 제넥신은 직격탄을 맞았다. 국내 기업 중 가장 먼저 코로나 백신 임상에 착수했음에도 다시 원점에서 시작해야 했기 때문이다. 임상이 지연될 것이란 예상에 제넥신의 주가는 8% 가까이 떨어졌다. 당시 제약업계 관계자도 “화이자·아스트라제네카 등 다국적제약사의 백신이 이미 접종되고 있는 만큼 올해가 지나면 대부분 소리소문 없이 연구·개발을 접을 가능성이 높다”며 성 대표의 개발 의지에 의구심을 보냈다.
코로나19 백신 임상을 두고 의혹이 난무했지만 성 대표의 의지는 확고했다. 그는 “아이와 노인, 건강한 사람부터 기저질환이 있는 환자까지 누구나 안심하고 맞을 수 있는 안전한 코로나19 예방 백신을 개발하는 게 필요하다”며 “처음 계획했던 것보다 임상3상 진입 시기는 조금 늦어질 수 있겠지만 우수한 백신으로 보답하겠다”고 강조했다.
벌써 성과도 나왔다.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 ‘GX-19N’의 국내 임상 2a상을 지난 2일 국내기업 최초로 시작한 것이다. 제넥신은 위약군 50명을 포함한 피시험자 150명을 대상으로 강남세브란스병원 등 6개 의료기관에서 지난달 26일 첫 투여를 시작했다. 55세 이상 85세 이하 고령층을 대상으로 한 임상도 추가 진행하고 있다. 임상 중간결과가 나오면 글로벌 대규모 임상을 거쳐 보건당국에 긴급사용승인을 신청할 계획이다.
업계에선 성 대표가 정공법으로 승부해 위기를 기회로 바꿨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신약을 연구하면서 쌓은 노하우와 실력 및 뚝심이 작용한 결과라는 것이다. 제넥신은 현재 국내에서 유일하게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를 함께 개발하고 있는 기업으로 시너지를 내는 데 집중해왔다.
그의 과감한 추진력과 경영능력은 곳곳에서 포착된다.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 중인 신약 후보물질 ‘GX-I7’은 인도네시아 기업에 기술 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금 300억원 등 1조2000억원에 달하는 초대형 계약이다. 앞서 제넥신은 지난해 말 인도네시아 식약처로부터 GX-I7의 코로나19 치료제 임상2상 시험계획을 승인받았다.
변이바이러스와 재감염 등에 대비할 수 있는 차세대 백신·치료제를 만들겠다는 게 그의 목표다. 실패를 딛고 다시 뛰는 성 대표의 경영전략이 앞으로 제넥신에 어떤 날개를 달아줄지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