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i3 주행거리 연장 전기차 /사진=BMW
BMW i3 주행거리 연장 전기차 /사진=BMW

강화되는 온실가스 배출량 규제에 대한 해법으로 꼽히는 전기차. 하지만 주행거리에 대한 불안과 비싼 가격, 부족한 충전 인프라 등은 해결과제로 지목된다. 이 같은 상황에서 업계 일부는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EREV)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한국자동차연구원도 중국과 일본의 완성차업체가 EREV의 가능성에 다시 주목하고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간했다. 그동안 순수전기자동차(BEV)에만 관심을 보인 업체까지 최근 EREV를 도입해 틈새시장을 공략하려는 전략을 짜고 있다. 오랜 시간 쌓아온 내연기관차와 전기차 관련 노하우를 접목하려는 것.

PHEV와 차이점은?

EREV는 엔진으로 힘을 내는 내연기관자동차와 BEV의 장점을 합친 친환경차다. 배터리에 저장된 전기로 구동되는 전기차지만 주행거리를 늘리기 위해 엔진을 활용하는 점이 특징이다. 충전이 가능하면서 엔진이 달린 점은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PHEV)와 유사하지만 엔진이 차의 구동에 직접 관여하는지 여부가 차이점이다.

PHEV는 배터리의 전기를 소모했을 때 엔진의 힘으로 달린다. 이때는 전기 모터가 엔진에 힘을 보태는 형태의 일반적인 하이브리드차(HEV)와 차이점이 없다. 하지만 EREV에서 엔진은 오직 배터리를 충전하는 데만 쓰이기 때문에 무거운 차체를 움직이기 위한 큰 엔진과 변속기 등이 필요 없다. 차량에 고성능 발전기를 달고 다니는 셈이다.

EREV는 과거에도 있었지만 BEV를 지향하는 각국 정부의 정책 방향에 따라 소비자로부터 관심이 멀어지며 단종됐다. 전기 충전만으로 달릴 수 있는 거리에 한계가 있어 BEV보다 보조금이 낮았기 때문이다.

2010년 제너럴모터스(GM)가 선보인 쉐보레 ‘볼트’와 2013년 BMW가 내놓은 ‘i3 REx’가 대표적이다. 당시엔 전기차 주행가능거리 300㎞를 넘기는 것이 목표였기 때문에 주행가능거리를 조금이라도 더 늘릴 수 있는 기술에 관심이 컸다.


환경규제와 대중성 모두 잡는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EREV에 관심을 갖는 업체로는 일본의 닛산이 대표적이다. 전기차 ‘리프’를 만들며 상당한 노하우를 축적했고 르노-닛산 얼라이언스 내에서도 전기차에 높은 관심을 보여왔다. 현재 닛산은 최근 공개한 2세대 ‘e-파워’ 하이브리드 시스템으로 친환경차 영역을 넓히는 게 목표다. 이 시스템이 EREV 구조를 기반으로 한다.

중국업체도 관련 기술을 적용하기 시작했다. 한국자동차연구원에 따르면 중국 전기차 기업 ‘리 오토’는 EREV를 판매해 중국 대륙에서 장거리 이동이 가능한 차로 각광받고 있다. 중국 ‘시리즈’는 화웨이와 합작한 SUV ‘SF5’를 EREV로 출시했다.

이 기업들이 EREV에 관심을 보인 배경은 시장 상황과 지역 특색 탓이다. 업계 관계자는 “유럽을 필두로 세계 각국이 강화된 환경규제를 선언하고 있다”며 “한국의 경우 ㎞당 97g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맞춰야 하며 2030년에는 ㎞당 70g까지 줄여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처럼 강화되는 규제에 대응하려면 전기차로의 전환이 필수지만 충전 인프라와 주행거리 외에도 비싼 가격이 걸림돌로 지적되고 있어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기존 연관산업 생태계에 도움… 보조금은 ‘글쎄’

쉐보레 볼트(volt)는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 여부를 두고 논란이 일기도 했다. /사진=GM
쉐보레 볼트(volt)는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 여부를 두고 논란이 일기도 했다. /사진=GM
자동차업계에서는 EREV의 장점은 경제성이라고 말한다. 국내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전기차의 주행거리를 늘리기 위해 배터리 용량을 키우면 그만큼 가격이 비싸지고 차 무게가 증가하며 충전시간도 길어질 수밖에 없다”며 “PHEV와 EREV는 이런 단점을 보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쉐보레 볼트는 2018년 국내판매가격이 3810만원이었다. 출시 시점을 감안하더라도 시작가격이 4980만원인 아이오닉5보다 1000만원 이상 저렴하다. 볼트의 주행가능거리는 PHEV의 일반적인 전기 주행가능거리인 40㎞를 두 배 이상 뛰어넘은 89㎞를 인증받았다. 내연기관의 도움을 받으면 670㎞이상으로 늘어난다. 최신 BEV 아이오닉5는 최대 429㎞를 주행할 수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현재 정부 정책에 따라 보조금을 받을 수 없는 점이 걸림돌로 꼽힌다. PHEV에 지원되던 보조금 500만원이 올해부터 사라져서다. 국산차업계 관계자는 “EREV가 전기차로 인정받으려면 전기로 주행할 수 있는 거리를 크게 늘려야 한다”며 “엔진과 전기차 관련 기술이 크게 향상된 현시점에서는 높은 에너지 효율 달성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엔진이 구동에 관여하지 않기 때문에 부하가 일정하며 이때 엔진의 열효율이 크게 향상될 수 있고 배터리 밀도와 모터 성능도 개선된 만큼 이전과 다른 성능을 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어 그는 “나아가 내연기관 관련 부품을 만드는 업체에게도 변화에 대비할 여력을 줌으로써 자동차산업 생태계 체력 강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