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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바이오산업 전시회인 바이오USA가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국내 기업들은 신사업 출범을 홍보하고 수주 계약을 따내는 등의 성과를 냈다. 다만 중국 바이오산업의 약진이 눈에 띄면서 미중 갈등 속 중국과의 관계 설정은 과제로 남았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6일(현지시각)부터 나흘 동안 미국 보스턴에서 진행된 바이오USA에 70여개국 2만여명의 참관객이 방문했다. 한국인 참관객 수는 1300명 이상으로 지난해에 이어 3년 연속 최대 해외 참관 국가로 이름을 올렸다.
국내 기업들은 이번 행사에서 사업 홍보 및 비즈니스 미팅에 열을 올렸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국내 주요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단독 부스를 꾸렸고 비교적 회사 규모가 작은 기업은 한국바이오협회와 코트라(KOTRA)가 공동 운영한 한국관에서 참관객을 맞이했다. 바이오USA에 참석한 업계 관계자는 "바이오USA 기간 30분 단위로 비즈니스 미팅이 계속됐다"며 "최소 100건 이상의 미팅을 진행했다"라고 설명했다.
신사업 '오가노이드' 공개한 삼성바이오… 롯데바이오는 '수주 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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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기업들은 바이오USA를 통해 신사업을 소개하며 참관객의 이목을 끌었다. 주목할 만한 기업은 오가노이드(미니 장기) 사업 진출에 나선 삼성바이오로직스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다양한 오가노이드 사업 분야 중 암 환자 유래 오가노이드에 집중할 방침이다. 암 오가노이드는 실제 환자와의 유사성이 85%로 높다. 개발 기간은 5주 정도로 수개월에 달하는 동물 모델보다 짧고 비용 역시 10분의1 수준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오가노이드 사업 진출을 통해 제조에서 기술 중심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할 방침이다. CRO(임상시험수탁) 서비스가 CDO(위탁개발)·CMO(위탁생산) 계약으로 이어지는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10대 암을 중심으로 오가노이드를 확보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의료 데이터를 얻기 위해 삼성서울병원과 협력 관계도 구축했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이번 바이오USA에서 수주 소식으로 주목받았다. 영국 바이오 기업 오티모 파마와 항체의약품 위탁생산 계약 소식을 전한 것. 롯데바이오로직스는 해당 계약을 통해 미국 뉴욕 시러큐스 바이오 캠퍼스에서 오티모 파마의 항체 신약 원료의약품(DS)을 생산할 예정이다. 이번 계약의 구체적인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으나 글로벌 항체의약품 시장에서 CDMO(위탁개발생산) 경쟁력을 재입증하는 계기가 됐다는 게 회사 설명이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올해 5~6건의 추가 수주를 따내겠다는 목표다. 제임스박 롯데바이오로직스 대표는 바이오USA 기간 진행된 기자 간담회에서 "ADC(항체-약물 접합체) 관련 제안이 계속해서 오고 있다"며 "수주는 5건 정도 할 예정"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업계의) 관심이 ADC에 쏠려 있기 때문에 고객사들이 저희를 많이 찾고 있다"고 덧붙였다.
글로벌 영향력 키운 중국… "미중 갈등에도 중국 관계 이어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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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기업들이 바이오USA에서 활약한 가운데 중국에 대한 경각심을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중국의 기술 발전 속도가 빨라진 데다가 글로벌 무대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중국 기업들은 대부분 지난해 바이오USA에 참가하지 않았으나 올해는 중국관을 운영하며 글로벌 무대에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승규 바이오협회 부회장은 바이오USA 기자 간담회에서 "옛날에는 중국의 기술을 의심했는데 이제는 그런 것 같지 않다"며 "중국 기업을 만나보면 예전과 달리 글로벌화됐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제 중국을 무시하지 못하겠구나 생각이 든다"고 부연했다. 노연홍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회장 역시 "최근 신약 파이프라인 숫자가 나오는 것이나 중국 기업들이 활동하는 역량을 보면 결코 무시할 수 없는 파트너"라고 언급했다.
미중 갈등 속에서도 한국 기업은 중국 기업과 관계를 단절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의 주장도 제기됐다. 노 회장은 "중국에 관한 미국의 입장이 한국 정부나 제약·바이오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작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아직은 모든 것이 불확실한 상태에서 너무 움츠러들어서는 준비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불확실성이 명확해지기 전까지는 중국과의 실질적인 협력은 이어져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