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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사령관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17일 자리에서 내려온다. 초대 질병청장으로서 그는 한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명률을 전 세계 평균 대비 10분의 1 수준인 0.13%로 관리하는 등 'K-방역'에 큰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백경란 성균관대 의과대학 교수가 후임으로 과학방역을 책임진다.
세계가 확인한 K-방역
정 청장은 1995년 질병관리본부 전신인 국립보건원 연구관 특채로 공직에 입문했다. 이어 보건복지부 응급의료과장, 질병관리본부 만성질환과장·질병예방센터장·긴급상황센터장 등을 지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1급을 거치지 않고 2017년 7월 질병관리본부(현 질병관리청 청장) 본부장으로 임명됐다.정 청장은 공직생활동안 두 번의 신종 감염병 사태를 겪었다. 첫 번째는 2015년 질병예방센터장 당시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와 2020년 질병관리본부장 시절 시작된 코로나19다. 2020년 1월20일 한국에서 코로나19 첫 감염자가 발생한 이날은 정 청장에게 막중한 임무가 시작된 날이기도 하다.
코로나19는 중국에서 시작돼 세계보건기구(WHO)의 팬데믹(세계적 감염병 대유행) 선언(2020년 3월11일)이 되기까지 불과 세 달이 안걸렸다. 한국도 이런 유행을 비껴갈 수 없었다.
정 청장의 대응능력은 한국의 유행 상황에서 빛났다. 그는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뒤 '긴급상황실'(EOC)에서 매일 상황을 보고 받았다. EOC는 감염병 위기에 대응하는 질병관리본청 산하 조직이다. 지방자치단체, 민간기관 등과 소통하며 감염병 대응을 총괄하는 지휘본부다.
정 청장이 매일 오후 2시 질병관리본부에서 진행하던 중앙방역대책본부 정례 브리핑에 국민들의 눈과 귀가 쏠렸다. 정 청장이 매 끼니를 도시락이나 이동밥차로 때운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4번의 대유행… 뒤늦은 백신 도입
무엇보다 정 청장의 업적은 확진자를 빠르게 찾아내 격리하는 3T(검사, 추적·격리, 치료) 전략이다. 이 전략 덕분에 한국은 K-방역으로 전 세계의 극찬을 받기도 했다. 정 청장의 업적은 코로나19 치명률에 있다. 17일 기준 코로나19로 인한 국내 치명률은 0.13%에 불과하다. 전 세계 평균 치명률 대비 10분의 1수준이다.
정 청장에게는 위기도 있었다. 2020년 2월17일 한국에서 첫 유행이 시작한 이래 네 번의 대유행 파동을 겪어야만 했다. 그 때마다 정 청장은 3T 전략을 토대로 코로나19를 억제했다.
일부 정 청장에 대해 비판하는 시각도 있었다. 강도 높은 방역을 오랫동안 유지해오면서 사회적 비용은 막대했다. 유행을 막기 위해 영업시간 제한과 인원 수 제한 등 사실상 강력한 방역정책으로 인한 피해는 자영업자의 몫이었다. 방역당국은 "노인 등 고위험군 치명률을 낮추기 위한 선택"이라고 해명했다.
코로나19 백신 도입 때도 비판을 면치 못했다. 전 세계 선진국과 비교해 백신 도입 시기가 다소 늦었기 때문이다. 당시 방역당국은 처음 개발된 백신인 만큼 안전성 확보를 최우선 한 선택이었다고 했지만 뒤늦은 백신 구매 계약을 체결한 점은 아쉽다는 평가가 많았다.