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경북 포항스틸야드에서 열린 '프로축구 하나원큐 K리그1 2021' 동해안 더비 포항 스틸러스와 울산 현대의 시즌 첫 경기 전반 포항 권완규가 드리블하고 있다. 2021.3.13/뉴스1 © News1 최창호 기자
13일 경북 포항스틸야드에서 열린 '프로축구 하나원큐 K리그1 2021' 동해안 더비 포항 스틸러스와 울산 현대의 시즌 첫 경기 전반 포항 권완규가 드리블하고 있다. 2021.3.13/뉴스1 © News1 최창호 기자

(서울=뉴스1) 문대현 기자 = K리그1 포항 스틸러스의 수비수 권완규(30)는 올 시즌 프로 데뷔 이래 가장 바쁜 한 해를 보냈다.
권완규는 올해 K리그1 37경기, 대한축구협회(FA)컵 2경기,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10경기 등 총 49경기를 소화했다. 리그에서 경고 누적으로 1경기를 빠진 것을 제외하면, 포항이 올해 치른 공식 경기에 모두 출전한 셈이다.

특히 지난달 24일(한국시간)에는 알 힐랄(사우디아라비아)과의 ACL 결승전을 풀타임으로 뛰며 커리어 사상 가장 큰 무대를 경험하기도 했다. 비록 팀은 아쉽게 준우승에 그쳤지만, 포항과 권완규 모두에게 대단한 성과였다.


그 결과 권완규는 2021 K리그1과 ACL에서 모두 베스트11 수비수 부문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빈 손'이 됐으나 아시아 무대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다만 권완규는 올 한 해 활약에 대해 '50점'이라고 자평했다. ACL에서 준우승을 거뒀지만, K리그1에서 4년 만에 파이널B 그룹으로 떨어져 9위로 시즌을 마무리했기 때문이다.

권완규는 뉴스1과 인터뷰에서 "ACL 준우승으로 리그 성적이 다소 가려졌는데 9위로 마친 것이 정말 창피하다"며 "K리거라면 K리그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이 중요하다. 내가 더 잘했어야 했는데 너무 아쉽다"고 자책했다.


지난해 1월 상주 상무(김천 상무 전신)에서 전역한 권완규는 포항으로 복귀했지만 적응에 애를 먹으면서 14경기 출전에 그쳤다. 그러나 올 시즌을 앞두고 김광석(인천 유나이티드)이 이적하면서 기회가 찾아왔다.

권완규는 주전으로 올라섰고, 센터백 파트너 하창래(김천 상무)가 3월 군 입대하면서 곧바로 핵심 전력이 됐다.

포항 센터백 권완규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뉴스1
포항 센터백 권완규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뉴스1

권완규는 "(김)광석이 형과 (하)창래가 그동안 워낙 잘해줘서 나는 '잘해야 본전'이라는 부담이 컸다. 두 선수와 비교 당하고 싶지 않아 더 잘 하고 싶었다"며 "내가 수비 리딩을 더 안정적으로 했다면 리그 성적이 더 좋았을텐데 많이 부족했던 것 같다"고 털어놨다.
리그에 대한 얘기를 할 때 다소 어두웠던 그의 목소리는 ACL 얘기로 넘어가자 조금씩 밝아졌다.

권완규는 포항이 치른 ACL 조별리그 6경기와 토너먼트 4경기에서 모두 선발로 나서 5번의 무실점 경기를 이끄는 등 포항의 12년 만에 ACL 결승 진출에 일조했다.

특히 울산 현대와의 4강전에서는 승부차기 2번 키커로 나서 조현우를 상대로 강력한 오른발 슛을 성공시키기도 했다.

권완규는 "승부차기 끝에 울산을 꺾고 ACL 결승행을 확정지었을 때가 올해 가장 기뻤던 순간이었다"며 "프로 입문 후 공식 경기에서 페널티킥을 처음 찼는데 성공시켜서 다행이었다"고 웃었다.

20일 전북 전주시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1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4강전 울산 현대와 포항 스틸러스의 경기에서 승부차기 끝에 승리한 포항 선수들이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2021.10.20/뉴스1 © News1 유경석 기자
20일 전북 전주시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1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4강전 울산 현대와 포항 스틸러스의 경기에서 승부차기 끝에 승리한 포항 선수들이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2021.10.20/뉴스1 © News1 유경석 기자

ACL에서 거침없는 행진을 하던 포항은 결승에서 알 힐랄을 넘지 못했다. 100% 전력이 아니었던 포항은 선수단 전체 연봉만 818억원에 달하는 알 힐랄을 상대로 분전했으나 결국 0-2로 패했다.
권완규는 "결승전은 자신감 있게 임했다. 그러나 경기 초반 어수선한 상황에서 실점을 하다 보니 다들 몸이 굳었던 것 같다"며 "그래도 무너질 수 있는 상황에서 전반을 0-1로 버텨낸 것은 잘했다고 생각했는데 후반에 만회하지 못해 아쉬웠다"고 회상했다.

다만 "내 축구 인생 중 가장 높은 무대를 경험해봤는데 이를 통해 많이 배우고 성장했다"며 "K리그에도 수준 높은 공격수가 많지만 마레가 같은 외국인 공격수는 스피드나 파워에서 차원이 달랐다. 내가 조금 더 겸손해지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권완규는 부족한 전력으로도 아시아의 2인자가 될 수 있었던 비결에 대해 김기동 감독의 리더십을 꼽았다. 또 신광훈, 신진호, 오범석 등 팀의 구심점이 된 베테랑들의 역할도 빼놓지 않았다.

인천과의 경기에서 볼 경합 중인 권완규(왼쪽에서 두번째)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뉴스1
인천과의 경기에서 볼 경합 중인 권완규(왼쪽에서 두번째)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뉴스1

권완규는 올 시즌 여러 기록과 업적을 남겼지만 더 높은 미래를 꿈꾸기 보다 당장 눈 앞의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충실하는 것이 목표다. 매 경기를 잘 치르다 보면 자연스레 자신의 가치가 더 오를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그는 "언제 축구를 그만둘지 모르지만 그저 매년 한 경기 한 경기를 잘 치르는 것이 목표"라며 "사실 나는 국가대표도, 엄청난 이슈를 끄는 선수도 아니다. 나중에 축구 인생을 돌아봤을 때 좋은 추억으로 남을 수 있도록 항상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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