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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이 25일 미성년자 신체를 본뜬 형상의 리얼돌은 수입해선 안 된다는 취지 판단을 처음 내렸다. 사진은 지난 24일 오후 서울에 위치한 리얼돌 수입업체 물류창고에서 관계자가 상품을 정리하는 모습. /사진=뉴스1 |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25일 인천세관을 상대로 수입업자가 낸 수입통관 보류처분취소소송 상고심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돌려보냈다. 16세 미만 여성의 신체를 모방한 리얼돌에 대해서는 아동·청소년 성착취물과 비슷하게 봐야 한다는 취지다.
1심과 2심은 수입업자가 중국 업체에서 수입한 해당 리얼돌에 대한 통관 보류 처분이 부당하다고 봤다. 반면 대법원은 리얼돌의 길이·무게·형상·재질·기능·용도 등에 비추어 볼 때 16세 미만 여성의 신체 외관을 사실적으로 본떠 만들어진 성행위 도구에 해당한다면 관세법상 '풍속을 해치는 물품'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 사건은 리얼돌 통관을 두고 문제가 된 사건 중 16세 미만 여성의 신체를 본뜬 경우가 문제된 첫 사례다.
이 사건의 리얼돌은 동양인의 피부색과 유사한 색의 실리콘 재질로 만들어져 있다. 앉거나 구부리는 등 다양한 자세로 변경할 수 있으며 길이는 150㎝, 무게는 17.4㎏다.
대법원은 리얼돌 얼굴 인상이 상당히 앳되게 표현돼 있다고 봤다. 리얼돌 성기 부분은 여성의 성기 외관과 유사한 모습이나 음모 등은 표현되어 있지 않고 가슴과 엉덩이 부분만 과장해 표현돼 있는 점을 지적하며 16세 미만 여성을 닮았다고 판단했다.
수입업자는 중국 업체가 만든 해당 리얼돌은 재료비와 보관 편의상 실제 성인보다 작게 만들었을 뿐 미성년자 여성을 본뜬 게 아니라고 항변했다. 1·2심은 수입업자의 주장을 받아들여 풍속을 해치는 물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지만 대법원은 이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1·2심은 "전체적인 모습이 인간 신체와 유사하다거나 표현이 구체적이고 적나라하다는 것만으로 사람의 존엄성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왜곡하고 정상적인 성적 수치심을 해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이 물품이 이전 제품보다 성인 여성의 모습을 보다 자세히 표현한 것이기는 하나 그 형상이 실제 사람과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흡사하다고 볼 수준에 이르지는 않았다"고 판단해 수입 통관을 허용해야 한다고 봤다.
대법원의 판단은 이와 달랐다. 대법원은 "19세 이상의 성인이 16세 미만 미성년자와 성행위를 하는 것은 그 자체로 형법상 처벌 대상에 해당된다"며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과 관련된 헌법재판소 결정까지 인용했다.
대법원은 "가상의 표현물이라 하더라도 아동·청소년을 성적 대상으로 하는 표현물의 지속적 접촉은 아동·청소년 성에 대한 왜곡된 인식과 비정상적 태도를 형성하게 할 수 있다"며 "아동·청소년을 상대로 한 성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는 헌재 결정문을 근거로 들었다.
그러면서 이 사건 리얼돌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 "아동을 성적 대상으로 취급하고 아동의 성을 상품화하며 폭력적이거나 일방적인 성관계도 허용된다는 왜곡된 인식과 비정상적 태도를 형성하게 할 수 있을 뿐더러 아동에 대한 잠재적인 성범죄의 위험을 증대시킬 우려가 있다"고 했다.
이어 리얼돌이 16세 미만 미성년자의 신체 외관을 형상화했는지에 대해선 구체적 사안마다 인물의 외관과 신체에 대한 묘사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에 따라 향후 수입 통관을 두고 리얼돌 형상이 성인에 해당되는지 미성년자에 가까운지를 두고 법적 분쟁이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